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다음엔 한국영화로 칸을 찾겠다”
2012-06-05
글 : 이화정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12 차이니즈 조디악 헤즈>로 성룡과 칸 찾은 권상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린 호넷>의 권상우 출연 불발에 대해서 아쉬움이 컸다. 그사이 권상우는 해외 진출 수순을 차곡차곡 밟고 있었다. 권상우가 중국 진출의 가시적인 성과물인 <12 차이니즈 조디악 헤즈> 프로모션을 위해 성룡, 유준상과 칸영화제에 참석했다. <12 차이니즈 조디악 헤즈>는 <용형호제>의 3편 격인 영화이며 세계 각지에 흩어진 12지신상을 성룡의 팀이 찾아 나서는 액션 어드벤처다. 마제스틱호텔에서 권상우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룡의 전용기로 참석했다는 이벤트성 화제와 달리, “다음엔 한국영화로 칸을 찾겠다”는 그의 속내는 좀더 깊고 신중했다.

-언제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온 건가.
=러브콜이 온 건 2004~2005년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 커리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중국 진출은 먼 이야기였다. 이 영화는 7년 전부터 성룡이 준비하던 영화였고 3년 전부터 구체화된 프로젝트다.

-성룡과는 원래 친분이 있었나 보다.
=성룡은 나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화산고>나 <청춘만화>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내 출연작을 모두 봤다더라. 액션배우로서 내 모습을 좋게 봐준 것 같다. 자신의 어릴 적과 내가 비슷하다는 말도 자주 하더라. 사실 이번 출연배우들 다 메인 투자사에 소속된 배우들이다. 그런데 내게 큰 배역을 주고, 대사 한마디라도 더 나오게 해주려고 신경 써주는 걸 보면 참 고맙다. (웃음)

-성룡은 배우 권상우의 장점을 어떻게 평가하던가.
=어떤 연기를 하느냐보다 어떤 상황에서 반응할 때의 모습을 평가해준 것 같다. 나는 코믹영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어딜 가서도 폼을 잡지 않는다. 망가지는 장면은 확실히 망가진다. 리액션할 때도 성룡 스타일의 연기를 많이 보여줬다. 아마 엔딩 NG컷은 많이 나올 것 같다. (웃음) 배우로서 나를 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많지만 난 자신감을 가지고 일한다. 다양한 장르를 유연하게 오가는 건 확실히 내 장점인 것 같다.

-<그린 호넷>이 좌절됐지만, 미처 모르는 사이 중국에서 작업을 많이 했다.
=<그린 호넷>은 자본의 영향이 컸다. 정말 되는 줄 알고 준비하다가 자본에 밀렸다. 중국은 <통증> 끝나고 바로 갔다. 장백지씨와 관금붕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그림자 애인> 촬영을 했고, 그 영화는 중국에서 4천개관 이상에서 개봉 중이다. 대박까진 아니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다. 첫 단추치고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요즘 중국의 조짐이 무섭다. 할리우드 시장도 다 들어오고 있고, 중국에서 입지를 잘 다지면 언어문제를 떠나 할리우드 진출도 가능해진다.

-중국 진출이 메리트도 있지만, 한편으로 한국시장 기준으론 볼 땐 휴지기로 치부될 수도 있다.
=맞다. 솔직히 난 <통증>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있었다. 내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결과가 안 좋다 보니 소위 정이 떨어졌다고나 해야 할까, 영화를 잠깐 하고 싶지 않다는 맘이 들더라. 그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해외에서 활동을 해보자 싶었다. 더 큰 활동을 위한 준비기다. 물론 지금도 한국에서의 작업이 중요하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간 국내 활동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나.
=이른바 정점을 찍었을 때를 돌아보면 광고도 많이 했고, 한마디로 미친 세상이었다. (웃음) 근데 최근엔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많았다. 결혼하고 나선 외모는 젊지만 아이 아빠이기도 하고, 관계자들에게 좀 애매한 위치가 됐다. 또 그간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지금이 내겐 중요한 시기다. ‘한방’이 필요한데, 결국 그건 작품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배우가 오래갈 수 있는 답인 것 같다.

-차기작 계획은 정해졌나.
=고심 끝에 하반기엔 드라마를 하게 됐다. 얼굴을 많이 안 보였으니 드라마 컴백이 맞다고 판단했다. 수애씨랑 같이 출연하는 <야왕>인데 <대물>의 시리즈로 남자판 <청춘의 덫> 같은 내용이다. 내년엔 영화를 하고 싶은데 너무 같이 하고 싶은 감독님이 있어서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드렸다. “죄송한데 꼭 같이 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연락해달라”고. 이런 적은 처음이다. 그 정도로 같이 하고 싶은 천재적인 감독이다. 성사되면 알려주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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