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정의 내리기 어려운 페미니즘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페미니즘에 관한 이론서, 학자들의 에세이, 시대와 현상을 읽은 인문서적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초급부터 고급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나면 쉬운 듯 복잡한 페미니즘의 개념을 어렴풋하게나마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초급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지음 / 은행나무 펴냄
여성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우에노 치즈코가 현대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적 일면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책이다. 일본의 황실문화, 현대의 성산업, 여성들의 자기혐오, 대중문화 및 예술작품에 깃든 여성 혐오적 태도 등에 비판의 화살이 향해 있다. 우에노 치즈코는 여성 혐오를 “여성 멸시”로 풀이한다. ‘여성’이 아닌 ‘여성의 기호’에만 반응하는 남자들이 여성을 객체화했을 때 여성 멸시가 행해진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언어가 불편한 남성들을 향해서도 말을 건다. “만약 남성으로 분류되어 있는 자들이, 여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듯 나라는 존재를 긍정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여자들이 여성 혐오와 싸워왔듯이 남자들도 자신의 여성 혐오와 싸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려운 용어와 개념은 최대한 배제한 채, 우리가 익숙하게 혹은 무심하게 지나쳤던 현상과 사고방식을 꼬집는다. (이주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 창비 펴냄
맨스플레인(mansplain).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의 합성어다. <뉴욕타임스>가 2010년 ‘올해의 단어’로 꼽기도 한 이 신조어는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시작된 말이다. 환경•반핵•인권운동가인 저자는, 잘난 체하는 태도로 여성들에게 자꾸 무언가를 가르치려 드는 남성들의 태도가 여성의 권위를 낮춰 보는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무지할 것이라는 전제는 어렵지 않게 여성 비하, 여성 혐오로 이어진다. 맨스플레인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거대한 구조적 폭력을 얘기하는 이 책은 “페미니즘의 투쟁에서 핵심 과제는 우선 여성을 신뢰할 만하고 경철할 만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특히 여성이라면 저자의 경험에 적극 공감할 것이다. (이주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지음 / 창비 펴냄
제목이 모든 걸 말하고 있다. 저자는 페미니즘을 자각하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페미니즘의 필요를 절감한 경험 등을 쉽고 간결하게 전한다. ‘만일 여자도 온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우리 문화에 없던 일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녀가 찾은 페미니즘에 대한 대답이다. 이 글은 2012년 12월에 저자가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테드(TED) 강연을 정리해 묶은 것이다. 그녀의 강연은 유튜브에서 250만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고 팝스타 비욘세가 강연 내용의 일부를 자신의 노래에 샘플링으로 삼을 정도였다. 스웨덴에서는 이 책을 전국의 모든 16살 고등학생들의 성평등 교육 교재로 삼았다. 한국어판에는 저자가 직접 쓴 에세이 <여성스러운 실수>와 여성학자 자넬 홉슨이 진행한 저자와의 인터뷰가 함께 실려 있다. (정지혜)
<빨래하는 페미니즘 -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
스테퍼니 스탈 지음 / 민음사 펴냄
저자는 미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언론사 기자로 일하는 ‘잘나가던 여성’이었다. 적어도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직장 여성으로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에 대한 성찰 말이다. 그때 불현듯 학창 시절에 배운 페미니즘의 세계와 자신의 현재가 너무도 동떨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되찾고자 다시 페미니즘의 고전들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학생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페미니스트들의 논지가 엄마와 아내가 된 지금 자신에게 어째서 설득력 있게 다가왔는지를 돌아보기도 한다. 독자는 페미니즘을 둘러싼 살아 있는 쟁점들을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정지혜)
중급
<페미니즘 - 주변에서 중심으로>
벨 훅스 지음 / 모티브북 펴냄
벨 훅스는 인종, 젠더, 계급, 문화의 정치학에 두루 관심을 가져온 흑인 페미니스트다. 흑인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혀내고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흑인 여성의 경험과 그녀들이 처한 사회와의 관계를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종차별주의적인 정치학과 페미니스트 관점에서의 성차별주의를 모두 탐구할 필요가 있다. 노예제 기간의 흑인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요소, 흑인 남성의 성차별주의, 최근의 페미니즘 내부의 인종차별주의까지를 두루 살펴나간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이론과 실천에 있어서 새롭게 살펴봐야 할 열두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흑인 여성, 페미니즘, 페미니즘의 중요성, 자매애, 남자, 권력을 바라보는 시각 바꾸기, 일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기, 여성 교육, 폭력을 종식하기 위한 페미니즘 운동, 혁명적 양육,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 종식시키기, 페미니즘 혁명이 그것이다. 벨 훅스의 다른 책 <행복한 페미니즘>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사랑은 사치일까?> 등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정지혜)
<페미니즘 이후의 문학>
리타 펠스키 지음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펴냄
페미니즘의 영향 아래서 문학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됐을까. 저자는 단지 문학에 대한 페미니즘적 접근이 문학에 대한 정치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독자, 저자, 플롯, 가치라는 문학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 4개를 통해 페미니즘과의 역학을 살핀다. 독자의 젠더 차이에 따라 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그 시작이다. 돈키호테나 보바리 부인으로 대표되는 어리석은 남성 독자와 어리석은 여성 독자를 언급하며 ‘저항하는 독서’를 지향한다. 폴 리쾨르는 ‘의심의 해석학’, 마르크시즘의 ‘징후적 독법’ 등을 수용해 저항하는 독서로 전유하는 것을 설명한다. 롤랑 바르트와 미셸 푸코로 대변되는 남성 이론가들과 다른 여성 저자들의 가능성도 살핀다. 젠더에 따라 플롯이 달라질 수 있는가, 문학에서 페미니즘이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 역시 관심사다. (정지혜)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펴냄
페미니즘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14쇄를 찍은 스테디셀러. 출간 8년째인 2013년에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이 책의 소제목들이기도 한) ‘혐오스런 아줌마, 신성한 어머니’, ‘위안부 누드의 지배 에로티시즘 정치학’, ‘다이어트와 섹스’ 등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을 여성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남성의 경험과 기존 언어는 일치하지만 여성의 삶과 기존 언어는 불일치”하기 때문에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의 사고는 낡았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현실을 파악하기에도, 변화시키기에도 불가능한 체계”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질문하길 요구한다. 페미니즘을 남녀간의 이슈에 국한하지 않고 이 세계를 인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하기에 이 책은 더 넓은 지평을 확보한다. (이주현)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 벌거벗은 말들의 세계>
윤보라, 임옥희, 정희진, 시우, 루인, 나라 지음 / 현실문화 펴냄
‘여성 혐오’가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란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최근에 급격히 퍼져나가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있는 신조어인 만큼 이를 제대로 설명해줄 말을 접하긴 의외로 쉽지 않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이 단어의 조합을 입구 삼아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기획서적이다. 여성학 연구자, 정신분석학자, 문화연구자,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등 6인의 필자가 각자의 관점에서 흩어진 말들을 모아서 정리한 이 책은 ‘여성 혐오’라는 말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는 균열을 지시하는 기호와도 같다. 각 필자가 시도하는 개별적인 분석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가치들이 실은 무엇을 부정함으로써 스스로의 지위를 공고히 해온 것인지 그 구조를 파악해 들어가는 유효한 도구다. 단순한 비판이나 현상에 대한 섣부른 단언 대신 지금 우리가 진정 바라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넌지시 제안하는 필자들의 사려 깊은 태도가 신뢰를 더한다. (송경원)
<페미니즘 영화이론>
쇼히니 초두리 지음 / 앨피 펴냄
예전만큼 활발하진 않지만 한때 페미니즘 영화이론은 영화비평을 위한 중요하고 힘 있는 분석 틀이었다. 영국 에식스 대학 쇼히니 초두리 교수가 정리한 이 책은 페미니즘 영화이론의 지적 계보를 정리한다. 대표적인 페미니즘 영화이론가 로라 멀비, 카자 실버먼, 테레사 드 로레티스, 바버라 크리드 4인의 페미니즘 이론가들의 사상과 경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이론의 흐름과 시대상에 따른 변화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로라 멀비가 제기한 시선의 문제와 여성 관객의 위치, 카자 실버먼이 분석한 여성적 목소리의 중요성, 테레사 드 로레티스의 젠더 테크놀로지 등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 분석 틀들이 꼼꼼히 소개되어 있다. 4인의 대표적인 이론가들 이후의 페미니즘 영화이론도 짧게 정리하여 ‘여성영화’의 개념을 쌓아나가는 교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들과 함께 보거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서로의 분석을 비교해보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다. (송경원)
고급
<젠더 허물기>
주디스 버틀러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퀴어 이론의 창시자 주디스 버틀러는 1990년 출간한 <젠더 트러블>로 논쟁의 중심에 선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그 자신이 레즈비언인 버틀러는 퀴어 이론의 관점에서 젠더가 어떻게 구성되고 수행되는지 고찰했다. 버틀러가 1999년에서 2004년 사이에 쓴 글을 모은 <젠더 허물기>는 버틀러의 후기 이론의 출발점이 되는 책이다. 이론적 성찰보다 현실적 참여의 층위에서 인간의 문제, 삶의 문제, 공동체의 관계성 등을 모색한다. ‘나’가 아닌 ‘우리’로의 인식 확대,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 등 사회적 소수자의 삶에 대한 성찰, 차이를 수용하는 올바른 방식으로서 ‘문화 번역’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길고 불친절한 문체에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정교하고 급진적인 버틀러의 사상에 훅 빠져들게 된다. (이주현)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다나 J. 해러웨이 지음 / 동문선 펴냄
“나쁜 과학을 폭로하고, 모든 과학의 허구적 성격을 증명하며, 진실된 사실을 제안한다.”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는 당신에게 자연과학에 대한 맹신을 버리기를 권고한다. 과학이야말로 가부장제-자본주의 문명의 토대를 지탱해온 이론의 신화이자 믿음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남성과 여성, 인간과 동물, 기계와 생물의 경계를 지워버린 이른바 ‘사이보그 인류학’을 선언한다. 일견 급진적인 대안으로 보이는 ‘사이보그 선언문’의 목적은 사실 새로운 체계와 사상의 구축이라기보다는 기존 체계의 전복을 위한 동력과 당위의 확보에 가깝다. 일종의 정치풍자라 해도 좋겠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이자 과학사 연구자가 이처럼 비과학적이고 문학적인 방법론을 동원하는 것은 우리가 가치중립적이라 믿어왔던 과학, 의학의 제도권 연구들이 사실은 남성 중심 역사관의 부산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존 몸 담론의 페미니즘 접근에서 벗어나 전복적인 상상력으로 문화 속에 내재한 성차별의 뿌리를 탐구해낸 역작이다. (송경원)
<포스트식민 이성 비판>
가야트리 스피박 지음 / 갈무리 펴냄
비판적인 지식인들조차 권력체계에 쉽사리 포섭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야트리 스피박이 주장하는 식민주의 논리는 지식담론의 생산자들이 이른바 ‘토착정보원’(Native Informant)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증명한다. 서구/비서구의 경계가 지워지고 있는 전 지구화 시대에도 사실은 서열과 우위를 가르는 종속적 문화권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 은밀한 형태로 내재화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이다. ‘페미니즘적 해체론적 맑스주의’라는 분석 틀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기본은 단순하다. 현상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비판적 읽기를 시도하여 은폐된 권력의 구조와 체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때 억압을 감지하는 페미니즘의 예민한 통찰은 분석의 효과적인 계기를 제공한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제국주의의 잔재와 이중구속의 흔적을 파악해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칸트의 분석 틀에서 출발하여 제3세계 아동 노동 착취까지 망라한 집요하면서도 총체적인 연구서다. (송경원)
손희정 문화평론가의 추천
❶ <빨간기와집> 가와다 후미코 지음 / 꿈교출판사 펴냄
❷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힐러리에게 암소를> 마리아 미즈, 베로니카 벤홀트-톰젠 지음 / 동연 펴냄
❸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바바라 크리드 지음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펴냄
❹ <일탈> 게일 루빈 지음 / 현실문화 펴냄
❺ <젠더무법자-남자, 여자 그리고 우리에 관하여> 케이트 본스타인 지음 / 바다출판사 펴냄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힐러리에게 암소를>
2015년, 여성 관객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열광했다. 영화는 여성 전사 퓨리오사를 내세우면서 노골적으로 ‘에코 페미니즘’의 주제를 재현했다. 에코 페미니즘은 남성에 의한 여성 억압을 자연 착취와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한다. 인류사를 문명의 자연 정복의 역사로 이해하는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제적인 세계관이 여성과 자연에 대한 억압을 생산해왔고, 이 둘의 해방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착취하는 자본주의가 함께 문제가 된다. 가부장 독재가 망친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한줌의 씨앗을 쥐고 혁명을 일으킨 퓨리오사의 형상은 농업과 자급의 가치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에코 페미니스트의 형상과 닮아 있다. 에코 페미니즘의 이론과 실천을 대중적인 언어로 다루고 있는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힐러리에게 암소를>은 가부장제적 자본주의가 어떻게 여성과 자연을 타자화하고 착취해왔는지 분석하면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정희진(<페미니즘의 도전> 저자)의 추천
❶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 캐롤 타브리스 지음 / 히스테리아 옮김 / 또하나의문화 펴냄
❷ <감정공부-슬픔, 절망, 두려움에서 배우는 치유의 심리학> 미리암 그린스팬 지음 / 뜰 펴냄
❸ <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 해릴린 루소 지음 / 책세상 펴냄
❹ <성폭력을 다시 쓴다-객관성, 여성운동, 인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기획 / 한울아카데미 펴냄
❺ <젠더와 민족-정체성의 정치에서 횡단의 정치로> 니라 유발 데이비스 지음 / 그린비 펴냄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는 미국 대학 신입생을 위한 여성학 입문서로 쓰여졌다. 균형 잡힌 시각과 젠더 이슈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 전공자들의 빼어난 번역이 돋보인다. 읽기 쉽지만 만만치는 않다. 한줄 한줄 ‘외우면’ 논쟁할 때 좋다. 안목 있는 독자에겐 익숙한 본 제목이다. 이 책의 원제 ‘Mismeasure of Woman’은,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역작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에서 가져왔다. 초점은 남녀에 대한 오해(가부장적 통념)를 바로잡는 데 있다. 저자는 “제발, 정말,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니까요!”라고 주장한다. 여성주의(feminism/s) 사상은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젠더에 대한 여성주의자들의 ‘기본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혜성처럼 혹은 UFO처럼 등장한 페미니즘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이들에게 ‘바른’ 이정표가 될 것이다(소개한 다섯권은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