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판타스틱한 블랙홀 같은 영화에 빨려들다
2014-11-27
글 : 이주현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우 매튜 매커너헤이, 앤 해서웨이 아시아 기자회견 현장
왼쪽부터 에마 토머스, 매튜 매커너헤이, 앤 해서웨이, 크리스토퍼 놀란.

11월의 상하이 하늘은 흐렸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바람을 오래 쐬고 난 저녁엔 어김없이 마른기침을 콜록거렸다.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미래가 기묘하게 뒤섞인 도시 상하이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 촬영지가 된 후로 더욱 SF영화의 배경처럼 다가오게 되었는데, 모래폭풍이 몰아닥쳐 식량난을 겪게 되는 미래가 배경인 <인터스텔라>의 아시아 기자회견 장소로 상하이를 택한 것이 의미심장해 보였다. 11월10일, 중국, 대만, 홍콩의 200여개 중화권 매체와 한국 기자단이 참석한 <인터스텔라> 아시아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에선 11월6일에 영화가 개봉했고, 주말 3일 동안 190여만명이 <인터스텔라>라는 강력한 ‘블랙홀’ 속으로 자진해서 빨려들어갔다. <인터스텔라>에 대한 한국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전하자 크리스토퍼 놀란은 “SF 장르에 대한 충성도 높은 관객, 과학적 수준이 높은 관객이 한국에 많은 것 같다”는 말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그의 부인이자 영화 제작자인 에마 토머스, 두 주연배우 매튜 매커너헤이와 앤 해서웨이가 영화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를 요약해 옮긴다.

Christopher Nolan 크리스토퍼 놀란

▶ “차가운 우주와 인간의 따뜻한 감성을 극명하게 대비하고 싶었다. 우주로 나간 인간을 통해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또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무의식적 오마주가 이 영화에 담겨 있다. 로봇 타스의 디자인 역시 그런 오마주의 일종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로봇 모노리스는 미니멀리즘과 모던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인터스텔라>의 타스와 케이스를 디자인할 때도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외형이었으면 했다. 고도의 지능을 지닌 로봇의 역할, 기능 수행에 충실한 디자인을 원했다.”

▶ “35mm필름과 65mm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한 이유는 필름이 디지털보다 컬러, 이미지, 해상도가 더 좋기 때문이다. 필름보다 더 좋은 대체재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필름 촬영을 고수할 것이다.”

▶ “영화에 나오는 과학 용어와 이론을 몰라도 영화를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제임스 본드 영화(‘007’ 시리즈)를 볼 때, 폭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몰라도 영화 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아내를 잃은 남자가 주인공으로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유는 <메멘토>의 복수라든지, <인터스텔라>의 우주탐사라든지, 인물이 극한의 상황에 처해야만 전개되는 서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 “흥행의 이유? (영화가) 판타스틱하니까.”

▶ “열린 결말과 속편 계획? 그건 답하기 곤란하다.”

Matthew McConaughey 매튜 매커너헤이

▶ “크리스토퍼 놀란은 블록버스터영화를 만드는 감독이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감독이다. 내 출연작 모두를 합해도 그의 영화 한편을 상대할 수는 없다.”

▶ “오로지 이것만이 정답이다, 하는 것은 없다. 촬영을 하다보면 여러 개의 옳은 답이 있을 수 있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내 것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사실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만 하고 똑같은 의견만 낸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들어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 “크리스토퍼 놀란은 언제나 영화에 푹 빠져 있다. 또 문제 해결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감독이다. <인터스텔라>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 처음엔 걱정도 있었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영화를 찍는데 문제가 없진 않겠지, 하는 걱정. 하지만 촬영하는 5개월 동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항상 물 흐르듯 현장이 돌아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영화에 반영돼 현실적으로 구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이 놀라웠다.”

▶ “오스카상? 특별한 기대는 없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오스카상을 받기 전에 이미 <인터스텔라>에 출연하기로 결정됐었다. 오스카상을 받았다고 해서 연기에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 배우로서 촬영에 임하는 과정은 어찌보면 단순하다. 시나리오를 잘 이해한 뒤 사람들과 협업해서 좋은 결과물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게 배우의 일이다.”

▶ “영화를 찍는 동안 끈기가 필요했다. <인터스텔라>는 괴물(beast) 같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도 괴물 같았고, 규모도 어마어마했고, 촬영도 다섯달이나 진행됐다. 촬영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했다.”

Emma Thomas 에마 토머스

▶ “크리스토퍼 놀란과는 프로듀서와 감독의 관계, 부부 관계로 엮여 있는데 일과 가정을 구분 짓기는 사실상 어렵다. 24시간 붙어 있기 때문에 일적으로 부딪힐 때가 많다. 영화 제작 기간에는 아무래도 집에서도 계속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지 않을 때는 일과 관계된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4명의 아이를 둔 엄마이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을 하지 않아도 무척 바쁘다. 아이 넷 키우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 “함께 일해서 좋은 점은 우리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촬영장에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 “영화에서처럼 지구에 남느냐, 우주로 떠나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면, 지구에 남겠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떠나는 사람들은 고귀하다. 나 역시 그러고 싶지만 아이들 때문에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Anne Hathaway 앤 해서웨이

▶ “브랜드 박사라는 캐릭터가 좋았던 이유는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영화 속 여성 캐릭터와 달랐기 때문이다. 브랜드 박사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이다. 남자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틀에 박힌 여자주인공이 아니어서 매력적이었다.”

▶ “촬영하다 의견 충돌이 있을 땐 대체로 감독의 말을 듣는 편이다. 예전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놓지 못해서 힘든 적이 많았다. 그런데 한 연기 선생님이 이런 조언을 하셨다. ‘놓아버려라.’ 결국 ‘옳은 사람이 되거나 자유로운 사람이 되거나’의 문제였고, 이후 나는 자유로워지는 것을 택했다. 내려놓는 법을 배운 것이다.”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를 함께하자고 했을 때 내용이 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하겠다고 답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매우 창의적이고 특별한 감독이다. 그와의 작업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어 두 번째인데, 캣우먼과 브랜드 박사는 닮은 듯 다르다. 우선 두 캐릭터 모두 스마트한 여성이다. 캣우먼은 지적이진 않지만 생존능력이 뛰어나고, 브랜드는 그야말로 똑똑한 여성이다. 둘 다 매력적이었다.”

▶ “처음 우주복을 입었을 땐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마냥 좋았다. 그런데 우주복을 입고 40분이 지나자 그 무게감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주복을 입은 채로 물속에서 전력질주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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