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오키나와의 과거, 싱가포르의 미래
2015-04-16
글·사진 : 윤혜지
제13회 홍콩-아시아필름파이낸싱포럼(HAF)에 신작 프로젝트 출품한 하라 가즈오, 탄핀핀 감독 인터뷰
하라 가즈오 감독과 다이스케 피디(왼쪽부터).

<오키나와의 기억>(가제) 하라 가즈오 감독

1945년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 미군과 일본군은 오키나와에 주둔하며 오키나와 주민들을 각기 다른 형태로 억압한다. 이때 주민들에게 여러 잔학 행위가 가해졌다. 종전 뒤에도 주민들은 트라우마로 오랫동안 고통받았다. 1945년에 태어난 하라 가즈오는 스무살이 돼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중 오키나와를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전쟁후유증을 앓는 주민들을 치료하는 의사 시마 시게오를 만났다. 그 이후 하라 가즈오의 가슴속엔 오키나와가 특별한 의미로 자리잡았고,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두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하라 가즈오는 다시 한번 오키나와가 품은 피의 역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국내엔 <치카의 여러 얼굴>(2005) 이후 행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

=미나마타병에 관한 17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은 쓰치모토 노리야키 감독이 2008년에 작고하셨다. 그분 이후 아무도 미나마타병에 관한 필름을 만들지 않았다. 모든 일본인이 그 이슈를 잊어가고 있었다. 내가 그 의지를 이어 석면 피해를 함께 다룬 <석면, 미나마타-일본의 마을>을 11년 전부터 찍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오키나와의 기억>은 <극사적 에로스>(1974), <가자 가자 신군>(1987)에 이어 또 한번 태평양전쟁의 후유증을 다룬다.

=70년 전 오키나와로 피신 온 대만 가족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른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일본 사회는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쭉 말해왔다. 요즘 가장 의식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지루하고 재미없을 뿐인가? 아주 혐오한다. (웃음) 일본엔 혁명이 필요하다. 1989년, 쇼와 시대가 끝장나고 새 시대가 도래했는데도 일본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고도성장기를 맞이한 일본은 제조업이 폭넓게 발달했는데 당시 건물 짓는 데에 많이 쓰인 석면이 인체에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관련 대책을 만들라는 시민운동이 번졌지만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이에 관해 침묵했다. 나는 이놈들 때문에 단단히 열받았다. (웃음) 아마 오래지 않아 <오키나와의 기억>과 <석면, 미나마타-일본의 마을>을 공개하게 될 거다.

탄핀핀 감독.

<타임캡슐> 탄핀핀 감독

꾸준한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싱가포르 사회와 역사를 기록해온 탄핀핀 감독이 이번엔 싱가포르의 미래를 기록하겠다고 나섰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이 싱가포르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땅에 묻기로 한 타임캡슐 제작 과정을 담기로 한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기억하고 어떤 것을 망각하는지에 관심이 많다”는 탄핀핀 감독은 타임캡슐 제작에 관해 품은 여러 궁금증을 “영화적으로” 풀어보기로 한다.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2013)는 지금도 싱가포르에서 개봉하지 못하고 있나.

=그 작품 이후로 몸무게가 3kg이나 빠졌다. (웃음) 여전히 개봉을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 주변 국가들을 열심히 돌며 상영하고 있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이다. 보다시피. (웃음) <타임캡슐>을 준비하는 동안 박경근 감독의 <철의 꿈>(2013)과 정윤석 감독의 <논픽션 다이어리>(2013)도 보게 됐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신작 <타임캡슐>에는 무엇을 담고, 무엇을 담지 않을 것인가.

=싱가포르는 뎅기열 감염의 충격 때문인지 한달에 한두번씩은 꼭 소독약을 시내 곳곳에 살포한다. 시내가 뿌연 연기로 덮여 모든 상점은 문을 닫고, 건물들은 구조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또는 새롭게 준공한 스타디움의 모습과 같은 현대 싱가포르의 여러 모습들을 기록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의 여러 가지를 타임캡슐에 넣어 50년 뒤에 다시 열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타임캡슐 안에 무엇을 넣고, 넣지 않을지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또 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어떤 자격으로 그 결정을 내리는 것인가. 그게 궁금했다.

-기획이나 촬영에 참고한 것이 있나.

=늘 참고하는 건 프랑스의 다큐멘터리스트 크리스 마르케, 촬영감독 이반 폴루닌이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싱가포르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찍었던 데서도 영감을 얻었다. 이반 폴루닌의 수십년 전 작품을 보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타임캡슐>로 인해 싱가포르 사회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좋겠다.

-현재 얼마나 진행됐나.

=아마도 2016년에 촬영을 마치고 그해에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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