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액션에는 자신 있다 - <곡성> 종구 친구 역의 백승철
2016-06-01
글 : 이예지
사진 : 오계옥

영화 2016 <군함도> 2016 <곡성> 2015 <기화> 2010 <황해> 2006 <예의 없는 것들> 2005 <종려나무숲>

연극 2016 <밥> 2016 <최고의 사랑> 연출 2013 <미운 남자> 2011 <화장> 2009 <윤이상 나비이마주> 2006 <삼류배우> 2015 <둘이 타는 외발 자전거> 1997 <대권무림> 1991 <사랑 청문회>

드라마 2014 <정도전> 2012 <빛과 그림자> 2001 <여인천하> 2001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황해>에서 구남(하정우)을 연변에서 쫓아다니던 험상궂은 빚쟁이를 기억하는가. 구남의 주머니를 뒤져 돈 몇푼을 털어내던 그가 <곡성>에선 종구(곽도원)의 친구, ‘양복’으로 등장한다. 종구 친구들 중 유일하게 양복 재킷을 입고 다니는 트럭 운전사로, 외지인의 집에 찾아가 좀비화된 박춘배(길창규)의 머리에 쟁기를 메다꽂는 인물이다. 나홍진 감독의 작품 두편에 연속으로 출연한 배우 백승철은 극단 혜화 소속으로 <미운 남자> 등에 출연한, 뼈가 굵은 26년차 연극인이다. 드라마 <정도전> <여인천하> 등에 출연하고, 독립영화 <기화>에선 주연을 맡기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최근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에 ‘새신랑’ 역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그를 만나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과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나홍진 감독 작품에 출연한 건 <황해>에 이어 두 번째다.

=<추격자>를 보고 너무나 좋아서 <황해> 오디션에 도전했다. 연변 사람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내가 중국 사람처럼 생겨서 중국인 역할로 캐스팅됐다. (웃음) 현지에서 중국인 출연진과 섞여 있으니, 스탭들이 나한테도 중국어로 말하더라. (웃음)

-<곡성>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종구의 친구들 중 ‘양복’ 캐릭터를 맡았다.

=감독님이 거칠어 보이셔도 의리가 있다. (웃음) <추격자>와 <황해>에 출연했던 배우들에게 1차적으로 오디션 기회를 주셨다. 감독님이 종구 친구들 중 트럭 운전사로, 항상 양복을 입고 다니는 ‘양복’ 역할을 시키시더라. 시골에 보면 회사원이 아닌데도 정장 재킷을 걸치고 다니는 사람이 있지 않나. 약간은 덜떨어져 보이지만, 홧김에 흥분을 잘하고 화나면 손발 먼저 나가는 격한 캐릭터다. 내가 맹해 보이지만 눈빛은 집요해 이 역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웃음) 왜소한 만큼 강단도 있다. 다른 친구들은 키가 다 180cm가 넘는데, 나만 170cm도 안 된다. 술자리에서 내가 평균 외모를 깎아먹는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왜 이래, 나 형 잘생겨서 캐스팅했어” 하시더라. (웃음)

-좀비화된 박춘배와의 액션 신에서 활약이 돋보인다.

=액션에는 자신 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전공도 태권도다. (웃음) 그외에도 격투기, 검도, 무에타이, 우슈도 했다. 그래서 액션 신은 비교적 수월하게 한 것 같다. 종구 친구들이 외지인을 잡으러 갈 때, 온갖 무기들을 가져가지 않나.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무기 선택권을 줬는데, 나는 낫과 쟁기를 선택했다. 내 무기가 제일 위협적이라 직접 좀비에게 쟁기를 꽂는 액션이 나온 것 같다. (웃음)

-<황해>와 <곡성>으로 경험해본 나홍진 감독의 현장은 어떤가.

=언제나 긴장감이 넘치고 힘든 현장이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게 좋다. 현장에서 부딪치고 피터지게 노력해야 내가 배우로서 뭔가 하고 있다는 희열이 느껴지더라. 또, 감독님은 배우들이 지닐 수 있는 매너리즘을 경계하신다. 배우가 원래 갖고 있는 습관이나 욕심에 갇혀 있는 걸 싫어하시기에,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본업은 연극인이다.

=26년간 연극을 한 연극쟁이다. 연극을 시작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가정형편이 안 좋아 방황하던 무렵, 연극 포스터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공연을 봤는데 멋져 보이더라. 단원모집공고를 보고 무작정 찾아가 극단으로 들어갔다. 1991년 <사랑 청문회>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삼류배우> <대권무림> 등에 출연했고 <최고의 사랑> 등을 연출했다. <대권무림>은 정치인들의 암투를 무협소설처럼 만든 동명의 시사소설을 연극으로 만든 건데, 이인제랑 닮았다고 해서 그 역할을 맡았다. (웃음) 운동을 많이 해본 덕에 몸을 쓰는 역할을 많이 소화했다. 얼마 전엔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에서 <밥>이라는 작품으로 연기상을 받았다. 사실 연출은 극단에서 총대를 맡을 사람이 없어 맡은 거고, 앞으로는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계속 연극과 영화를 병행할 계획인가. 차기작은.

=어떤 장르든 누군가가 날 필요로 한다면 참여할 거다. 차기작으론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에 출연한다. ‘새신랑’ 역할로, 결혼하자마자 군함도로 끌려가는 인물이다. 오디션을 봤는데, 류승완 감독이 <기화>에서 내 연기가 인상에 남았다며 캐스팅해주셨다.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팬이었는데 영광이다. 6월 중 크랭크인해서 쭉 촬영할 예정이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선보이고 싶나.

=내가 만약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양아치밖에 안 됐을 거다. 어린 시절 방황하던 시기에 오기를 갖고 날 살게 해준 것이 연기다. 어떤 옷을 입혀놔도 자기 옷처럼 연기할 수 있는 황정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공포물의 살인자 역할로 꼭 출연하고 싶다. <추격자>의 지영민은 살인을 하는데도 어리바리한 순박함이 매력적이지 않나. 그런 역할을 잘해낼 자신이 있다.

<곡성>

좀비와의 격투 신

“좀비화된 박춘배를 쟁기로 찍는 장면을 촬영할 때,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쟁기는 소품이었지만 최대한 리얼하게 보이게 하려고 끝부분만 스펀지로 제작하고 윗부분 날은 철로 만든 것이었다. 여차하면 다칠 수 있어 힘 조절을 잘해야 했다. 나도 집중하고 감독님도 긴장했다. 나중에 CG를 입히더라도 최대한 가까이 쟁기가 와야 CG 티가 안 나지 않겠나. 머리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감 조절이 어려웠지만, 길창규 선배님과 서로를 믿고 연기했다. 힘들게 찍은 만큼 마음에 들게 나온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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