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그렇게 사랑이 가고 우리는 자란다
2013-10-08
글 : 신두영
사진 : 백종헌
홍작가 원작, 이종훈 감독의 <고양이 장례식>

“헤어진 연인은 한번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만난다.” 홍작가의 단편 웹툰 <고양이 장례식>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연애를 그린다. 결혼식장에서 만난 연인이 헤어진 지 1년, 함께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 한때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고양이 장례식을 위해 다시 만난다. 고양이 장례식을 위한 하루 동안의 동행 사이사이 연인들의 행복했던 시간이 겹친다.

원작 웹툰처럼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조를 유지하면서 과거 회상 신을 확장해 장편영화로 재탄생하는 <고양이 장례식>의 이종훈 감독은 원작 웹툰을 보면서 지나버린 시간들이 소환되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연애 이야기라는 확신도 있었다. ‘모두가 한번쯤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만난다’는 웹툰 속 대사가 이종훈 감독의 마음속에 콕 박혔다.

7화 분량의 짧은 단편이 장편으로 각색되는 “거의 재창작에 가까운” 과정에서 원작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인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연애 스토리라는 정서에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추가됐다. “한참 뒤에 뒤돌아봤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연인과 함께 지냈던 시간들을 조금 더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봄날은 간다>는 한 시절이 끝나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그것처럼 <고양이 장례식>에서도 헤어진 연인이 고양이 장례식을 하면서 청춘의 한 시절이 끝나간다는 성장 이야기에 포커스를 뒀다”는 게 이종훈 감독의 설명이다.

이종훈 감독.

웹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음악도 비중 있게 사용할 계획이다. 남자주인공의 직업을 작가에서 인디 뮤지션으로 변경한 것도 음악 때문이다. 이종훈 감독은 “남자주인공이 직접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장면도 등장한다”고 예고했다. <고양이 장례식>에서 알싸한 연애의 감정을 이끌어갈 음악은 웹툰을 단행본으로 출간할 때 새로 추가된 보너스 페이지처럼 느껴진다. <고양이 장례식>에 쓰인 음악은 O.S.T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성장, 음악과 더불어 <고양이 장례식> 속 연애를 애틋하게 만들 장치는 로케이션이다. 원작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주인공들의 동선은 ‘로맨틱 로드무비’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삼청동 등 원작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촬영 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웹툰이 연재되던 2009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대신 영화는 원작에 없는 새로운 공간을 택했다. ‘배가 잘 끊기기로 유명한’ 서해안의 덕적도라는 섬이다. 그래서 원작과는 달리 1박을 하게 된다. 이종훈 감독은 웹툰을 보면서 이전에 가본 적이 있는 덕적도를 떠올렸고, 주인공들이 섬에 가는 설정을 생각했다. 홍대, 흑석동, 경희대 부근 등 서울의 일상적 공간도 현실적 연애를 묘사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이종훈 감독은 “<고양이 장례식>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초창기 허진호 감독 영화처럼 보고 나면 공감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따뜻한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애의 온도>보다는 따뜻하고 <건축학개론>보다는 현실적인 <고양이 장례식>은 촬영 스케줄 때문에 키우던 고양이까지 친구에게 맡긴 이종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적은 예산에도 스탭들이 참여해준 건 좋은 시나리오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고양이 장례식>은 캐스팅이 완료되는 10월 말이나 11월 초 촬영을 시작한다. 내년 상반기 개봉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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