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류는 붕괴 중이다
2013-05-16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사진 : 최성열
<타협> <가쓰라지마 섬의 꽃> 감독 존 조스트

인간의 문명과 시스템에 대한 차가운 냉소와 구체적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모순되지 않았다. 잠언 같은 침묵의 시퀀스에 떠오르는 재난과 소멸의 이미지는 그의 시적 날인이자 핵심이다. 존 조스트 감독은 미국에 대한 알레고리에 가까운 시적인 실험영화 <타협>과 쓰나미가 훑고 간 잔해를 헤집는 온정 어린 다큐멘터리 <가쓰라지마 섬의 꽃>이라는 두 작품으로 전주를 찾았다.

-이번에 들고 온 작품들을 소개해달라.
=2011년 나는 야마가타다큐멘터리영화제에 있었다. 그곳은 지진 쓰나미가 발생한 후쿠시마와 가까운 곳이었다. 영화제 이후 도쿄에서 워크숍을 하다 만난 일본인과 NGO단체에 요청하여 난생처음 가쓰라지마 섬을 방문했다. 당시 일정이 촉박하여 2박3일 동안 촬영을 해야 했고 거의 모든 촬영분으로 <가쓰라지마 섬의 꽃>을 만들었다. <타협>은 이듬해에 구리광산이던 뷰트 몬타나라는 지역에서 스크립트 없이 무보수로 배우들을 활용하여 한달 동안 찍은 영화다.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질식하는 남자의 영상이 먼저 떠올랐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을 상징하는 가족을 만들어냈다.

-<타협>에서 가족 구성원 각각의 설정이 궁금하다.
=주인공은 아내가 둘이고, 각각에게 아들이 있다. 한명은 기독교 근본주의자고 한명은 게이다. 두 아들의 대조적 캐릭터는 미국 내의 기본적인 갈등을 반영한다. 이 가족은 현재 미국사회의 자화상과 같다.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측량기사다. 그는 파괴하기 위해 측량한다. 결정적으로 아버지는 최후까지 독설로 가족들을 완전히 해체시키고 그 연대를 무화시킨다.

-시적 이미지들이 인상적이다.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이미지에 이끌려 시작하는 편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비주얼리스트며 일반적으로 스토리엔 관심이 없다.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해도 매우 단순하게 그리고 왜곡해서 만든다. 그래서 최근에 본 영화 중에는 레오스 카락스의 <홀리모터스>가 스토리필름이 아니라 좋았다. 영화는 이미지를 상상하는 관객에게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나는 이미지에서 시작하여 직관적으로 영화를 찍는다. 내가 하는 일은 배우들을 데리고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다.

-휴머니티에 대한 냉소가 도저하다.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인류는 붕괴되고 있는 단계다. (자동차를 가리키며) 누구나 저 장난감을 갖고 싶어 한다. 쉽고 간편하게 모든 것을 이루려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자신들이 지은 원자력발전소에 피해를 입은 뒤에야 반성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위험한 시설물을 국토 위에 건설해온 것이다. 하지만 필요없는 것을 모두가 다 가지고 싶어 하기에 그들은 과거를 잊고 다시 원전을 건설할 것이다. 죽지 않고 장난감을 포기할 것인가, 조금 일찍 죽더라도 장난감을 가질 것인가. 결국 인류는 종말을 앞당기더라도 그 장난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종식시킬 것은? 거대한 재난이다. 그제야 장난감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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