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즈 루어만이 의상과 프로덕션을 담당한 캐서린 마틴(둘은 부부이기도 하다)에게 처음으로 주문한 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뉴욕은 싫다”는 것이었다. 모던하고, 본능적이며,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뉴욕, 피츠제럴드가 보고 느꼈던 당시의 뉴욕을 재현하라는 것이었다. 소설의 배경은 1922년 여름, 출판은 1925년이었다. 시점은 결국 1922년부터 대공황이 일어난 1929년까지로 삼았다. 캐서린 마틴은 “작은 것 하나까지 모두 실존 인물들의 의상, 장신구, 문화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졌다. 일부 언론에서 당시 어떤 건 존재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 나는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소품과 의상의 자료를 다 보유하고 있다. (웃음) 실루엣을 좀 과장한 건 있지만 모두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한 거다”라고 전한다.
1920년대는 20세기 패션의 태동기이니만큼 이만큼 즐거운 의상 작업도 없어 보인다. 바야흐로 여성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거추장스러운 속옷을 벗어던졌고, 짧은 치마의 시대가 도래했다(물론 짧다고 해도 무릎 아래다!). 이 분위기를 반영한 생동감 넘치고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스타일을 영화 속 의상의 기본 컨셉으로 잡았다. 데이지는 낮에도 집 안에서는 무도회 드레스를 입는 화려한 여자. 이를 실현시킨 건 이탈리아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다. 마침 <로미오와 줄리엣>부터 인연을 이어온 터라 프라다에서 그 시대에 만들어진 자료 의상들을 모두 협찬해주었다. 파티장면을 위해 새로 제작된 드레스도 40벌이 넘는데, 모두 해당 배우에게 정확히 맞도록 디자인하고 재단했기 때문에 따로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캐리 멀리건의 전언이다. 영화 속 데이지가 끼고 나오는 값비싼 약혼반지와 진주 다이아몬드로 제작된 머리 장식은 모두 티파니사의 작품이다. 남성 의상도 슈트만으로도 각 캐릭터의 특징을 단박에 알 수 있는데, 개츠비의 의상이 소설에 묘사된 크림색 슈트로 격조있게 만들어졌다면, 데이지의 남편이자 불륜남인 톰의 의상은 불신감을 주기 위해 파격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의상 제작에는 전통의 남성복 업체인 브룩스 브러더스가 참여했는데, 턱시도 200벌, 일상복 1200벌을 포함해 총 2천벌의 의상이 만들어졌다. 특히 파티장면에서 선보인 의상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규모다. “호주에 우리 의상팀원이 90명 있는데, 일주일 동안 의상을 누가 제일 많이 만드나 시합을 벌여 상을 주기도 했다. (웃음) 거의 경주하는 기분으로 계속 의상을 만들어야 했다. 엑스트라가 아침부터 줄을 서 있으면 작업을 해서 바로바로 입히는 식이었다.” 디카프리오는 마치 옷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는데, 어쩌랴. 관객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코스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