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무녀굴>은 퇴마사로 활동 중인 정신과 전문의 진명(김성균)과 그를 돕는 조력자이자 영매인 지광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승을 떠도는 원혼을 찾아나선 퇴마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즉, 탐정영화의 틀을 쓴 공포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오랜만에 여고생이 등장하지 않는 한국 공포영화라는 신선함은 여름을 기다리는 장르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이다. 그만큼 진명과 지광은 영화 전체의 톤 앤드 매너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중에서도 극중 유일하게 혼령과 인간을 만나게 하는 신묘한 능력을 지닌 영매 지광은 특히 중요한 인물이다.
데뷔작 <제니, 주노>(2005)의 주노와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2006)의 민호로 기억되는 배우 김혜성은 그동안 군복무로 인해 잠깐 동안의 공백기를 가졌다. 그가 제대 후 첫 스크린 복귀작으로 맡은 영매 지광은 시나리오상에서의 캐릭터의 비중뿐만 아니라 연기 형태에 있어서도 굉장한 도전과제였다. 지광은 생전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받으며 살았던 자들이 원혼이 된 사연을 유일하게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캐릭터다. 그러다 보니 김혜성은 모든 극중 사건의 흐름을 “오로지 얼굴 표정으로만” 표현해내야 했다. “거친 숨소리에 사연과 감정을 담아내는 연기”를 경험한 것이다. CG효과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던 촬영장에서도 물론 그랬겠지만, 그가 지광을 연기하는 것이 당연히 자기와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특별히 해당 연기에 대한 자문을 구할 배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던 그는 실제 빙의 경험이 있는 무속인을 찾아가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줬던 건 뜬금없지만 유튜브 채널이다. “유튜브에는 실제 빙의를 경험한 환자들을 촬영하거나 굿하는 무속인들의 모습 등을 기록한 영상자료가 많았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온몸을 부르르 떨거나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 동시에 거친 호흡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더군다나 모든 연기를 상대배우의 연기에 맞춰 해야 하는 통에 컷 사인 떨어지면 그대로 주저앉을 정도로 힘을 쏟았다. “실제 무속인들도 영매 일을 하고 나면 그렇게 진이 빠지고 배가 고파진다고 하더라. 물론 그분들처럼은 아니었겠지만 굉장히 힘든 경험이었다.”
“나 혼자 튈 것이 아니라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그는 사실 2013년 제대 직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도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 이어나갈지 말지를 고민하던 차에 소속사 이사로부터 자전거를 타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부터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자전거에 올라앉으면 행복해진다. 허벅지가 터져라 페달을 밟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 내가 고된 순간을 이겨내고 있다는 뿌듯한 성취감을 갖게 된다.” 내리막보다 오르막길을 더 선호하는 그에게 자전거의 동력은 제대 이후 낯선 세상에 부딪쳐 잠시 주춤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또 어떤 장애물이든 이를 제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자전거가 내 상처를 보듬어준 것이다. (웃음)” 그런 경험이 자연스레 그를 KBS2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이끌었다. 한달여 동안 출연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2015 로드 투 코리아’에 참여해 배우 김혜성의 존재감을 시청자에게 분명히 알린 것. 마치 자전거에 올라타니 길이 열린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사이코패스나 악역 연기도 해보고 싶다”라는 그는 올해 하반기에는 아마도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와 만날 것 같다. 어쨌든 자전거 두 바퀴의 힘을 제대로 받은 김혜성은 스스로 이십대라는 오르막길을 오르며 즐겁게 페달을 밟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