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소리질러! 목이 터질 때까지
2013-07-01
글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라인업 눈부신 2013년 록 페스티벌 요점정리
나스

2013년은 페스티벌의 정점이라고 해도 좋을 해다. 올해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은 10개가 넘고, 그중 다수가 7∼8월에 집중되어 있다. 어디로 갈까,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혹자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비롯해 해외에서 선전한 아이돌의 K-POP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인지도와 시장성이 이전에 비해 더없이 높아진 결과라며 감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관점도 가능하다. 이렇게 페스티벌이 늘어난 맥락에는 2007년 이후로 미국의 음악시장 구조가 음원 중심으로 재편되며 대부분의 수익을 공연으로 충당하게 된 배경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저들 입장에서 아시아는 그나마 미개척지이고, 한국이야말로 선택 가능한 지역이라는 것. 여기에 내한공연에 대한 박탈감을 가진 국내 정서와 왜곡된 내한공연 경쟁, 대기업의 관여 등이 더해져 페스티벌이 급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그러니까 2013년의 페스티벌 붐은 오히려 관점을 크고 넓게 가지기를 요구한다. 한국 밖은 도대체 어떤 상황인가. 음악산업 전체에서 아시아는 어떤 위치인가. 한국 내부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는 음악과 공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음악시장이 음반, 음원, 공연으로 분리된 것은 21세기적 상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인가. 이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분화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페스티벌의 대홍수는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어쩌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오히려 비정상적인, 한편으론 과도기적인 현상이 아닌가. 한국 음악시장의 성장이 아니라 지구적인 음악산업의 생존본능과 연관이 더 크지 않을까. 수시로 공개되는 라인업을 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다가도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연 이 재미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아무튼 올해는 일단 차려진 밥상을 제대로 음미해보는 해가 될 것은 분명하다.

자미로콰이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vs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이 두 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이었다. 지산 밸리 리조트와 CJ E&M의 협력관계가 깨진 결과로 졸지에 아메바처럼 분화되었는데 규모나 라인업도 비슷하다. 일단 안산에는 더 큐어와 스크릴렉스, 나인 인치 네일스와 폴스가 온다. 여기에 박정현, 불독맨션, 커먼그라운드, 다이브, 뱀파이어 위켄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스테레오포닉스, 스티브 바이, 유승우, 봄여름가을겨울 등이 출연하는데 비교적 2013년 음악계에 의미가 있는, 동시대적인 라인업을 선보이는 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크릴렉스와 더 큐어가 궁금하다. 공연장에 가기 전에 이 둘의 음악을 필히 예습하고, 그것이 현재 음악계에 미친 영향을 미리 찾아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이다.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은 이름을 ‘밸리’에서 ‘월드’로 바꾸고 위저, 플라시보, 자미로콰이를 불렀다. 눈에 띄는 이름은 나스와 댄디 워홀. 2000년 초반에 미국 인디 록을 찾아 들었다면 댄디 워홀의 공연이 좀 궁금할 것 같다. 델리스파이스와 디어후프, 도쿠마루 슈고, 아마도이자람밴드, 쏜애플의 공연을 주목할 만하고 또한 다수의 DJ 공연들도 추천할 만하다. 전반적으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을 보이는데 일단 방방 뛰는 위저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된다. 그리고 둘로 쪼개졌으니 어쩌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차가 덜 막힐지도 모르겠다.

플라시보

슈퍼소닉 페스티벌 vs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티브레이크

2012년의 ‘슈퍼소닉’은 일본의 ‘서머소닉 페스티벌’과 연계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첫회 페스티벌로서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행사였다. 올해는 더 나아질까? 일단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펫 숍 보이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뉴 트롤스의 이름이 눈에 띈다. 특히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최근 앨범의 경이로운 성공과 함께 가장 궁금한 밴드일 것이다. 몇해 전 지산에 왔던 펫 숍 보이스는 그 기회를 놓친 사람들을 확실히 자극할 것 같고. 뉴 트롤스 역시 내한공연을 놓친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로 여겨질 듯. 이외에 자우림, 글렌체크, 윌리 문, 버벌진트, 슈퍼키드, 황신혜밴드 등의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다. 추천하는 무대는 아무래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다. 공연장에서 이들이 뿜어내는 건 열기라기보다는 관록이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그것도 최고로 살아온 사람의 표정을 보고 싶다.

‘시티브레이크’는 현대카드가 처음 개최하는 페스티벌이다. 비욘세, 스티비 원더, 레이디 가가, 에미넴 등을 소개한 슈퍼콘서트의 19번째 순서로 ‘슈퍼콘서트×슈퍼콘서트’란 컨셉을 가진다. 슈퍼콘서트의 일환이지만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페스티벌로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그만큼 라인업이 화려한데 메탈리카, 뮤즈, 이기 앤드 더 스투지스, 애시를 비롯해 김창완밴드와 장기하와 얼굴들 등이 출연한다.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라인업이 훨씬 적게 공개되었지만 이 정도로도 일단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단은 메탈리카와 뮤즈를 들으면서 그 둘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를 체크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이기 앤드 더 스투지스, 혹은 이기 팝이 20세기 록 역사에 끼친 영향 등을 미리 공부해가도 좋을 것이다. 사실 이 페스티벌은 이제 겨우 몇팀의 라인업만 공개된 상황이라 수시로 체크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위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한국 음악 페스티벌의 시초이자 지역사회와 가장 잘 연계된 페스티벌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올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이전에 열리던 드림파크 부지가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하면서 다시 송도로 돌아왔다. 특히 올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음악 공연 외에도 아시안 뮤직 마켓을 열어 국내외 바이어들이 몰릴 예정이다. 여기서는 프로모터들과 레이블, 배급사들 외에도 해외로 진출하거나 국내에 진입하고픈 신인 밴드들도 대거 소개될 예정. 여러 가지 의미에서 페스티벌의 기능과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편 해외 밴드들은 스웨이드, 테스타먼트, 스틸하트, 마마스 건, 빅 핑크, 글래스베가스, 포르노 그라피티 등이 출연하고 국내는 윈디시티, 내 귀에 도청장치, 로맨틱 펀치, 오지은, 몽니, 바이바이배드맨 등이 출연한다. 일단 스웨이드와 스틸하트의 이름이 눈에 띄는데 최근 호평과 동시에 큰 성과를 거둔 새 앨범으로 스웨이드를 예습하고(물론 <New Generation>을 들을 수 있겠지만!) 굵고 낮은 저음의 <She’s Gone> 떼창을 목격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예매 사이트로 꼬드긴다. 한편 글래스베가스(글래스고와 라스베이거스를 결합했다)의 공연도 놓치지 말 것. 수많은 클럽 공연으로 다져진 근육이 손에 잡힐 것 같은 음악을 선보인다. 자, 그럼 이제 노래방에서 <She’s Gone>을 당당하게 부르며 연습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