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멜로 마스터한 브루클린의 배관공 - <브루클린> 에머리 코언
2016-05-05
글 : 이주현
<브루클린>

영화 <브루클린>(2015) <겜블러>(2014) <올 이즈 브라이트>(2013) <노리스터>(2012)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2012) <포>(2012) <애프터 스쿨>(2008)

<브루클린>은 아일랜드에서 뉴욕 브루클린으로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에일리스(시얼샤 로넌)의 궤적을 따라가는 영화다. 에일리스는 브루클린과 아일랜드에서 두명의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에머리 코언은 ‘브루클린의 남자’ 토니로 출연한다. 정확히는 1950년대 브루클린에 정착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노동자. 첫눈에 반한 여인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춤 신청을 하고, 두 번째 데이트에 부모님을 뵈러 가자 하고, 부모님께 인사드린 날 사랑한다 고백하는 토니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활기찬 기질을 고스란히 간직한 캐릭터다. 만약 기골이 장대하고 남성성이 흘러넘치는 배우가 토니를 연기했다면 토니의 박력은 마초남의 박력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머리 코언이 가진 수줍은 소년의 미소는 토니를 좀더 다감한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웃을 때면 귀엽게 주름지는 눈매와 입매는 에머리 코언의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다. “에머리 코언의 연기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남자는 에일리스를 쟁취하고 말 거야. 순수하고 선하고 재치 있는 모습만으로.’” <브루클린>의 원작자인 소설가 콜럼 토빈이 만족감을 표한 것처럼, 코헨의 천진한 표정은 절로 보는 이의 미소를 불러낼 만큼 매력적이다. 물론 첫사랑에 빠진 남자의 기쁨과 행복, 불안과 초조의 감정이 토니를 표현하는 전부는 아니다. 에머리 코언은 1950년대 브루클린에서 살았을 법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노동자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해낸다. 배관공 토니에게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그가 참고한 목록에는 비토리아 데시카의 <자전거 도둑>(1948), 말론 브랜도 주연의 <워터프론트>(1954)가 있다.

실제로 에머리 코언은 뉴욕 토박이다. 굳이 혈통까지 따지고 들면 유대인의 피가 섞인 러시아계. 필라델피아 UArts에서 공부했고 2008년에 에즈라 밀러 주연의 <애프터 스쿨>로 데뷔했다.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선 브래들리 쿠퍼의 반항적 아들 AJ로 출연해 데인 드한과 함께 할리우드의 새로운 얼굴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지런하게 차기작도 여럿 찍었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 주연한 <워 머신>, 타이 셰리던과 함께 출연한 <디투어>, <스니치>(2013) 감독이 만든 <샷 콜러> 등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멜로에 최적화된 배우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브루클린>으로 멜로를 마스터해버린 1990년생의 에머리 코언. 그의 미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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