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밀레니엄] 배우들이 말하는 캐릭터 혹은 데이비드 핀처-2
2012-01-17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핀처는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를 뭉뚱그려놓은 사람 / 미카엘 블룸쿠비스트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

-소설에서 영화로 옮겨진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나.
=원작 소설은 물론 대본에서도 캐릭터가 무척 명확하게 표현됐기 때문에 큰 기대를 했다. 모든 에센스가 들어가 있다. 물론 소설 속의 모든 디테일까지 포함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 캐릭터는 아주 명확하게 대본에 쓰여 있었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본이다.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캐릭터 자체가 좋았다. 도덕적이니 신념을 지키는 것도 좋았고, 권선징악을 믿는 것도 좋았다. 물론 여자를 밝히는 호색가라는 결점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인간 같아 보였다. 책에는 그의 호색가 성향이 더 많이 묘사돼 있는데 영화라 그걸 다 넣을 공간이 없었다. (웃음) 하지만 이런 결점도 그 사람의 한 부분이다. 소설의 제목에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고 쓰여 있잖나. 미카엘은 그런 남자 중 하나가 아니다.

-극중에서 왜 여자들이 미카엘을 좋아할까.
=솔직해서 그렇지 않을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할래? 말래?” (웃음) 그의 정직함과 직선적인 성격 덕분인 것 같다.

-데이비드 핀처와의 작업은 어땠나.
=대단했다. 오래전부터 그의 엄청난 팬이었다. 데이비드 핀처는 내가 시네마를 사랑하는 이유를 뭉뚱그려놓은 사람이다. 좋은 이야기 전개와 소재, 시각적인 기량까지 모두 갖췄다. 이 세 요소가 영화의 기본이지만, 그걸 잘해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많은 감독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데이비드는 이 요소들을 잘 이용하고, 제대로 표현할 줄 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있나.
=나도 강한 윤리기준, 도덕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 공정성을 믿고,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불법 주차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절대 일러바치지는 않는다. (웃음) 유명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모두가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제임스 본드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액션장면을 리스베트에게 물려주고 뒤로 물러나 앉게 됐다. 기분이 어땠나.
=좋았다. (웃음) 그런 이야기와 캐릭터 구조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스토리텔링에는 그런 식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 작품에서는 리스베트가 ‘바지’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훨씬 더 복잡하다. 두 캐릭터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두 캐릭터의 능력이 합쳐지면서 ‘최상의 팀’이 되는 것. 스펙트럼에서 정반대에 있는 두명이 서로를 도와주면서 동시에 필요로 하는 것. 자주 보기는 힘든 관계다. 둘 사이의 화학작용이 어땠냐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촬영이 무지 잘 끝났다는 거다. (웃음)

-소설에선 섹스와 폭력이 무척이나 시각적으로 묘사됐다. 영화는 어떤가.
=이 작품도 그렇다. (웃음) 수위를 넘는 묘사는 없지만 R등급이니만큼 충실했다. 왜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책을 읽고 났을 때도 여전히 폭력의 여운이 느껴질 때. 데이비드의 영화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거다.

-오리지널 스웨덴영화를 봤나.
=못 봤다. DVD로 보려고 했는데 때마침 데이비드 영화의 대본이 도착했다. 오리지널을 미리 보고 내 캐릭터에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모든 촬영이 끝났으니 시간나는 대로 앉아서 편하게 볼 생각이다. 내 캐릭터는 내가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니 미리 원본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역할이 더 강해진 느낌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좀더 인간적이고, 남자이기 때문에 약한 거지. 이게 강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결점을 인정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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