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제작자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
“2015년의 한국영화계에서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작은 기적”(이동진), “장르적 흐름의 사이사이에,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 감성이 자리한다”(이지현). 오승욱 감독의 15년 만의 신작 <무뢰한>(2014) 얘기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부일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데뷔작 <킬리만자로>(2000) 뒤로 오래 영화를 찍지 못한 오승욱 감독을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한 든든한 조력자”(김성훈)가 바로 한재덕 대표다.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다. 운이 좋아 내게 제작의 기회가 왔을 뿐”이라는 겸양의 소감을 전한 뒤 그는 “<무뢰한>의 성취에 힘을 내 만들고 싶은 대로 한번 만들어보겠다(웃음)”고 했다. <신세계>(2012), <남자가 사랑할 때>(2013), <대호>(2015)까지. 뚝심 있게 걸어온 그를 두고 “한국에도 워킹타이틀처럼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제작사가 있다면 단연 사나이픽처스” (조재휘)라는 말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올해의 시나리오
조철현
<사도>의 시나리오는 “비극을 통찰함으로써 지혜를 얻고,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오승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이송원 작가와 <사도>를 집필한 조철현 작가는 비극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서사로서 <사도>에 접근했다 . 전체 과정을 살피기 위해 영조에서 사도, 정조 3대의 이야기를 담아냈고, 56년간의 일을 2시간 내로 전달하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교차로 구성했다. 그 결과, “먼 과거를 소환해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 활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장영엽)인 탄탄한 골격의 시나리오가 탄생했다. 교차 구조의 플롯은 극에 긴장감을 부여해 “너무 잘 알려진 사도세자 이야기와 정면승부”(이현경) 한 비결이기도 하다. 이준익 사단은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으로 정약용과 동학을 소재로 한 영화를, 조 작가의 감독 데뷔작으로 세종의 세 아들 문종과 수양대군, 얀평대군의 이야기를 다룬 <몽유유원도>를 준비 중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그의 작업은 영화를 통해 시대를 이해하는 작업으로 계속될 것이다.
올해의 촬영감독
강국현
정서를 전달하는 카메라. 올해의 촬영감독으로 <무뢰한>의 강국현 촬영감독을 꼽은 이들의 의견이다. “어둠의 베리에이션으로 <무뢰한>의 무드, 서사의 흐름을 만들어냈다”(정지혜), “<무뢰한>의 침잠하는 정서는 촬영과 조명에 큰 빚을 졌다”(김수).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낮도 밤도 아닌 새벽, 혹은 저녁의 시간에 익숙한 이들의 정처 없는 외로움”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조명을 절제하고 차갑고 어두운 톤을 살리는 색보정에 힘을 기울여, “완전한 검정이 아닌 그러데이션의 어두움”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모호함”을 표현했다. 정서의 전달은 피사체와의 거리감을 지키는 것에서도 비롯됐다. “감정을 드러낸 얼굴을 근접하게 담아내기보다는 롱숏을 주로 이용했다.” 1976년생, <줄탁동시>(2011) 등의 강국현 촬영감독이 <무뢰한>을 만난 것은 확실히 “젊고 재능 있는 촬영감독을 발견”(이주현)하는 순간이었다. 차기작으로 양경모 감독의 <원라인>의 촬영을 맡은 그는 “상업영화로 관객과 호흡하면서도 나만의 정서를 가져가겠다. 화려하진 않아도 진솔한 영화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