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단테의 신곡은 소설이 아니라 예언이었음을 <인페르노>
2016-10-19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어느 날 이탈리아의 낯선 병원에서 눈을 뜬 랭던(톰 행크스)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킬러의 추격을 받는다. 담당 의사인 시에나(펠리시티 존스)와 함께 가까스로 현장을 벗어난 랭던은 자신이 지난 이틀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그리고 단편적인 기억과 주머니 속 소지품을 통해 이 사건 뒤에 지구의 인구를 반으로 줄이려는 최악의 테러 계획이 숨어 있음을 눈치챈다. 이제 랭던은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바탕으로 유럽을 무대로 한 암호 해독에 나선다.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인페르노>는 <다빈치 코드>(2006), <천사와 악마>(2009)에 이은 로버트 랭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변함없이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일단 전작들보다 더 커진 이야기 규모가 눈에 들어온다. 전세계의 빠른 인구 증가를 조금만 더 방치하면 제한된 자원 때문에 인류가 공멸한다는 (의외로 설득력 있는) 가설에서 시작한 이번 이야기는 문자 그대로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치명적 테러를 소재로 삼는다. 전반부 이야기의 높은 긴장감도 이런 설정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 하지만 이런 야심찬 기획은 뒤로 갈수록 개연성 있는 이야기 전개에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세계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하기에는 테러리스트와 랭던 일행의 행동이 다들 너무 소박하고 허술하기 때문이다. 급한 와중에도 틈만 나면 아련한 연애 감정에 빠져드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인페르노>는 위기일발의 순간에도 관객이 심드렁하게 스크린을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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