[스페셜2]
오래된 극장에서 조선영화의 힘을 보다 · 불꽃처럼 살다간 30년대 중국의 국민 배우
2011-10-20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조선인 극장 단성사 1907-1939> 이순진 지음 / 한국영상자료원 펴냄

학술적 가치 지수 ★★★★★
자료 활용도 지수 ★★★★
간편한 휴대성 지수 ★★★

영화 <접속>이 인상적으로 포착했듯 종로라는 공간은 개인의 영화 경험을 환기시키는 정서 공간이자, 그 경험을 공유하는 대중의 무의식이 자리잡은 대중지성적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순진의 <조선인 극장 단성사 1907-1939>는 식민지 시대 조선인 영화체험의 중심 공간이던 단성사의 위상을 복합문화생산의 맥락으로 풀어낸 알찬 학술서적이자 영화사적 증언이다.

이 책은 식민지 시대 조선인 대상 활동사진 상설관으로 출발했던 단성사의 등장, 번영, 몰락을 다루고 있다. 1907년 구극 공연장으로 설립된 단성사는 1918년 흥행의 귀재 박승필에 의해 조선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설활동사진관으로 재편되었다. 키네오드라마, 키노드라마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동사진의 일부로 도입하며 변사와 악사, 신파극단을 동원해 영화의 수용을 창작 과정의 일부로 전용하며 이를 조선영화 생산의 원동력으로 삼은 곳이 바로 단성사였다. 비록 발성영화로의 기술적 전환과 조선영화의 척박성, 식민지 자본 공간의 불균등성, 제국주의 파시즘에 의해 1939년 몰락했으나 단성사는 민족 차별에 의해 게토화된 공간으로 남아 문화적 실천을 지속했던 의미있는 공간이었다.

단순히 이곳을 사라진 서글픈 역사의 기억으로 회고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말한다. 식민지 시대 조선인 극장이 밀집했던 종로는 일종의 종족 게토였다. 멀티상영관이 관람문화를 장악한 현재에도 종로는 자본 게토의 프린지 공간으로 남아 영화적 경험의 다양성을 창출해내고 있지 않은가. 다양한 문화적 활로를 고민하던 영화 경험의 근본 공간을 소환해 한국영화의 영락과 부침의 복잡다단한 역사성을 재구축해내는 사유의 지점으로 삼고자 하는 저자의 고민이 행간에서 읽힌다.

<롼링위, 사람들 시비가 두렵다> 다이옌 지음, 안재연 옮김 / 사문난적 펴냄

저자의 성찰력 지수 ★★☆
책제목 센스 지수 ★☆
비극성 지수 ★★★☆

진정 여배우였다. 불꽃처럼 빛났으나 홀로 외로웠으며 대중은 오래오래 그녀의 비극적 삶을 기억했다. 가난한 노동자의 집에서 태어난 롼링위는 16살에 영화에 입문해 오랫동안 그녀를 고뇌케 했던 두명의 남자를 만났고, 끝끝내 영화계의 소문과 비방 속에서 25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참으로 영화적인 삶이었고 영화적인 죽음이었다.

롼링위는 당대 최고의 영화계 스타였던 한국계 배우 진옌(김염)과 황금 콤비를 이루며 무성영화 시대에 활약한 여배우였다. 절세미인은 아니었으나 청아하고 수려했으며, 모던여성처럼 서양풍에 물든 속된 느낌이 아니라 청순한 비애미를 품었기에 비극에 어울린다 했다. 그러나 기생에서 비구니, 신여성과 여공을 넘나드는 역할을 소화하며 여배우로서의 적극적인 캐리어를 쌓아 당대 유행하던 경극이나 연극 투에서 벗어나 근대적이고 사실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풍문에 질식된 채 비방 속에서 고독하게 삶을 마감한 롼링위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순간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증언과 기록을 통해 그녀의 일생을 재구성하고 있다. 하녀로 일하던 주인집 막내도련님 장다민과의 동거와 악연, 거부이자 영화계 인물이던 탕지산과의 두 번째 만남 등 그녀의 신변에 대해 세세히 언급하지만 그보다 롼링위의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 사실적인 표현력과 감수성의 창출에 대해 공들여 오래 진술한다.

관심있는 독자에게 여배우 롼링위의 삶과 영화, 실존인물과 배우들의 증언, 그리고 영화에 대한 메타적 사유가 뒤섞인 기이하고 매혹적인 영화, 관금붕의 <완령옥>(1991)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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