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포커스] 걸음마 단계지만, 함께하는 보람이 굉장해
2012-11-27
글 : 송경원
사진 : 최성열
영화음성해설 전문회사 B-MAP의 대표이자 활동변사 사사키 아키코

말로 영화를 그린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영화 화면을 해설하는 배리어프리영화의 활동변사 사사키 아키코는 눈앞에서 마법을 펼쳐 보였다. 변사라는 직업도 생소한데 거기에 더해 배리어프리영화의 화면해설까지 겸하고 있는 그녀의 솜씨는 진짜 마법사만큼 희귀하고 신기하다. 전 <NHK> 아나운서였던 그녀는 영화에 대한 사랑 하나로 2001년부터 무성영화의 활동변사로 활동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음성해설 전문회사 B-MAP을 창립했다. 소리로 영화를 보여주는 그녀의 목소리 앞에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의미없어 보인다. 2012 배리어프리영화 포럼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녀에게 그 생소하고 뿌듯한 세계의 일면을 들어보았다.

-활동변사는 다소 생소한 직업이다.
=무성영화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일이다. 한국에도 무성영화 시절에는 변사가 있었다고 들었다. 주로 국•공립단체의 초청이나 영화제 혹은 관공서의 문화행사 이벤트로 진행된다. 아나운서 시절부터 꾸준히 영화 일을 하고 싶었고 무성영화 시대의 일본 문화와 사라진 풍경에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다.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1년쯤 뒤에 프로듀서 야마가미 데쓰지로의 도움으로 2001년부터 활동변사 일을 시작했다.

-배리어프리영화의 해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소리로 화면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유사한 일이다. 우연한 기회에 배리어프리영화의 해설을 진행하게 되었고 그 뒤부터 자연스럽게 일을 시작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영화를 보며, 아니 들으며 즐거워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애초에 활동변사 일을 시작한 것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함께 영화를 보는 그 현장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였다.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보통의 변사와 배리어프리영화 화면해설은 어떤 차이가 있나.
=일단 보이지 않는 것을 온전히 말로만 설명해야 한다는 게 어렵다. 어디까지 묘사할 것인지, 어떤 감정을 실어 전달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최대한 진짜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감정을 전달하되 지나친 해설은 도리어 독이 된다. 아직 정형화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쉽지 않다. 반면 그게 장점이기도 하다. 내가 가는 걸음이 길이 된다는 건 멋진 경험 아닌가.

-일본의 배리어프리영화 시장은 어떤가.
=사실 일본도 아직 걸음마 단계라 온전히 직업으로 할 만큼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극장에서 배리어프리를 완전히 하는 경우는 2∼3편에 불과하다. 관련 단체도 전국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체계적이진 않다. 아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일도 함께하고 있다. 나도 아직은 활동변사쪽이 주업무다.

-그럼에도 배리어프리영화들을 계속 작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종의 의무감도 있다. 하지만 실은 정말 즐거워서 한다. 일단 많은 사람들과 좋은 영화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 장애유무에 관계없이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을 연결해줄 수 있다는 보람이 있다. 현장의 순수한 활력과 기쁨을 나누다보면 도리어 내가 격려를 받는 느낌이다.

-앵글부터 편집의도까지 영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일 것 같다. 영화 공부는 따로 하나.
=하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된 것도 있고 필요해서 공부한 것도 있다. 시대배경, 영화사 등 다양하고 총체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이다. 처음 일을 시작하려 할 땐 공부할 게 많다고 다들 말렸다. (웃음)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가 있나.
=채플린? (웃음) <황금시대> <키드> 같은 움직임이 있는 영화가 좋다. 최근에 본 <휴고>도 좋았다. 아마도 조르주 멜리에스 때문인 것 같다. (웃음) 무성영화 시대의 일본 찬바라영화(합을 맞춘 사무라이 액션영화)도 좋아한다. 나도 몰랐는데 막상 말하고 보니 나름 일관성이 있는 것 같다. 대사보다는 움직임에 매료된다. 일종의 직업병인가? (웃음)

-일본에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소개하고 싶은 한국영화는.
=아쉽게도 그리 많이 보지 못해서. 드라마는 잔뜩 있는데. (웃음) <워낭소리>는 일본판 DVD에 음성해설을 했었다. 얼마 전 본 <똥파리>는 재미는 있었지만 제목 그대로 숨쉴 수가 없었던 영화라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 다른 사람이 해주면 한번 들어보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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