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영화가 삶의 돌파구가 되는 매혹의 순간!
2013-05-16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이상한 루카스> 감독 존 토레스

이 아름다운 영상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필리핀 실험영화의 현재라 불리는 존 토레스 감독, 그의 영감의 원천은 필리핀의 신화와 구전설화, 우화와 같은 토속적인 것들에서 온다. 자전적 성장담을 토대로 한 <나의 어린 시절>, 필리핀 파나이섬의 설화를 담은 <후렴은 노래 속의 혁명처럼 일어난다>에 이어 자신을 반인반마라고 믿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이상한 루카스>를 들고 토레스 감독이 전주를 찾았다. 필리핀의 더운 공기를 잔뜩 머금은 나른한 내레이션과 시골 마을의 다큐멘터리적인 영상, 초현실적인 이미지의 혼재는 보는 순간 분명 당신을 매혹시킬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후렴은 노래 속의 혁명처럼 일어난다> 등에 이은 네 번째 장편이다. 어떤 점에 착안해 만들었나.
=필리핀 감독 이스마엘 베르날에 대한 헌사 같은 작품이다. 80년대 40여편의 영화를 찍은 감독이다. 영화를 하면서 그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마음먹었다. 그의 작품 중 <스카치 온 더 락스 투 리멤버 블랙 커피 투 포겟>은 감독이 제작자와 불화로 필름을 불태워버려서 아무도 보지 못한 작품이다. 그 작품의 다음 작품에서 인물과 내용, 배경을 가지고 와서 <이상한 루카스>의 이야기를 구성했다. 내 영화를 통해 이스마엘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빈 부분에 연속성을 주고 싶었다.

-필리핀의 시골 마을에서의 영화 촬영에 대한 기억이 주요 사건 중 하나다. 전작 <나의 어린 시절>처럼 이번에도 당신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나.
=어릴 적 우리 동네에서 영화 촬영을 한 적이 있다. 영화로 보니 우리 집과 엑스트라로 출연한 동네 사람들이 다 달라 보였다. 익숙한 것들이 전혀 다르게 변해 있는 모습이 충격적이더라. 그 감정을 영화 작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모두 일상의 고충을 겪으며 살아가겠지만 영화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일상에서 고충을 겪는 사람들이 영화에서는 새로운 삶을 연기하면서 본인이 처한 고충을 잊기도 한다. 영화의 그런 매혹적인 지점을 투영해보고 싶었다.

-이스마엘 베르날 감독의 영상들도 소스로 사용했나. 과거와 현재가 섞인 다양한 이미지들이 나열되고 혼재돼 있다.
=특정 이미지 컷을 사용하지는 않 았지만 80년대 필리핀 대중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싶었다. 셀 룰로이드 필름의 거친 느낌을 살리고, 음악도 좀 달달하게, 화면이 넘어갈 때도 뚝 끊어지듯이 갑작스럽게, 배우들 연기도 과장되게 연출했다. 옛날 중국영화처럼 입모양도 잘 안 맞게 했다. 현대적인 기법과는 다른 추억의 영화 같은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소스들은 시나리오 없이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을 최대한 많이 찍어놓고 편집실에서 그걸 보고 다시 구성했다. 상상력과 영감을 가미하는 과정을 거쳤다.

-실험적인 영상이지만 소재는 필리핀의 전통과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둘의 하모니가 당신 작업의 요체인 것 같다.
=독재정권에서 민주주의로, 정치적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변환기를 건너온 경험이 영화 작업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또 요즘 필리핀영화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작업해 온 이들에 대한 존경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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