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취향의 시대
2015-12-28
글 : 송경원
올해의 외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외국영화 10선

01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02 <스파이 브릿지>
03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04 <내일을 위한 시간>
05 <폭스캐처>
06 <이민자>
07 <버드맨>
07 <나의 어머니>
09 <리바이어던>
10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외국영화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다양한 색깔과 안정된 완성도를 지닌 영화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평자들의 선택이 다소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이 드문 가운데에서도 1위를 차지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대한 언급만큼은 다수의 평자들이 빼놓지 않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1위로 꼽은 평자도 상당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아 무난히 1위에 올랐다. 1위부터 3위까지의 차이가 근소했기에 좀더 강력한 지지를 다수 확보한 영화가 상위를 차지했다. 2위 <스파이 브릿지>와 3위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가 고른 지지와 함께 표가 갈린 반면, 4위 <내일을 위한 시간>, 5위 <폭스캐처>는 박빙의 경쟁을 펼쳤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주제적인 측면에서, <폭스캐처>는 배우의 연기와 연출력에서 좀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역시 지난해처럼 개봉 시기와 무관하게 다양한 영화들이 지지와 관심을 받았는데 1년 내내 양질의 영화가 차례로 선보인 덕분으로 보인다.

1위에서 5위까지의 그룹이 큰 격차 없이 고른 지지를 받은 것처럼 6위에서 10위까지의 영화들도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사실상 두 그룹으로 크게 양분된 모양새인데, 낮은 순위의 영화라도 반드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평자들이 한명 이상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완성도에 따른 구분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각자의 취향, 성향이 반영된 다양성의 공존이라 할 만하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이민자>는 “시대, 공간, 인물에 푹 젖어들게 한다”(김소희), “올해의 촬영, 올해의 엔딩, 올해의 얼굴”(송형국)이라는 평가와 함께 6위를 차지했다. 시대와 인물의 정서를 정확하게 옮겨낸 촬영에 대한 상찬이 주를 이뤘다. 7위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에 돌아갔다. 마찬가지로 원신 원테이크의 촬영에 대한 칭찬들이 이어진 가운데 “인생의 고저를 넘나드는 예술 그리고 예술가라는 운명”(정지혜)에 대한 탐구를 칭찬하는 평도 있었다. 동률로 공동 7위를 차지한 난니 모레티 감독의 <나의 어머니>는 4명의 필자가 절대적인 지지를 표시하며 상대적으로 적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들을 제칠 수 있었다. “자전적인 이야기의 한계조차 용납하 지 않는 난니 모레티의 최고작”(우혜경)이라는 평이다.

“한 평범한 남자가 국가권력으로 인해 집과 가정을 빼앗기는 사건을 보여주며 기묘한 신화적 역설을 담아”(황진미)낸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리바이어던>은 9위에 올랐다. “개인과 전체는 어떤 관계에서 살아야 하는 건지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이현경) 묵직한 주제의식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0위를 차지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세계관을 집약한 수작이라는 반응이다. “이상주의도 비관주의도 아닌 철저한 현실주의”(송형국)를 구현한 이 영화는 “종종 재미로만 소비되고 마는 장르적 요소를 활용해 폭력과 시스템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김현수)한다. 그 밖에 댄 길로이 감독의 <나이트 크롤러>,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 필립 가렐 감독의 <질투>,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위플래쉬>, 루벤 외스트룬드 감독의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등 실로 다양한 영화가 초박빙의 차이를 보이며 10위권 밖의 영화로 기록되었다. 거장의 신작부터 신예의 놀라운 작품은 물론 국적, 장르를 불문한 다양함으로 넘쳐흐른다.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았던 한국영화에 비해 개성 있는 영화가 많아 도리어 고르기 힘든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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