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처음부터 한국, 중국 시장을 생각하고 만들었다
2015-11-17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블라인드>와 리메이크영화 <나는 증인이다> 제작한 한국 문와쳐 윤창업 대표

참 오래 걸렸다. 문와쳐 윤창업 대표가 한•중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중국 문을 두드린 지 무려 7년 만에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게 지난 10월30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해 첫주 1억2천만위안의 극장 매출을 기록했고, 10월3일 현재 1억5천만위안을 벌어들인 <나는 증인이다>(감독 안상훈•출연 양미, 루한)다(<나는 증인이다>보다 먼저 제작한 TV시리즈 <레전드 히어로>는 내년 1월에 중국에서 방영될 예정이다.-편집자). 이 작품은 2011년 그가 제작했던 <블라인드>(감독 안상훈•출연 김하늘, 유승호)를 중국영화로 리메이크한 영화다. 중국에서 개봉하는 것을 지켜본 뒤 서울로 돌아온 그는 다음 한•중 공동 제작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흥행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직까지 배우의 힘이 큰 까닭에 양미와 루한의 캐스팅이 큰 도움이 됐다. 중국 영화산업에서 스릴러 장르는 다소 생소한데 원작인 <블라인드>를 중국 상황에 맞게 잘 각색한 것 같다. 다른 스릴러 장르 영화에 비해 폭력이나 범죄 수위가 약해 원작의 40% 정도만 수정하는 데 그쳤고, 덕분에 까다로운 심의를 잘 피해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합작 파트너인 중국의 뉴클루즈 필름 치지 대표와의 호흡이 좋았다. 그는 CJ 차이나에서 <이별계약>(2013)을 주도적으로 프로듀싱한 경험이 있어 한국영화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뉴클루즈 필름과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

=뉴클루즈 필름이 메인 투자를, 문와쳐가 공동 제작을 각각 맡았으며, 광시엔이 배급과 홍보를 진행했다. 제작진의 70%가 한국 스탭이며, 나머지 30%가 중국 스탭이다. 한국 스탭은 감독을 포함해 촬영, 조명, 미술, 무술, 음악, 믹싱, 컴퓨터그래픽(CG) 등 기술 파트의 키 스탭으로, 중국 스탭은 현지 촬영 진행하는 제작부, 특수효과, 동시녹음, 그립 등으로 구성됐다.

-<나는 증인이다>가 중국 영화산업과 한•중 공동 제작 사례에 의미가 있다면, 스릴러 장르라는 점이다. 멜로(<이별계약>), 가족 드라마(<20세여 다시 한번>) 같은 장르가 유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스릴러가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흥행한 건 흥미롭다.

=<블라인드>를 만들기 전부터 이 이야기는 한국과 중국, 두 국가에서 동시에 만들 생각이었다. 장르는 스릴러지만, 드라마가 강한 이야기라 심의 문제를 피해갈 수 있는 지점이 충분했고, 중국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파이낸싱을 받는 과정에서 메인 투자배급사가 정해지는 충무로와 달리 <나는 증인이다>는 파이낸싱을 받고, 영화 제작을 완료한 뒤 배급사를 나중에 구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이 작품을 배급하려는 경쟁이 꽤 치열했다고 들었다.

=얘기한 대로 한국은 투자배급사를 찾아가 메인 투자와 배급이 정해진 뒤 제작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투자배급사가 정해지면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파이낸싱이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는 파이낸싱과 제작이 차례로 완료된 뒤 배급이 정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뉴클루즈 치지 대표와 함께 한국의 창투사로부터 투자를 받는 걸 포기하는 대신 중국쪽 파이낸싱만으로 진행하자고 얘기가 됐다. 왜냐하면 배우들의 일정 때문에 곧바로 제작에 들어가야 해서 한국의 창투사로부터 투자를 받을 시간이 없었다. 배급사가 정해지지 않은 채 촬영에 들어가긴 했지만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같은 제작 방식이 충무로에서도 많이 시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 한•중 합작 프로젝트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올해 중국산 애니메이션 <몬스터 헌트>와 <몽키킹: 영웅의 귀환> 두편이 중국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흥행하지 않았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중국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다. 문와쳐의 다음 프로젝트는 앞에서 언급했던 두편처럼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총 두편을 동시에 준비 중이고, 아직은 자세하게 얘길할 수 없지만 다음주 중국쪽 파트너와 투자, 제작 계약을 찍는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두편의 애니메이션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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