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기품 있는 왕자님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채드윅 보스먼
2016-04-29
글 : 장영엽 (편집장)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42>

영화 <블랙 팬서>(2018)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갓 오브 이집트>(2016) <제임스 브라운>(2014) <드래프트 데이>(2014) <42>(2013)

드라마 <퍼슨스 언노운>(2010)

“왕자님.”(your highness)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어벤져스의 멤버들은 ‘블랙 팬서’ 티찰라를 이렇게 부른다. 그들이 무려 아스가르드의 왕자인 토르를 그저 ‘토르’라고 부른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존재감을 선보이는 블랙 팬서는 그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보기 드물었던 기품 있는 슈퍼히어로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철옹성 같은 방패를 만들어준, ‘비브라늄’이라는 물질을 생산하는 유일한 국가인 와칸다의 왕자였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폭탄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그는,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겠다는 복수심과 국왕이었던 아버지의 책임감을 이어받겠다는 결심 아래 블랙 팬서 슈트를 입는다.

블랙 팬서를 연기하는 채드윅 보스먼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그가 비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로 타이틀롤을 맡은 흑인 슈퍼히어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그는 슈퍼히어로의 세계와 그들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정치 무대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캐릭터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슈퍼히어로 코스튬을 벗으면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 되는 대부분의 마블 캐릭터 사이에서, 단정한 슈트 차림에 지적인 화술과 교양을 겸비한 티찰라의 모습은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모든 슈퍼히어로들은 그들의 어께에 막중한 책임감을 얹고 있다. 하지만 블랙 팬서는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그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 존재다. 그 점으로부터 기존의 슈퍼히어로들과 블랙 팬서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거다”라고 채드윅 보스먼은 말한다.

채드윅 보스먼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마블의 제작진이 왜 티찰라 역에 그를 낙점했는지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종 차별을 딛고 전설이 된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으로 분한 <42>, 솔 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천재 뮤지션 제임스 브라운의 일대기를 다룬 <제임스 브라운>의 주연을 맡는 등 보스먼은 실화와 실존 인물에 기반한 영화에서 특히 강점을 보여왔다. 누군가의 초상을 실감나게 연기할 줄 아는 배우를 택했다는 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더욱 납득 가능한 리얼리티를 더하길 바라는 스튜디오의 판단 때문이었을 거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채드윅 보스먼의 강렬하지만 짧은 등장이 못내 아쉬웠다면, 2018년 개봉예정인 블랙 팬서의 솔로 영화를 기다려보자. 슈트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이 배우는, 현재 중남부 아프리카의 문화와 관습에 대해 연구하며 와칸다에서의 진정한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