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부정형의 우울 - <인히어런트 바이스> <스티브 잡스> 캐서린 워터스턴
2016-05-05
글 : 송경원
<베이비시터>

영화 <지상의 여왕>(2015) <스티브 잡스>(2015) <인히어런트 바이스>(2014) <어둠 속에서>(2013) <엔터 노웨어>(2011) <테이킹 우드스탁>(2009) <베이비시터>(2007)

배우로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서린 워터스턴에게 연기란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자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할리우드의 중량감 있는 원로배우 샘 워터스턴의 딸로 태어난 캐서린 워터스턴은 뉴욕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뒤 TV영화로 데뷔했다. 형제자매 모두 배우와 연출의 길을 걷고 있으니 무난하다면 무난한 길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녀의 색깔은 작품을 뛰어넘는 개성을 뽐내는 것보단 무난하게 섞이는 쪽에 가깝다. 아니, 가까웠다. 전반적으로 단아하고 차분한 인상의 캐서린 워터스턴의 겉모습에 남다른 점이 있다면 모델이었던 어머니로부터 이어받은 훤칠한 키다. 180cm가 넘는 키에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스타일이지만 그런 장점을 제대로 부각할 만한 역할은 많지 않았다. <베이비시터> <테이킹 우드스탁> <엔터 노웨어> 등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곤 하기 어렵다. 캐서린 워터스턴이 평단과 관객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2014년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인히어런트 바이스>를 통해서다. ‘코카인 누아르’라고 불러도 좋을 이 영화에서 그녀는 약물에 절어 사는 사설탐정 닥(호아킨 피닉스)의 사라진 전 연인 샤스타 역을 맡아 미스터리의 중심에 선다. 우울과 몽환, 무기력의 영화인 <인히어런트 바이스>에서 샤스타의 존재는 몽롱함을 투영한 욕망의 대상이다. 이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의 근거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캐서린 워터스턴의 육체에서 배어나오는 기이한 부조화의 향기다. 모델 같은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우울을 품은 몽롱한 표정은 캐서린 워터스턴이 그간 쌓아온 이미지들의 집합이라 해도 좋다. <테이킹 우드스탁>에서 이미 한 차례 선보였던 히피 캐릭터, 평화와 무기력의 경계에 선 그 화사한 꽃이 다시금 만개한 것이다. 캐서린 워터스턴의 표정에는 단정함과 화사함, 그리고 일말의 우울과 지적인 면모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스티브 잡스>에서 잡스의 전 여자친구 크리산 브레넌 역을 맡아 특유의 불안과 우울을 폭발시킨 그녀는 길지 않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내내 스티브 잡스의 정신을, 아니 영화를 뒤흔든다. 두루뭉술하게 ‘우울감’이라고 표현했지만 캐서린 워터스턴 고유의 분위기라고 해도 무방한 이 정서는 알렉스 로스 페리 감독의 <지상의 여왕>에서 정점을 찍었다. 다소 뒤늦게 존재감을 알린 라이징 스타답게 차기작의 면면도 자못 화려한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신비한 동물사전>의 티나 역에 캐스팅됐고 <에일리언: 커버넌트>에도 출연을 확정지었다. 팬들조차 예상치 못한 발탁인 만큼 또 어떤 분위기를 녹여낼지 절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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