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엔진이라지만 자동차를 고를 때 엔진만 보고 고르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동체의 유려한 곡선에 반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언덕길도 가뿐하게 오르는 성능에 매료되기도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 100명이면 보는 기준도 100가지인 법, 영화 현장의 전문가들은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지점에 매혹될까. 2013년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5개 분야 35인의 영화 스탭들에게 그들이 사랑하고 매혹된 영화에 대해 물었다. 2002년 <씨네21> 370호에서 ‘영화 스탭들이 말하는 베스트5’를 꼽은 지 딱 11년 만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지 않던가. 그때 그 시절 자신들의 은밀한 취향을 이야기했던 선배들과 현재 충무로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후배들의 선택은 확실히 달랐다.
촬영감독들의 선택은 한마디로 새로움이었다. 고전 명작들을 주로 추천했던 예전에 비해 <스토커> <아임 낫 데어>처럼 비교적 최근 개봉한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미술감독들은 고전과 최신작은 물론 장르와 국가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재밌는 건 2002년에도 미술감독들의 자유분방한 성향은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편집 분야에서는 감각적인 편집과 기본에 충실한 편집을 함께 선정한 점이 흥미로웠다. 2명 이상 겹치는 작품도 다수 있었다. 영화음악 분야에서는 고전에서부터 최신작까지 균형있게 배치되어 음악감독들의 고른 관심사를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추가한 무술감독들의 선택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액션만큼 드라마를 중시하고 개인적인 체험을 기준으로 한 영화들을 다수 추천한 것이다. 한국영화의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 중 하나였다. 역시 몸으로 직접 영화를 느끼는 분야답다고 해야 할까. 영화 스탭들의 전문적인 기준과 개인적인 취향 사이에서 새로운 영화를 발견할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를 새롭게 보는 법도 함께 익힐 수 있길 기대한다. 자, 이제 그들 각자의 보물상자를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