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고속과 정속을 오가는 멜로드라마 <제3의 사랑>
2016-05-18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추우(유역비)는 비행기에서 울고 또 운다. 옆 좌석에 앉은 임계정(송승헌)은 낯선 여자의 눈물 앞에 말없이 휴지만 건넨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다. 집에 돌아온 추우는 여동생 추월(지아)이 회사의 사장을 짝사랑하다 자살을 시도하려 한 사실을 알게 된다. 사태 파악을 위해 추우는 직접 동생 회사의 사장을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 임계정과 재회한다. 치림그룹의 후계자이자 동생의 짝사랑 대상이 바로 임계정이었던 것이다. 그즈음 치림의 하청업체 직원이 임금 문제를 해결하라며 고공 농성을 벌이는 일이 발생한다. 농성자의 담당 변호사인 추우와 사장 임계정은 함께 고공의 탑에 올라 농성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추우의 로펌이 치림의 법률고문단으로 합류하면서 추우와 임계정은 더욱 가까워진다.

동명의 중국 소설을 영화화한 이재한 감독의 <제3의 사랑>은 신데렐라 로맨스가 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두루 갖췄지만 뻔한 길을 가지 않으려 부단히 애쓴다. 임계정은 여러모로 잘난 남자다. 존재만으로도 여성들의 기분 좋은 비명을 이끌어낼 만큼 완벽에 가까운 부잣집 도련님이다. 게다가 그가 바라는 건 오직 진정한 사랑처럼 보인다. 추우는 자신의 감각과 소신대로 살아가는 독립심 강한 여성이다. 이제 막 이혼을 했고 다시 사랑에 빠져 아파하지 않겠다며 일에 몰두한다. 임계정과 연인으로 발전한 뒤에도 추우는 임계정이 건네는 신용카드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둘 사이의 관계가 보다 자유롭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까지는 연인 사이의 부의 격차가 큰 영향을 주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치림그룹 내 권력 다툼이 시작되고 임계정이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서 극은 급박하게 통속극적 결론으로 치닫는다. 사랑을 방해하는 예상 가능한 장애물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주인공들은 어찌할 바 모르고 눈물을 흘린다. 현실과 사랑 사이에서 타협이냐 타개냐를 겨뤄야 할 중요한 순간에 좀더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다양한 앵글과 많은 컷 분할로 극에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고속과 정속을 오가며 멜로드라마의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잡아둔 건 눈에 띄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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