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거주물체’라는 제목에서 UFO나 외계인을 떠올렸다면 제대로 짚었다. 2009년 장이 작가가 다음에 연재한 <미확인거주물체>는 외계생명체가 시골 마을에 잠시 ‘거주’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UFO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기득권과 외계인에 납치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UFO의 존재를 알리려는 개인이 맞선다. <미확인거주물체>의 영화화를 준비하는 윤경돈 PD와 박준휘 대표를 만났다.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윤경돈 PD_다른 회사에서 UFO가 나오는 상업영화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미확인거주물체> 연재가 시작됐다. 내가 개발하는 것보다 재밌다고 회사에 얘기했는데 결국 판권을 사지 않았다. 회사를 나와 장이 작가를 찾아가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원작 웹툰에서 어떤 장점을 봤나.
=윤경돈 PD_<미확인거주물체>는 웹툰을 즐겨 보는 대중 사이에서는 그렇게 인기있던 작품은 아니었다. 인지도는 낮지만 이야기의 구조나 만듦새가 히트작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숨은 보석이다. 지난해 전주영화제 피칭에 참가하기 위해서 웹툰을 다시 봤을 때 댓글들을 꼼꼼히 봤는데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큰 장점이 되겠다 싶었다.
-<미확인거주물체>는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됐나.
=윤경돈 PD_스타트 단계다. 단독 개발한 시나리오 초고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폐기했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개봉은 201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공동제작을 맡은 박준휘 대표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박준휘 대표_그렇진 않다. 윤경돈 PD가 시작한 프로젝트다. 우리 회사는 웹툰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회사다. 영화화 판권 등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고 라인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웹툰 관련 원소스 멀티유즈(OSMU)에 투자하는 게 두 번째 일이다. 숟가락만 얹은 셈이다.
-원작은 일종의 SF물이면서 언론 등 기득권의 추악한 모습을 다룬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보여줄 예정인가.
=윤경돈 PD_본질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다. 작가가 원래 <E.T.>처럼 착한 외계인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연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박준휘 대표_주변 사람들에게 <미확인거주물체>를 얘기할 때 외계인한테 납치된 엄마 찾는 이야기라고 한다. UFO를 은폐하려는 권력에 관한 내용은 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읽을 수 있다. 2009년이나 지금이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불신이 있는 이상 한국 사회에서 <미확인거주물체>가 갖는 사회적 함의는 있을 것이다.
-비중이 크진 않아도 UFO나 외계인의 비주얼, CG도 중요한 부분일 듯하다.
=윤경돈 PD_UFO는 원작에서 형체가 없다. 스토리상에서는 원작처럼 존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문제는 만화에서만 허용되는 기괴한 캐릭터인 ‘은실이’라는 외계인 크리처 디자인이다.
-웹툰 원작 영화가 느는 추세다. 웹툰에 투자하는 입장에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박준휘 대표_웹툰 원작 영화는 대중에게 검증된 작품들이다. 최근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흥행에 성공했고, <미생>이라는 엄청난 걸작이 나오면서 웹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판권을 사려는 사람도 많다. 지금 판권을 사면 2~3년 뒤에 영화가 나오니까 웹툰 원작 영화의 유행이 조금 더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자자들은 수치화하는 걸 좋아한다.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경우 나는 좋은데 다른 사람도 좋아하는지 판단이 잘 안된다. 그런데 웹툰은 댓글 수만 봐도 기댈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웹툰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나오는 경우가 늘 것 같다.
=박준휘 대표_영화나 드라마화가 유리한 스토리로 많이 가는 추세다. 한국의 웹툰은 출판, 드라마, 영화순으로 제작되는 일본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가 먼저 터져야 단행본 판매도 늘고 웹툰의 유료화도 가능한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