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2016) <트럼보>(2015) <아메리칸 허슬>(2013) <블루 재스민>(2013) 드라마 <루이>(2010) <거짓말의 발명>(2009) <럭키 루이>(2006) <다운 투 어쓰> 각본 <푸티 탕>(2001) 각본, 연출 <투모로 나이트>(1998) 연출
냉전의 시대, 할리우드에도 매카시즘 직격탄이 떨어졌다. 영화는 민주적 가치를 오염시키고 국가 전복을 도모하는 음모이자, 반역자들의 온상으로 공격받았다. 이에 저항한 돌턴 트럼보는 동료 작가들을 규합했다. ‘할리우드10’으로 명명된 이들 사이에 작가 앨런 허드 역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공산당 입당 이력을 묻는 청문회의 질문에 허드는 “주치의와 상담하고 말하겠다. 수술로 양심 제거가 가능한지”라고 답해 의회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물론 위트 있는 발언을 한 그의 앞날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트럼보처럼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인사는 못 됐다.
영화 속 앨런 허드는 1947년부터 70년 사이에 트럼보와 알고 지낸 5명의 공산주의 각본가, 새뮤얼 오니츠, 알바 베시, 앨버트 말츠, 레스터 콜, 존 하워드 로슨을 한명으로 합친 인물이다. 그는 트럼보를 향해 “생각을 해야지 난 작가니까. 중요한 것들을 얘기하는 작가”라고 하며 트럼보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뒤돌아보게 하는 인물이다. 전투적이고 성정이 대쪽 같으며 그리하여 마침내 이 미친 시대를 향한 깊은 슬픔까지 안겨주는 캐릭터. 그런데 하필 그 역할을 스탠드업 코미디의 대가 루이스 C. K.가 했다니 참 의외다. 멕시코계 미국인, 183cm의 큰 키에, 곰처럼 커다란 덩치, 반쯤 남은 붉은 머리카락이 주는 묵직한 인상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대사로 그의 웃음은 늘 장전 중이었다(당장 유튜브에서 그가 연출, 각본, 출연까지 한 <럭키 루이>와 <루이>를 검색해보라. 아마 웃겨서 정지버튼을 누르기 힘들 테니!). 그간 영화와 인연도 더러 있었는데, 이에 비추어봐도 <트럼보> 출연은 의외다. 연출작은 <투모로 나이트>(1998), <푸티 탕>(2001)같이 절친 크리스 록이 전폭 지지해준 작품들이었다. 출연작을 봐도 <아메리칸 허슬>(2013)에서는 브래들리 쿠퍼의 소심한 상관 스토다드 쏘슨 역으로, <블루 재스민>(2013)에서는 샐리 호킨스와 썸 타는 지질한 남자 알 역할로 웃음을 놓지 않았었다. 그러니 이 ‘역발상의 캐스팅’에 대해 감독 제이 로치의 변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루이스는 극적인 배우들은 찾지 못하는 부조리함을 찾을 줄 아는 배우다.” <데이비드 레터먼 쇼>나 <크리스 록 쇼> <코난 오브라이언 쇼> 등에서 작가 생활을 하며 개그감을 쌓은 루이스 C. K.를 통해 감독은 <트럼보>의 상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어쩔 수 없이 배어 나오는 웃음으로 표현할 여지를 찾고자 했다는 말이다. 차기작은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2016)의 목소리 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