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둘만 아는 그 느낌, 그것!
2011-11-24
글 : 신두영
사진 : 백종헌
<치즈 인 더 트랩>의 순끼

“<치즈 인 더 트랩>의 해설판도 있어요.” 네이버 웹툰에 <치즈 인 더 트랩>으로 데뷔한 순끼 작가의 말이다. 독자들이 스스로 해설판까지 양산해낼 정도로 <치즈 인 더 트랩>은 독특한 면모가 있는 로맨스물이다. 그저 달콤한 연애가 아닌 음침한 스릴러물의 냄새가 난다. 평범하지만 어딘가 답답해 보이고 어떤 때는 얄밉기도 한 경영학과 여대생 홍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치즈 인 더 트랩>은 꽃미남이고 부자에다가 공부도 잘하지만 비밀스러운 성격의 선배 유정과 홍설의 관계가 중심인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에서 과거의 홍설과 유정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그런데 현재의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한다. 여기에 유정과 사연이 있는 인호, 홍설의 스토커 영곤 등 주변 인물들까지 더해지면서 <치즈 인 더 트랩>의 이야기는 점점 꼬여간다.

순끼 작가는 <치즈 인 더 트랩>을 고등학생 때 처음 구상했다고 한다. 데뷔를 위해 작품을 준비하면서 묵혀두었던 콘티를 우연히 다시 발견했다. 최초의 컨셉은 이랬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비호감인 후배와 남들이 다 좋아하고 잘난 선배가 있는데, 둘이 신경전을 벌이는 짧고 간단한 이야기였어요.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그 둘만 느낄 수 있는 신경전에 대한 것인데, 이 이야기가 괜찮다고 생각해서 대학교를 배경으로 살을 좀 붙였어요.”

<치즈 인 더 트랩>을 읽은 독자라면 아마도 홍설이 떨어뜨린 서류를 유정이 발로 툭 차는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홍설과 유정이 한창 예민한 신경전을 벌이던 시기였다. 홍설은 떨어진 서류를 정리하며 유정의 표정을 보고 싶지만 결국 보지 못한다. “기분 나쁘죠. 미묘한 문제잖아요. 쫓아가서 따질 수도 없고 기분 애매한….” 작가의 말처럼 이 애매한 기분, 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캐릭터의 묘사가 <치즈 인 더 트랩>의 스릴러 분위기를 만든다. “일부러 노리고 그린 건 아닌데 캐릭터를 만들다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초반에 스릴러스러운 느낌이 많았죠.” 물론 <치즈 인 더 트랩>이 본격적인 스릴러물은 아니다. 그러니까 지나친 확대 해석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유정의 정체가 뭐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요. 사실 유정이 간첩이나 살인자는 아니잖아요. (웃음) 유정이 독보적으로 성격이 다르고 일반 사람과 다른 성향으로 설정을 했고 또 사건의 묘사를 유정의 입장에서는 안 하니까 더 의문스럽게 느껴지고 그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홍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섬세한 심리 묘사가 관건이다. 아주 디테일한 심리 묘사 등으로 간혹 독자들은 <치즈 인 더 트랩>이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순끼 작가는 “작가와 작품 속 캐릭터는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의 성격이 조금 반영될 수 있다. “홍설한테만 저의 성격이 있는 게 아니라 일부가 유정한테도, 인호한테도 있을 수 있어요. 홍설이 저는 아니죠. 저도 그리면서 ‘홍설은 성격이 왜 이래’ 이렇게 생각을 하기도 해요. (웃음)”

처음 <치즈 인 더 트랩>을 연재할 때는 대략 50~60화 정도를 예상하고 시작했지만 벌써 70회가 훌쩍 넘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 전체 이야기의 절반까지 왔다. “곧 방학이 끝나면 2부 끝나고요. 2학기부터 3부 들어가요. 3부가 끝이에요. 3부도 50회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목이 빠지게 연재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 작가에게 조금의 스포일러를 요청했다. “홍설과 유정 사이의 관계가 그냥 선후배보다 좀더 내밀한 남녀관계로 발전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순끼 작가의 말을 들으니 남은 연재 분량도 결코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대략의 엔딩은 정해져 있다고 했다. “엄청나게 파격적인 엔딩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결코 기대를 저버리기는 힘들 것 같다.

순끼 작가가 말하는 주인공 홍설은?

홍설은 등록금 걱정과 취업 고민을 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88만원 세대의 전형처럼 보이는데 순끼 작가가 이런 세태를 비판하거나 풍자하기 위해서 만든 캐릭터는 아니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그게 자연스럽잖아요. 저도 고등학생 때는 대학 가면 미팅하고 술 먹고 신나게 놀 것 같았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면 중고등학교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고민이 폭탄처럼 쏟아지잖아요. 지금 대학생들의 고민을 압축하면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나는 왜 이럴까’와 ‘앞으로 뭐 할까’라는 고민이죠.” 캐릭터들의 구도로 보면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인 <치즈 인 더 트랩>의 배경이 경영학과인 것도 좀더 현실적이고 많은 공감을 이끌기 위해서였다. “제가 영상애니메이션 학과를 나왔는데 예체능 계통보다는 경영학과 같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의 비율이 훨씬 많잖아요. 더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경영학과로 설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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