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석 연휴와 연말 연초의 겨울방학은, 애니메이션 명가들이 왕위 쟁탈전을 벌이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본격적인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기에 앞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극장가를 찾을 애니메이션 기대작들을 소개한다.
디즈니-픽사
새로운 공주의 탄생
물량 공세로 보자면 디즈니와 픽사의 압도적인 우세다. 픽사의 인기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 격인 <몬스터 대학교>(9월12일, 픽사)를 시작으로 <카>의 제작진이 다시 뭉친 <비행기>(12월19일, 디즈니), 새로운 디즈니 히로인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겨울왕국>(2014년 1월23일, 디즈니), 멸종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공룡 세계를 조명한 <굿다이노>(2014년 5월 말, 픽사)가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원작으로 하는 <겨울왕국>. 아렌델 왕국의 공주 안나가 세상을 얼음왕국으로 만든 언니 엘사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다룬 이 애니메이션은 여러모로 픽사의 전작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떠올리게 한다(심지어 공개된 작화의 느낌도 비슷하다!). 디즈니의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픽사의 활력이 어우러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 작품은 디즈니 왕국의 고고한 자존심을 다시 드높일 수 있을까.
드림웍스
진화한 기술력의 드래곤
드림웍스의 라인업은 짧고 굵다. 드림웍스 필모그래피의 분기점이 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드래곤 길들이기>의 속편과 미국의 1960년대 인기 TV애니메이션 시리즈 <록키와 불윙클 쇼>로부터 영감을 받은 <미스터 피바디 & 셔먼>이 그들이다. <드래곤 길들이기2>(2014년 상반기 개봉)에선 소년 히컵과 용 투슬리스의 우정으로 평화를 맞이한 바이킹-드래곤 종족 앞에 새로운 적이 나타난다. 얼음동굴에서 새로운 드래곤과 신비의 드래곤 라이더를 발견한 히컵 일행은 세계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번 힘을 합친다. 특히 이 작품의 제작진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드래곤 길들이기2>는 기술적인 면에 있어 프리모와 토치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드림웍스의 첫 작품이 될 거라 밝힌 적이 있다. 캐릭터의 감정을 한층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인기 시리즈의 속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미스터 피바디 & 셔먼>(2014년 상반기 개봉, 한글 제목 미정)은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타임슬립 애니메이션이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 강아지 피바디와 그가 입양한 소년 셔먼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나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을 마주한다. 드림웍스다운 허를 찌르는 설정과 <라이온 킹>의 감독 롭 민코프의 연출력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일루미네이션
악당, 딸바보가 되다
지난 7월 북미 개봉한 뒤 전세계적으로 7억8천만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 <슈퍼배드2>가 9월12일 개봉한다. 달을 훔치려는 자신의 계획에 입양한 세딸을 이용하려 했던 ‘나쁜 아빠’ 그루는 어느덧 첫째딸의 연애에 전전긍긍하는 딸바보가 됐다. 그런 그가 세계 최강의 악당 군단에 맞설 비밀 요원으로 투입된다는 것이 2편의 줄거리다. 1편의 개봉 이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작은 악당 미니언들의 비중이 이번 작품에서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이 반갑다. 영화를 미리 본 <씨네21> 기자들에 따르면 전편에서 줄거리의 평범함을 상쇄해줬던 귀엽고 재기 넘치는 장면들도 2편에선 한층 더 큰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단다. 올 추석 극장가의 진정한 다크호스.
소니
코끼리 수박을 조심해
하늘에서 음식이 다시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블록버스터 <2012>를 떠올리게 했던 음식재난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속편이 11월21일 찾아온다. 전편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완전히 해체된 줄만 알았던 플린트의 음식 기계가 여전히 작동 중이며, 돌연변이 음식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2편의 갈등이다. 이번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건 ‘푸디몰’(음식(food)과 동물(animal)의 합성어)들의 탄생이다. 코끼리 모양의 수박과 새를 닮은 오이가 인간을 습격한다니, 어쩌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는 <엑스맨> 시리즈에 바치는 오마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