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밀레니엄] 배우들이 말하는 캐릭터 혹은 데이비드 핀처-1
2012-01-17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이율배반적인 캐릭터 / 리스베트 살란데르 역의 루니 마라

-어떻게 이 역할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나.
=원작 소설을 참조했다. 책에 모든 것이 나와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원작 소설과 가장 근접하게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러 준비과정이 있지 않았나.
=물론이다. 트레이닝과 리서치를 많이 했다. 모터사이클과 컴퓨터, 스케이트보드 타기, 킥복싱 등을 연습했고, 책을 많이 읽었다. ‘헬프그룹’을 방문해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곳은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이 있는 곳이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치료하고 상담해주는 센터에서도 다양한 조사와 연구를 했다.

-상당히 복잡한 캐릭터인데, 개인적으로 이 역할의 매력에 대해 말해달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녀를 자세히 관찰하면 사랑에 빠질 거라고 생각했다. 리스베트는 이율배반적인 캐릭터다.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냘프고 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반대이지 않나. 너무 많은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조숙하지만 동시에 순진한 면도 있다. 그녀에게는 내면적으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특히 대인 관계에서 말이다. 이런 상반된 두 모습이 내가 그녀에게 끌리는 이유다.

-리스베트 역할을 위해 헤어스타일이나 피어싱, 문신 등이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그녀는 아직도 극중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이 모습이 나의 평범한 모습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외모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피어싱은 일부는 가짜고, 일부는 진짜다. 얼굴이랑 몸에 6개 정도 했다.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웃음)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다.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4일밖에 촬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데이비드를 알 만한 시간이 없었다. 물론 함께 작업하는 것이 즐거웠고, 연출가로 존경했지만 개인적으로 친해질 기회는 없었다. 반면에 이번 작품은 눈만 뜨면 같이 생활한 지가 14개월이나 됐으니. 분명 더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은 다른 감독이었으면 전혀 불가능했을 거다.

-<소셜 네트워크>를 촬영할 때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수없이 많은 테이크를 갔다고 하던데, 이번에도 그랬나.
=데이비드가 한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는 걸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작품에서도 여러 테이크를 했는데, 그건 데이비드가 작업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한편을 만드는 데 많은 인력과 시간, 자금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촬영을 몇번만 찍고 넘어간다면 너무 아깝지 않나.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고 본다.

-오리지널 스웨덴영화에서 노미 라파스의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비교될까 두렵진 않았나.
=노미 라파스는 굉장한 여배우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해냈지 않나. 원작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내가 이 작품에 어떤 새로운 것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같은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우리 작품은 많이 다르다.

-리스베트 역을 히어로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있던데.
=난 오히려 안티히어로라고 생각한다. 성적인 학대나 추행을 당한 여성들의 입장에서도 히어로로 생각하기는 힘든 것 같다. 이 영화가 그런 목표나 생각을 가지고 만든 것도 아니고. 물론 불행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이 ‘복수’를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찾는다는 점에서 쾌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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