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 감독 김용화 / 출연 미정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진행 미정 / 개봉 2016년 예정
김용화 감독은 최근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앞으로 2년 동안 넘어야 할 고비가 많기에, 지금부터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준비하던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과 함께>는 김태용 감독의 하차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5월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김용화 감독은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초안을 기반으로 저승세계의 밑그림을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의 저승편을 영화화하는 이 작품은 아직 정해진 것보다 앞으로 정해나가야 할 요소들이 훨씬 많지만, 각박한 세상으로부터 받은 개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는 김용화 감독의 연출관은 전작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미스터 고>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2016년 개봉을 목표로 또 한번의 길고 험난한 영화 레이스를 시작한 김용화 감독을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얼마 전 <신과 함께>에 합류했다.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
=아직 시나리오 작업까지는 못 갔다.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풀면 좋을지 제작사, 투자배급사와 함께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1차적인 회의를 했다. 쉬운 작품이 아니다. 한번 출발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으니, 그전에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해보자는 차원에서 크리에이티브팀을 꾸렸다. 매주 과제를 받아 함께 정리하고 있다.
-연출을 맡기까지 고민의 과정이 있었던 걸로 안다.
=원작 만화를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영화라는 점은 분명했고, 두 번째로는 내가 무신론자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믿지 않는 세계에 대해 잘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3년 전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에도 오래 고민 안 하고 거절했고. 최근에 <탈출>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시 <신과 함께>의 연출 제안을 받으며 그런 생각이 들더라. 결국 영화의 본질은 ‘감정’ 아닌가. 관객이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감정을 영화로 잘 풀어내는 게 감독에게는 중요한데,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관객이 보고자 하는 열망이 큰 작품을 먼저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출을 결심하는 데에는 원작의 영향도 있었을 거다. 만화 <신과 함께>의 어떤 지점에 끌렸나.
=원작의 메시지는 결국 인간은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디 앨런의 말처럼, 가질 수 없고 영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갈망 때문에 평생을 치이고 밟히다가 죽어가는 존재가 인간이라면, 그저 인간이기 때문에 지을 수밖에 없는 죄도 있다는 거지. 인간의 탐욕과 쾌락 때문에 이 세상은 불온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저승만큼은 정의로운 세계여야 하지 않을까? 영화를 통해 보다 명쾌하게 저승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이 작품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됐다. 또 영화의 배경이 저승이다보니 시각특수효과(VFX)작업은 필수적이다. <미스터 고>를 만든 경험이 있는 덱스터의 200여 식구들이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를 꼭 해야겠다 싶더라.
-원작 만화에서는 저승에 당도한 평범한 남자 김자홍과 그의 변호를 맡은 저승의 국선변호사 진기한이 주인공이다. 주요인물에 대한 설정은 그대로인가.
=아직 영화의 시점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나는 이 작품이 철저하게 ‘저승차사는 괴로워’의 시점으로 갔으면 좋겠다. 우리 프로듀서님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이 영화를 설명했는데, 그 문장 하나에 완전히 꽂혔다. “신에게도 자신의 지옥이 있다. 그 지옥은 인간들에 대한 신의 사랑이다”라는 내용이다. 인간사에 개입하면 안 되는 저승차사들이 인간을 사랑해서 어쩔 수 없이 인간의 게임에 동참한다. 그런 내용이라면 영화의 드라마가 굉장히 세지지 않을까? 그렇게 <신과 함께>의 저승차사들에 집중하되 자홍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도 유기적으로 작동하길 원한다. 만화와 유사한 부분도 있고, 달라지는 부분도 있을 거다.
-원작은 에피소드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의 경우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큰 서사적 줄기가 있어야 하는데, 원작의 구성을 영화로 옮겨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맞다. 그런 점이 가장 고민되는데, 내가 합류하기 전 리얼라이즈픽쳐스에서 준비했던 초고를 보니 비교적 이야기의 흐름을 잘 정리해놓았더라. 시나리오 모니터링 점수도 높았던 걸로 알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하는 고민은, 어떻게 이승과 저승을 서로의 거울처럼 반영하면서 엔딩까지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느냐다. 만화의 후광이 너무 세다보니 아직까지는 극대화해야 할 이야기와 영화적으로 포기해야 할 이야기가 잘 구분이 안 되어 있다. 만화 <신과 함께>가 전적으로 주호민 작가의 명작인 만큼, 이야기의 좋은 원류는 극대화하고 영화적으로 무익한 부분을 과감하게 정리하면 조금 더 통일성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가 <미스터 고>를 제작할 때보다 덜한 느낌이다. 당시에는 영화가 완성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할 수 없어 잠도 잘 못 잔다고 했다. (웃음)
=맞다. 그런 두려움은 이제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당시에는 한국 기술력으로 <미스터 고>를 만들 수 있을지 너무나 불안했고, 주변에서도 우리가 해내는지 지켜보기에 바빴다. 이제 그 지점은 넘어섰으니, 감독 본연의 김용화로 돌아와야겠지. 재미와 감동을 잘 버무릴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는 준비도 마쳤고 감독으로서 진검승부를 해야 하는데, 잘해낼 수 있을지 그런 점이 두렵다.
-아직 캐릭터 작업을 마친 것은 아니지만 혹시 염두에 둔 배우들이 있나.
=생각하고 있는 분들은 있다. 이번 작품에선 기회가 닿는다면 초울트라 특급 캐스팅으로 진행해보고 싶다. 이제까지 한번도 영화를 만들며 그런 적이 없는데, ‘이 배우들을 다 모았단 말이야?’라는 생각을 관객이 할 정도로 전에 없던 캐스팅을 진행해봤으면 좋겠다. 나도 한번 배우들에게 기대보고 싶다! (웃음)
<신과 함께>는 어떤 영화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으로 구성된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 3부작 중 ‘저승편’에 초점을 맞춘 작품. 세명의 저승차사, 강림, 덕춘, 해원맥을 중심으로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저승사자들의 애환을 조명할 계획이다.
영감은 여기서
“<신과 함께>는 아시아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의 블루매트 촬영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스터 고> 이후에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다양한 작품의 후반작업을 맡으며 우리 회사도 많이 발전하지 않았겠나. 그 작품들을 관통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만화에선 저승의 모습이 이승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인데, 영화 속 저승은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스펙터클할 거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참고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대단한 기술로만 보였는데, 이제는 준비만 잘해놓으면 우리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기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