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방콕 바캉스의 진수
2013-07-01
글 : 윤이나 (TV 평론가)
홍자매 신작 드라마부터 나영석 PD 예능까지, TV로 여름나기
<꽃보다 할배>

2012년 지상파 드라마의 가장 큰 수확이자 발견은 SBS의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였다. 이 작품으로 SBS 연기대상을 받은 손현주는 수상소감에서 <추적자>는 “없는 게 많은”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스타도, 아이돌도 없었고, 방영 초반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좋은 제작진과 좋은 배우가 있다면 좋은 드라마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추적자>는 증명해냈다. <황금의 제국>은 바로 그 <추적자>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다시 뭉친 드라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년간의 한국 경제 격동기를 배경으로, ‘제왕’의 자리를 놓고 갈등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단 한편으로 ‘믿고 보는’ 수준에 오른 박경수 작가의 대본과 손현주, 박근형 연기의 합 위에서 고수와 이요원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가가 <황금의 제국>이 <추적자>를 이어갈 작품이 될지 아닐지를 확인할 수 있는 열쇠다. 말갛기만 한 고수의 눈동자가 강렬한 욕망의 불꽃으로 타오를 즈음이면 여름의 절정일 테니, 이열치열의 기분으로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잠들지 못하는 여름밤에 로맨틱코미디가 필요하다면 역시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의 <주군의 태양>(SBS)이다. 지난해 <빅>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홍자매의 절치부심이 공효진을 다시 불러왔다. <환상의 커플>부터 <미남이시네요> <최고의 사랑>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홍자매의 드라마에는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여주인공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은 없다. ‘공블리’ 공효진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듣지 못하는 것에 휘둘리며” 살아온 여자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지, 소지섭이 “오만방자하고 자기중심적”인 남자를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낼지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로맨틱코미디 앞에 ‘호러’를 덧붙인 <주군의 태양>은 납량특집으로서도, 로맨스로서도 꽤 괜찮은 퓨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여름 케이블 채널의 최고 기대작은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살인 백일섭이 막내의 위치에서 다른 배우들의 커피를 타는 한장의 사진만으로 tvN <꽃보다 할배>는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와 예능을 통틀어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 됐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을 국민 예능으로 만들었던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는 ‘여행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문가이면서 출연자들과의 ‘밀당’에 가장 능한 제작진이다. 이들이 평균 76살의 ‘꽃할배’들과 어떻게 ‘예능’을 만들어갈지, 그리고 ‘젊은’ 멤버로 합류한 이서진(43살)은 대선배들과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마음에 차는 휴가나 여행을 준비하지 못한 당신에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유럽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물론 할아버지를 모시고 여행하는 기분이 들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2년에 한번, 여름이면 MBC <무한도전>의 가요제가 선물처럼 찾아온다. 멤버들간의 장난스러운 대결이었던 2007년의 ‘강변북로 가요제’로 시작해, 2009년에는 가수들이 참여해 좀더 규모가 커진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가 열렸다. 2011년의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는 거대한 축제였다. 가요제는 대한민국 예능에서 가장 복잡한 역사와 견고한 팬덤을 가진 <무한도전>의 2년을 정리하고 성장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도전이다. 2013년의 가요제는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홀수해의 여름을 ‘무도 가요제’ 없이 지나가기는 섭섭한 일이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