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한국을 직접 방문해 고른 작품들
2014-10-02
글 : 송경원
‘시티 투 시티-서울’ 프로그램과 올해의 한국영화들
<해무>로 토론토를 찾은 한예리.

“한국영화의 다음 세대가 어떤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시아영화 담당프로그래머 지오반나 펄비는 올해 시티 투 시티(city to city)의 주인공으로 서울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올해로 6번째인 시티 투 시티는 특정 도시를 선정해 해당 도시와 국가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TIFF)의 특별 프로그램이다. 텔아비브를 시작으로 이스탄불, 부에노스아이레스, 뭄바이, 아테네까지 이제껏 5개의 도시를 거쳐왔는데, 올해 대한민국 서울이 선정되어 8편의 한국영화들이 토론토 관객을 만났다. 5회까지의 시티 투 시티가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영화를 소개하는 발굴에 가까웠다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만 지속적인 노출이 부족한 한국영화에 대한 재발견의 의미가 더 크다. 임권택 같은 거장을 비롯해 박찬욱, 홍상수, 김지운, 봉준호 등 영화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감독들이 다수지만 다음 세대의 출현과 인식은 정체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한국영화에 특별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표시해온 지오반나 펄비와 영화제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는 카메론 베일리는 한국영화의 현재를 알리고자 이번 시티 투 시티를 기획했다. 지오반나 펄비는 이번 기획전이 기존 시티 투 시티의 연장이 아니라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의 확장임을 강조했다.

박경근 감독의 <철의 꿈>,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 박정범 감독의 <산다>, 이도윤 감독의 <좋은 친구들>, 장률 감독의 <경주>, 임필성 감독의 <마담 뺑덕>, 부지영 감독의 <카트>까지 총 8편으로 기획된 올해 시티 투 시티 프로그램은 상업적인 작품부터 작가주의 영화, 심지어 독립영화까지 장르와 규모를 불문하고 한국영화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이다. 그중에서도 <마담 뺑덕>과 <카트>는 월드 프리미어로 북미시장이 주목하는 가운데 전세계 첫선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를 위해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제작 중인 영화 가운데 초청작을 고르기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버라이어티>가 시티 투 시티 섹션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작품으로 꼽기도 한 <마담 뺑덕>은 초반 최고 관심작 중 하나로 관객 반응은 물론 현지 언론의 평가도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비정규직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한 <카트>는 한국 사회의 오늘을 투영한다는 점 때문인지 Q&A 객석 질문들이 유난히 뜨거웠는데 부지영 감독은 “두 차례의 Q&A 동안 중간에 나가는 관객을 한명도 본 적이 없다”면서 관객의 높은 관심과 애정에 감사를 표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섹션에서 한국영화가 초대되어 곳곳에서 관심을 끌었다. 모두 합쳐보면 총 14편이 초대되었는데 이는 초청작 수로 역대 최고다. 시티 투 시티를 제외하고 가장 눈길을 끈건 갈라 섹션의 <해무>였는데, 봉준호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는 점과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K팝 그룹 JYJ의 박유천이 출연한다는 점 때문에 기간 내내 화제를 모았다. 임권택 감독은 <하류인생> <천년학>에 이어 <화장>으로 세 번째 토론토 초청을 받았으며 홍상수 감독 역시 <다른 나라에서> <우리 선희>에 이은 3년 연속 초청의 기록을 세웠다. 마스터즈 섹션에 초청된 만큼 믿고 보는 관객이 몰려 연일 매진을 기록했고 지역 한인들의 관심이 특히 높았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캐나다 거주 한인 앨버트 신(30) 감독의 <인 허 플레이스>는 주목받는 신인감독을 소개하는 ‘디스커버리’ 섹션에 초청받았는데, 투자와 프로덕션을 캐나다에서 진행하고 한국 스탭들과 함께 한국에서 전부 촬영한 새로운 형태의 제작 사례를 남겼다. 유순미 감독의 <북녘에서 온 노래>와 김경만 감독의 단편 <삐소리가 울리면>처럼 북한을 소재로 해 눈길을 끈 영화들도 있었다. 다양성이 핵심인 TIFF에서도 한국, 한국영화에 대한 확실한 인상을 각인시킬 만한 다채로운 구성이 돋보이는 한해였다.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시킬 계기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