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적인 외모의 청년이 인터뷰 장소로 걸어들어왔다. 영화의 밑그림을 구상하는 직업이 더없이 잘 어울려 보이는 그는 영국 출신의 컨셉 아티스트 새뮤얼 킹이다. 그는 덱스터에서 근무하는 일곱명의 컨셉 아티스트 중 유일한 외국인 스탭이다. 하지만 덱스터에서 일하며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우리 팀에는 캐나다에서 오래 머물다온 스탭도 있고,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다온 스탭도 있다. 그래서 나를 제외하면 모두 한국 사람이지만 문화적 경험과 정서의 폭이 굉장히 넓다. 앞으로 중국 등 세계 유수의 스탭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덱스터의 이 유니크한 구성원 조합이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데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덱스터의 기술인력을 총괄하는 정성진 본부장 또한 “할리우드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사고방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말로 그와 함께 일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시각특수효과(VFX) 전문업체이자 VFX의 비중이 높은 영화를 제작하는 덱스터에서 “영화에 필요한 모든 생각을 그림으로 구체화하는” 컨셉 아티스트는 그야말로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아직 개발 단계이기에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SF, 호러 등 장르영화와 중국, 한국의 상업영화 등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 여섯편의 컨셉아트를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게 새뮤얼 킹의 설명이다. 특히 그가 공들여 작업하는 영화 중에는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도 있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을 봤다. 한국적인 색채가 매우 강한 작품이더라. 캐릭터와 환경을 디자인할 때 우리 역시 한국의 문화적인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영화에서는 김용화감독의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가 영화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스타일과 방식이 결국 <신과 함께>에 담기게 될 거다. 그런 점에서 <신과 함께>는 감독의 퍼스널리티가 영화의 시각적인 이미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새뮤얼 킹이 처음부터 한국행을 꿈꿨던 건 아니었다. 대학 시절 그와 집을 함께 사용하던 이들 중 한국인들이 있었고, 그들에게는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스튜디오 포레스트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일하는 지인이 있었다. 동거인들의 추천으로 한국에서 작업 기회를 얻게 된 새뮤얼 킹은 대학 졸업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한국행을 택했다. <세일러문>과 <괴도 루팡>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리드 아티스트, 혹은 아티스트를 맡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대여섯개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생활은 “일과 삶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회사에서 쪽잠을 자기 일쑤였고, 생일에도 야근을 해야 했다.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작업의 일부가 될 수 있어 굉장히 행복했다. 하지만 영원히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창의성 또한 일과 삶의 밸런스가 잘 맞았을 때 더 극대화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 영화쪽으로 이직했는데, 창의력을 발휘하기에는 영화계의 환경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국 출신 컨셉 아티스트가 말하는 한국 영화업계의 매력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새뮤얼 킹이 영국을 떠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물론 장점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영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람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한국은 좀 다르더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그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이 부러웠다.” 덱스터에서 일하게 된 것도 VR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던 중 덱스터의 V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채수응 프로듀서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에 열려 있지만, 경력은 10년이 훌쩍 넘는 숙련된 스탭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 덱스터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한다.
스토리텔링의 빈칸에 상상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는 기술자답게, 새뮤얼 킹은 다양한 영상 매체로부터 컨셉 아트의 영감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세대를 초월한 웰메이드 한국영화는 언제나 그의 중요한 참고 자료다. “<지구를 지켜라!>의 아이디어와 <살인의 추억>의 이야기, <김씨표류기>의 조명”은 그가 꼽는 웰메이드 한국영화, 웰메이드 프로덕션의 좋은 사례다. <주유소 습격사건>처럼 위트가 돋보이는 한국영화도 즐겨 본다고. 최근에는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뛰어넘는 영미권 드라마, <블랙 미러>와 <미스터 로봇>을 챙겨보는 등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은 이야깃거리와 이미지를 찾고 있다는 그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것들이 상호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중일까. 2017년에 개봉예정인 그의 차기작 <신과 함께>를 기다려보자.
대표작 <구층요탑>과 <몽키킹2: 서유기 여정의 시작>
“루추안 감독이 <구층요탑>을 준비하며 컨셉 아티스트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멋지게 보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해보라’고. 이 영화가 스펙터클한 전투 신이 장전되어 있는 SF 장르여서 끌어낼 수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을 끌어왔다. 로마 양식의 건축물, <에이리언> 시리즈에 나올 법한 구조물들, SF 장르영화에 나올 법한 건물들….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덱스터 컨셉 아트팀의 노력이 응축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몽키킹2: 서유기 여정의 시작>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장면의 비주얼을 완성하기 위해 몇달 동안 고생했다. 중국 역사 서적도 많이 참고하고 군인 캐릭터와 괴수를 디자인하느라 진이 쏙 빠졌다. 하여간 두 작품을 하면서 컨셉 아티스트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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