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리버스>
2016-07-18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리버스>미나토 가나에 지음 / 김선영 옮김 / 비채 펴냄

<리버스>의 주인공 후카세는 “상대의 기분을 해칠 만한 언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몸을 사리고 마는” 성격이다. 학창 시절, 드러나게 따돌림을 당했던 건 아니지만 딱히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가 대학에서 만난 히로사와는 늘 마주하던 또래와는 다르다. 그는 “자기가 방패가 되어 해결할 수 있다면 주저없이 한 걸음을 내디디”는, 너르고 따뜻한 품을 지닌 사람이다. 후카세는 히로사와가 함께한다는 소식에 대학 동기들의 여행에도 용기내어 합류한다.

여행 첫날밤, 히로사와는 친구들의 강압에 못 이겨 음주 상태로 늦게 합류하던 친구를 마중 나간다. 그는 교통사고로 자리에서 즉사한다. 히로사와에게 술을 권하고, 운전을 부추기고, 마중 나오라고 고집을 부리던 친구들은 모두 일상 저편에 그날의 일을 묻어두고 산다. 후카세도 마찬가지. 어느 날, 그들을 살인자로 지목하는 편지가 날아든다. 후카세는 죽은 히로사와의 고향을 찾아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그가 살아온 삶을 ‘되감기’하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입술을 앙 다물고 데뷔 시절의 아득바득했던 그 마음으로 쓴 작품이다.” 첫 장편 데뷔작 <고백>으로 일본에서만 32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던 미나토 가나에가 신작 <리버스>를 들고 나오며 한 말이다. 미나토 가나에는 이후 <속죄> <경우> 같은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으로 성장했다. 이번 작품은 일인칭 여성 화자의 시선을 벗어나 남성 화자의 시선으로 한 인물의 죽음과 복수에 얽힌 비밀을 풀어간다. 주인공 후카세는 현실에 능숙하게 녹아들지 못하지만 그만큼 죄의식, 부채감도 살아 있는 인물이다. 그는 친구의 죽음에 연루된 사람들을 단죄하기보다는 죽은 친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기 위해 과거를 더듬는 데 힘쓴다. 전작들에 이어 ‘복수’와 ‘속죄’는 주요한 키워드지만 날선 추리감각보다는 소중한 사람의 부재가 야기하는 뭉클한 감정들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물론 촘촘한 복선과 탄탄한 구성으로 장르물 특유의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섬세한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사람 사이의 거리, 현재와 과거의 관계 등에 대한 작가의 심도 깊은 고찰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돌이킬 수 없는

여름의 도래를 고하듯 회사 차량의 앞유리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날마다 푸른빛을 더해갔다. 신호에 걸리거나 하는 사소한 순간에 그날 밤의 일은 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원두의 양이 줄어들 때마다 현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123쪽)

무라이나 히로사와가 야마모토 세미나 수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다른 대학에 갔더라면 좋았을걸, 후회의 근원을 거듭 거슬러 올라가 따지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그런 기로까지 전부 포함해 운명이라 부르는 것이라고 스스로 타이른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울컥한 감정에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