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자신을 알아봐주는 친구의 입을 통해 퍼져나간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와 사랑에 빠지며 시작된 지오반나 펄비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차세대 감독들에 대한 내리사랑으로 이어진다. 10년 동안 TIFF에서 한국영화의 동반자로 함께해온 지오반나 펄비에게 시티 투 시티-서울 기획에 얽힌 자세한 사정을 들었다.
-왜 이 시점에 다시 ‘서울’인가.
=2002년 TIFF는 ‘내셔널 시네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영화를 처음 주목했다. 박찬욱, 이창동 감독의 영화 등 10편의 영화가 초청되었는데 관객의 만족스런 반응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로부터 10년, 한국영화의 오늘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는 좋은 감독들이 많고 프로덕션의 수준도 높다.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안전한 선택이었다.
-8편의 영화는 어떻게 선정되었나.
=카메론 베일리와 함께 프로그램을 짜면서 각기 필요한 영화를 선정했다. 프로그래머로서 한국에서 얼마나 다양한 영화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게 내 일인데 이번엔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마스터 섹션에 초청된 홍상수, 임권택 감독의 든든한 영화들이 있어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과감히 고를 수 있었다.
-TIFF가 한국영화가 북미로 진출하는 지속적인 통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희망하는 바다. 매년 가지고 오고 싶은 영화들이 많은데 고를 수 있는 편수가 적어서 항상 어렵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나라 중 하나인 만큼 영향력이 늘어나길 바란다. TIFF는 관객과 바이어들의 반응을 보고 시장성을 테스트하기 좋은 영화제다. 관객상의 영향력은 오스카상과 맞먹는다고 자부한다. 그만큼 감독과 관계자들이 직접 와서 관계를 만들고 일을 해야 하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한국영화 시장에서도 좀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