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의 삼천포 역으로 인기를 얻은 이후로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에서는 굿 전문 박수무당으로, <살인의뢰>(2014)에서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돼버린 남자로 영화의 주연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사이에도 그는 숨을 고르는 대신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에 이어 <군도: 민란의 시대>(2014)에 백성 장씨로 등장해 윤종빈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나갔고, 네 작품을 함께하며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하정우의 연출작 <허삼관>(2014)에선 허삼관의 친구로 출연하기도 했다.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그의 필모그래피는 빼곡히 채워졌지만, 그 틈에 스스로도 눈치챌 만큼 그는 조금은 지쳐 있었다.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내 연기에 대해서도 고민하던 때였고. 깡패, 살인범부터 굉장히 코믹한 캐릭터도 소화해봤다. <살인의뢰> 때는 욕심을 너무 많이 내며 연기를 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빠져서 했다. 그러고 나니 이제부터는 내가 어떤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연기해나가야 할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때 마침 김휘 감독님으로부터 <퇴마: 무녀굴>의 진명 역을 제안받은 거다.”
진명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퇴마사다. 환시나 환청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의사로서 차분히 상담을 이어나면서도 그 자신 역시 대 무당으로 이름을 떨쳤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환시를 경험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다 선배의 아내인 금주(유선)가 겪는 빙의를 치료하다 함께 그녀의 과거를 좇으며 퇴마를 행하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금주의 이야기를 좇아가는 극 안에서 진명은 다소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나 자신을 내려놓고, 욕심을 조금 덜 부리고 연기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싶었다. 힘을 빼고 연기하는 법을 연기를 통해 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웃사람>(2012)으로 인연을 맺은 김휘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부산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하면서 나도 환기가 될 것 같았다.” 연기를 쉬는 대신 되레 연기를 하면서 복잡한 마음을 다잡기로 마음먹은 그는 그렇게 진명이 되었다.
진명을 통해 김성균이 풀어내야 했던 첫 번째 과제는 의사로서의 신뢰감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 ‘이제 너도 전문직 캐릭터에 욕심을 내볼 때다, 영역을 넓혀야 하지 않겠나. 관건은 네가 의사로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다.’ 지금까지 내가 맡은 역 중에 최고의 전문직이다. 의사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면들을 거둬내고 최대한 편안한 말투로 가보자고 생각했다. 근데 또 모르겠다. 나중에 영화 보시고 ‘네가 영화에서 한 게 뭐냐’는 평가를 들을까봐 두렵기도 하다. (웃음)” 그의 또 하나의 숙제는 배우로서의 상상력을 끝까지 놓지 않는 데 있었다. “배우는 끝없이 상상해야 하는 사람이다. 특히 이번처럼 공포물의 경우는 연기 상대가 바로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배우가 잘 상상하고 그걸 스스로 믿으며 가야 한다. 없는 대상이지만 있다고 믿어야지 그걸 못하면 연기에 다 티가 난다. 같이 호흡을 맞춘 배우들끼리는 그걸 ‘버틴다’고 말했다. 한명이라도 못 버티면 와르르 무너졌을 텐데, 다들 뚝심 있게 버텨줬다. 상대배우들이 그렇게 해주면 그걸 믿고 나는 또 따라가는 거다.”
자신의 힘만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동료들과 짐을 나눠 지고 극을 완성해나갔다. “최근 주연작을 맡으면서 어깨가 무거워진 게 사실이다. 내가 주인공인 영화의 성적이 생각만큼 안 나왔을 때 많이 속상했다. 그런데 나나 스탭들 모두 최선을 다 했고 가만히 따져보면 흥행 성적이 영 안 좋았던 것도 아니다. 마냥 좌절하기에는 이르다. 사실 <응답하라 1994> 끝내고 시나리오가 정말 많이 들어왔는데 그것도 1년 정도만 가더라. (웃음) 평소 나는 큰 주목은 너무 부담스러우니 소란스럽지 않게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배우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게 운명인 것 같다. 그래야만 하고 싶은 연기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인기의 신열 뒤에 차분해진 마음으로 그는 또 한번의 도약을 만들어가고 싶다. 아마도 그 시작은 <응답하라 1994>의 80년대 버전인 <응답하라 1988>이 되지 않을까. “라미란씨와 부부로 등장한다. 벌써부터 웃기다고? 다들 그러더라. 나름 나도 어떤 기대가 있다. 10월 방송예정이라 8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 시나리오가 아직 안 들어와서…. 차분히 생각해보려 한다. 그전에 이번 드라마가 잘되면 방송계의 ‘아빠 시장’을 노려볼까 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