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라는 말에, 이소영 대표가 재차 묻는다. “어떤…? (웃음)” 생각해보니 사람엔터테인먼트엔 요즘 축하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훈이 출연한 <건축학개론>은 한국 멜로영화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했으며, 문소리가 출연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코리아> 개봉을 앞둔 지금, 열연을 펼친 배우 한예리에 대한 궁금증이 부쩍 높아진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전까지는 우리 회사가 이런 회사다, 라고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면, 이젠 배우들만 보고도 업계에서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의 ‘배우들’은 앞서 말한 세 배우 말고도 <뿌리깊은 나무>의 무휼로 연기력뿐만 아니라 스타성을 획득한 조진웅을 비롯해 <황해> <범죄와의 전쟁>에서 인상적인 검사 연기를 펼친 곽도원, 배우 김태우의 동생이자 <아저씨>의 형사 김태훈 등이 소속되어 있다. 화려하다는 수식에 앞서 이 배우들의 커리어를 짚어보면 확실히 성실하다, 믿음직하다라는 표현이 먼저 앞선다. 베니스의 명예보다 더 좋은 작품에 목말라하는 문소리가 그랬고, 무휼의 스타성을 담보로 한 단발성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조진웅이 그랬다. 충무로의 새로운 배우로 급부상한 이제훈 역시 인기보단 작품 욕심이 앞서는 배우다. 그 흔한 팬서비스도 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하기 위한 제스처도 유독 박한 회사다. 노출을 꺼려하다니 세상에 이런 매니지먼트사도 없어 보인다. “배우들의 스타성을 ‘활용’하는 사업은 난 못하겠다. 배우의 사이즈가 아니라 회사의 사이즈를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스타가 배우가 되는 게 아니라, 배우가 스타가 되는 게 내 모토다.”
사람이 앞서는 이소영 대표의 매니지먼트 철학이 정립된 건 그녀의 전직과도 관련있다. 원래 관광학을 전공한 그녀는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 외국계 마케팅회사를 거쳐 마케팅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아트워크 디자이너인 남편과 함께 외식사업, 유통 관련 콘텐츠를 기획, 가공하면서 마지막으로 그녀가 올인하고 싶었던 게 바로 ‘사람’이었다. 제품은 제품 하나로 끝나지만 사람은 무한하다. 그만큼 재밌고 보람있는 마케팅 소재였다. 생각이 구체화된 건 7년 전, 광고주와 인연이 쌓이고 부산영화제 관련 프로모션을 하면서였다. 신인들 프로필 작업도 하고, 배우가 되고 싶은 친구들을 아는 영화사에 다리놓아주기도 했다. 초반엔 고비도 있었다. 무명의 배우들과 함께한다고 할 땐 ‘정신 차리라’고 쓴소리를 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단순히 ‘도와주자’는 마인드로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프로로서 다시 이 직업에 대해 고민했고 실력있는 배우 섭외, 아이템 분석을 시작했다.” 이소영 대표가 함께 일하는 배우의 자격 요건은 단 하나다. 집중력과 에너지가 있는 배우. 연기에 올인할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다. “언젠가 이 배우가 나와 함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라는 직업을 평생 가지고 갈 때의 마인드, 힘든 일이 있어도 자신을 버텨줄 뼈대를 세웠으면 좋겠다.”
이소영 대표는 배우들을 철저하게 마킹하는 걸로 유명하다. 배우가 있는 현장에는 항상 그녀가 있단 말이다. 덕분에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녀를 대표가 아닌 스타일리스트나 홍보사 직원으로 착각한 경우도 많다. 로드매니저부터 시작하지 않았던 그녀가 실무를 익히기 위해 택한 생존방식이었는데, 그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마케팅하던 버릇대로, 아닌 건 아니고 모르는 건 모르는 거라고 툭툭 이야기하는 덕분에 입바른 소리하는 강경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오해가 겁나지 않는다. 진실은 전달될 거고, 그걸 알아주는 사람들과 작업하면 되니까.”
배우들의 성장과 더불어 최근엔 이소영 대표에게도 투자와 사업연계 제안이 부쩍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그녀가 벌여놓은 일은 영화 제작이다. 다세포클럽과 공동으로 신정원 감독의 <점쟁이들>을 제작하는데 이제훈과 곽도원도 주요 역할로 출연한다. “소속사 배우를 출연시킨다는 눈총을 받기 싫어서 창립작품만큼은 우리 배우는 꺼려했다. 이제훈이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일주일 정도 잠도 못 자고 고민했다. 내가 이 배우의 앞길을 막는 게 아닐까.” 영화 제작쪽으로 실질적인 대표인 남편과 고민을 거듭했고, 지금은 좀더 자유로운 결론을 내리게 됐다. “결국 마케팅 원칙은 단 하나다. 있는 걸 하되 없는 걸 강조하지 않는다. 배우가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면, 난 그 시스템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계속 해나갈 거다.
조진웅이 말하는 이소영 대표
“연극하는 사람처럼 좋더라.” 조진웅은 이소영 대표가 영화 좋아하고, 기획사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는 걸 보고 마음이 통했다고 한다. 단순히 비즈니스 파트너이기 이전, 연극을 함께하는 동료와 같은 정을 쌓아온 관계. 이소영 대표가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함께였으니 어느덧 7년의 인연이다. “처음에 덥석 같이 하자는 게 아니라 3개월을 꼼꼼히 지켜보고 평가하더라. 믿음이 가지 않으면 같이 작업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못박은 건 하나였다. ‘나는 영업 안 한다. 조진웅의 연기가 곧 영업이다’라고. 매니지먼트의 필요성을 못 느끼던 나도 그때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을 믿고 강력하게 지지해주는 한 사람. 모든 사람이 ‘No’했을 때도, 믿어, 가보라고 해주는 지지자가 이소영 대표였다. “때로 그 평가와 추진력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결국 그 부담이 배우를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되도록 해주는, 이소영 대표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