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다빈치부터 반 고흐까지 최고를 만나는 시간 <내셔널 갤러리>
2016-08-24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내셔널 갤러리>

영국 런던에 위치한 내셔널 갤러리는 190여년의 시간이 축적된 곳이다. 두치오의 종교화 등 13세기 작품부터 피카소, 모네의 20세기 초기 작품 등 2400여점이 소장되어 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다큐멘터리 <내셔널 갤러리>는 박물관에 관한 이런 백과사전적 지식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이 다큐멘터리는 박물관의 역사에 관한 설명은 애초부터 밀쳐두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미술관에 관한 모호한 스케치에서 출발한다. 영화에 담긴 것은 백과사전에 기록되지 않은 지식에 가깝다. 이때 지식은 권위 있는 관계자와의 일대일 인터뷰로부터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토크 프로그램이나 강연 혹은 내부 회의나 토론 등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다큐멘터리가 그렇듯 영화에서 어떤 인터뷰나 기록영상도 등장하지 않는다. 감독은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뒤질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봐야 하며, 예술품을 영화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작품을 미술관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것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보여주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이 겸허한 다큐멘터리는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생생함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트래킹숏 같은 카메라 무빙을 과시하는 법이 없다. 대신 편집을 통해 작품과 작품, 작품 속 인물과 감상자, 감상자와 미술관 관계자를 만나게 하면서 실재감을 전달한다. 음악, 자막, 보이스 오버내레이션 등에 의존하는 것 없이 화면에 담긴 것의 힘을 오롯이 포착한, 기억할 만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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