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말보다 시선에 담긴다. 소중한 존재가 떠나간 자리를 자꾸만 돌아보는 시선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7월 북엔즈 서가에 꽂힌 책들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얽힌 사연과 이에 따르는 후회의 시선을 담고 있다. <리버스>의 남자는 죽은 친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그를 알기 전부터의 삶을 되짚는다. <중국식 룰렛>의 남자는 이혼한 아내가 남겨둔 위스키를 마시며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을 돌이켜본다. <인 더 다크, 다크 우드>의 여자는 오늘의 파멸을 받아들고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떠올린다.
<리버스>는 ‘이야미스의 여왕’으로 통하는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이다. ‘이야미스’는 읽고 나면 기분이 언짢아진다는 뜻의 일본어 ‘이야다’(いやだ)와 ‘미스터리’가 합쳐진 표현으로, 작가의 출세작 <고백>이 이야미스 문학의 대표적인 사례다. <리버스>는 휴가 날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친구와 당시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친구들의 잔인한 진실을 담은 작품이다. 죄의식을 놓지 않고 친구의 짧은 생을 되짚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떤 서정 소설 못지않은 깊은 감정의 잔상을 남긴다.
위악과 냉소의 시선을 견지해온 작가 은희경은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냉엄한 시선을 거두지 않되 위로의 기운을 더한 소설집 <중국식 룰렛>으로 돌아왔다. 표제작 <중국식 룰렛>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동명 영화에서 이름을 따왔다. 늦은 밤, 도심의 작은 바에서 서로의 행과 불행을 견주는 세 남자의 진실 게임을 담는다. 이외에도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삶의 다음 국면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섯편의 소설에 담겨 있다. 잡지의 별책부록, 그래픽 디자인 작품과의 콜라보 등 여섯편의 소설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그러나 뚜렷이 전해지는 희망의 에너지는 여섯 작품의 공통된 특징이다.
미스터리 장르 소설에는 새롭진 않지만 언제고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들이 있다. 밀실, 설원, 고립, 불청객, 치정으로 얽힌 과거. 영국 출신의 작가 루스 웨어는 이 고전적인 키워드들을 버무린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를 들고 깐깐한 미스터리 장르 소설의 팬들에게 첫인사를 건넨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영화적 잔상이 짙은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제작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은 이 작품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영화화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