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이맥스는 3D보다 효과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2012-07-31
글 : 안현진 (LA 통신원)
크리스토퍼 놀란과 크리스천 베일의 마지막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 라이즈> 감독, 출연진 인터뷰

“엔딩과 반전에 대한 질문은 삼가기 바랍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각국 기자들이 엠바고(한시적 보도 중지)에 서명을 할 때 반복적으로 들은 이야기다. 그만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최종장에 거는 기대는 컸고, 스포일러에 대한 경계는 높았다. 감독, 배우, 스탭이 총동원된 자리. 질문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감독에게 집중됐다.

-전편인 <다크 나이트>의 결말이 새 영화의 시작점이 되는 것에 대한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_매 순간 느꼈던 고충은 영화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이야기가 고담시에서 일어나도록 필연적인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고이어와 3편이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전편들을 일관성있게 관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편의 결말을 잊지 않아야 했다. 우리는 지난 영화들, 특히 <다크 나이트>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이 3편에서 의미를 가지기를 원했다. 그것이 도전이라면 도전이었다.
조너선 놀란_70년 전에 만들어진 캐릭터를 오늘에 신선하게 되살리는 것,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대단원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멋진 팀과 함께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3편에서는 베인(톰 하디)이 배트맨에 맞서는 악당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다른 악당에 대해 고려한 적이 있나. 또 한 가지 질문은 시나리오를 쓸 때 결말을 먼저 정해놓고 쓰는가, 아니면 사건이 전개되는 순서를 고려해서 결말을 만드는가.
=크리스토퍼 놀란_3편에서 배트맨이 조커를 쫓지 않는 것, 혹은 조커의 환영이나 잔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크리스천 베일이 이전의 물리적인 상처로부터 일어나 배트맨이 되어 당당하게 서는 것이 보고 싶었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끝까지 악당과 결투를 벌이도록 하고 싶었다. 내가 이전까지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하자면, 영화를 만들 때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말을 알기 전까지는 그 작품에 개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많은 감독들이 3D를 많이 사용하는데, 당신은 2D와 아이맥스를 고집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크리스토퍼 놀란_3D냐 아이맥스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이맥스로 촬영해서 전용 스크린에 영사할 때만큼의 이미지 퀄리티를 따라오는 포맷을 본 적이 없다. 극장에서 관객의 집중도도 당연히 크다. <다크 나이트>에서 아이맥스를 사용했고, 그 효과에 만족해서 이번에도 아이맥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아이맥스는 3D보다 효과적으로 관객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아이맥스는 3D보다 친밀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아이맥스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이야기와 캐릭터에 적합한 포맷이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배트맨> 3부작이 스토리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일관성을 갖기를 원했다. 이번 영화는 새로운 것을 세우는 과정이 아니라 클라이맥스를 만들고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아이맥스 카메라가 촬영 중에 부서졌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크리스토퍼 놀란_카메라가 부서진 건 <다크 나이트> 때였다. 당시 전세계에 아이맥스 카메라가 모두 4대 있었는데, <다크 나이트> 촬영이 끝나고 3대가 됐다. (웃음) 물론 다시 고쳤다.

-제작자들의 입장을 듣고 싶다. 아이맥스가 이 시리즈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나.
=에마 톰스_내 생각에는 아이맥스라는 요소가 사람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거실이나 책상에서 아이맥스 이미지를 비슷하게라도 재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같은 시대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는 많다. 그래서 관객을 극장으로 부르기 위해서는 정말 특별한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우리 영화에서는 아이맥스다.
찰스 로븐_아이맥스의 가장 큰 장점은, 화면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불법으로 녹화할 수조차 없다는 데 있다. 아이맥스 버전은 불법 파일을 만들 수 없다. (웃음)

-정말 이번 영화가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고 크리스천 베일이 출연하는 마지막 영화인가? 아니면 새롭게 출발할 여지가 있나.
=크리스토퍼 놀란_개인적으로 시리즈를 끝마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내가 <배트맨> 시리즈를 시작한 지 10년이다. 꽉 찬 9년을 배트맨으로 보내고 난 지금, 이렇게 멋진 팀과 헤어지는 것이 만족스러우면서도 슬프다. 그런데 더 씁쓸하고 또 한편 달콤한 것은 캐릭터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간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베일_나 역시 시원섭섭하다.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이 3편을 만들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알다시피 크리스토퍼 놀란은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중요한 부분을 함께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감정 역시 그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말했듯이 지금은 작별을 할 시간이다.

-(놀란 감독에게) 당신은 다른 슈퍼히어로영화 감독들과 달리 코믹북이나 컬처에 대한 팬보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슈퍼히어로영화 중 가장 거대하고 역사적인 3부작을 만들어냈다. 당신이 접근하는 남들과 다른 시각과 감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크리스토퍼 놀란_내가 처음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스튜디오는 원작이 그대로 영화화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줬다.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원작을 대표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배트맨> 3부작을 만드는 동안 내가 가졌던 철학이다. 코믹스 원작과 영화감독의 친밀한 관계는 최근 많이 나타나기 시작한 조류인 듯하다. 읽는 형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움직이는 프레임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캐릭터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크리스토퍼 놀란_우선, 조커라는 존재가 우리가 베인을 이 영화에 악당으로 등장시키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리는 전혀 다른 악당을 원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아주 초기에, 조커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그 결정을 고수했다. 한 사람의 비극을 플롯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크 나이트>도 그렇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 역시 정치적인 영화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_나는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보지 않는다. <다크 나이트>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보고자 했기 때문에 그런 해석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엔터테인먼트를 전달하고자 했다. 영화 속의 전투가 현실의 전쟁을 묘사하거나 고담시가 현실의 다른 도시를 상징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앤 해서웨이와 조셉 고든 레빗에게) 배트맨 3부작 중 마지막 편에 출연한 소감을 말해달라.
=앤 해서웨이_모두 우리가 영화를 구해줄 거라고 기대했고 기다렸다. (웃음) 사실은 조금 불안했다. 손발이 잘 맞는 팀의 작업에 중간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모두가 정말 따뜻하게 맞이해줬다. 그게 특별대우가 아니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웃음)
조셉 고든 레빗_<다크 나이트>가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두번 봤다. 영화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뒤 나는 <인셉션>에 출연했고 그 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까지 출연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메멘토> 때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을 좋아했고, <인셉션> 이후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게다가 내 또래 남자들이라면 어려서 배트맨 코스튬을 한번씩은 입어봤을 것이다. 배트맨이 최고였다. 클리셰처럼 들릴지 몰라도, 나는 꿈을 이룬 거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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