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키워드로 살피는 2016년 독립영화
2016-11-28
글 : 윤혜지
<귀향>

#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승인

올 11월 초, 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이 승인됐다. 2004년부터 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이 논의됐고,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의 복합상영관 건립 계획이 좌절되었다. 2010년엔 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 마련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2015년 12월부터 서울시네마테크 건립 계획서를 행정자치부에 제출했고 행정자치부의 두 차례 반려 뒤 세 번째에 승인이 떨어졌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관과 폐관을 거듭하는 독립영화전용관들

부산시의 첫 독립영화전용관인 부산 인디플러스 영화의전당이 3월11일 개관했다. 부산 지역 독립영화 제작 장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확장 필요에 의해 영화의전당 내 필름시사실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서울 시내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와 프로그램을 공유한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은 임대차 계약 만료로 개관 10년 만인 5월12일, 영업을 종료했다. 2014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이 끊긴 상황이었기에 “운영상의 어려움”도 영업 종료의 이유 중 하나였다. 한편 2012년 5월18일 개관한 강원도 유일의 예술영화관이자 지역 최초의 비영리극장인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올해 2월29일 재정 악화로 잠정 휴관에 돌입했다. 다행히 해를 넘기기 전인 11월, 상황이 (조금) 나아져 내년 3월 재개관을 준비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업사이드 다운>

#독립영화 제작·개봉의 동아줄? 크라우드 펀딩

조정래 감독은 14년간 <귀향>의 제작을 시도해왔다. 투자 유치가 어려워 고생하다 소액의 제작비를 모아 마침내 영화 촬영을 시작했으나 예산은 일주일 만에 다 떨어졌다.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귀향>의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했고, 40일 만에 국내와 세계 각지에서 7만5270명이 후원금을 보내주었다. 올해의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이 된 <귀향>은 2015년 4월 다시 촬영을 시작해 올 초 개봉했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의혹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감독 김동빈)은 지난 2월, 전국 극장 개봉을 위한 소셜 펀딩을 시작한 지 약 한달 만에 2755만원을 모금하며 목표치를 137% 초과 달성했다. <업사이드 다운>은 4월14일 개봉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30년 투쟁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그림자들의 섬>은 후원인 453명의 도움으로 개봉 지원을 위한 목표 모금액의 103%를 초과 달성해 1547만원을 모았고, 8월25일 극장 개봉했다. 해직 언론인들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자백>도 목표 금액의 무려 217%를 초과 달성해 4억3427만6천원을 모금했고, 10월13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도 개봉 지원금 목표 금액의 123%를 초과 달성한 1억2343만원을 모금해 10월26일부터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많은 독립영화·다큐멘터리가 제작 및 개봉에 난항을 겪어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한다. 펀딩에 성공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끝맺음이 요원한, 심각한 사회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공분이 펀딩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씁쓸하다.

#자율성을 침해당한 영화계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상영 결정에 따른 부산시장의 간섭으로 촉발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3월24일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김동원, 이송희일, 민용근, 박정범, 부지영, 홍석재 감독 등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감독들 146명이 부산국제영화제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영화제는 가까스로 열렸지만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모다들엉, 평화’(모두 모여, 평화)를 주제로 삼은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애초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예술의전당으로부터 7편의 상영작 등급심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관 보류 판정을 받았고, 4월12일 대관 불허를 최종 통보받았다. 지적받은 7편의 상영작은 모두 국내 현실을 강력히 비판하는 다큐멘터리였다. 영화제는 서귀포성당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안도할 만한(?) 소식도 있다. 5년 전 제작된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2011년 6월과 2012년 9월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제한상영가 영화의 상영을 위한 전용관은 국내에 없다. 상영 금지나 다름없는 처분이었다. 제작진은 서울행정법원에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을 냈고, 2014년 7월10일 대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제한상영가 등급 취소 판정을 받아 올 9월10일 정식 개봉했다. 하지만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11월11일 기준으로 누적관객수 532명에 그치고 말았다. 영화의 수명이 줄어들도록 만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국가폭력,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1월은 용산참사 7주기였다. 용산참사 7주기 추모위원회, 인디스페이스, 시네마달은 ‘용산참사 7주기 추모상영회: 국가폭력 특별전’을 공동 주최해 <두 개의 문>(2011), <밀양 아리랑>(2014), <나쁜 나라>(2015)를 상영했다. 4월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이 4·16연대미디어위원회의 이름으로 만든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을 공개했다. 진도 팽목항, 안산, 서울을 오가며 꾸준히 현장을 기록한 일곱 감독들의 7편의 영상들을 모았고 지난 3월30일, 제16회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첫 공개됐다.

<야근 대신 뜨개질>

#여성 독립영화인들의 약진

유독 올해는 독립영화계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남달랐다. 김수빈 감독의 <소꿉놀이>는 의도치 않은 임신으로 엄마가 된 감독이 급박하게 진행된 결혼과 출산과 육아와 시집살이의 과정을 집요하게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서은영 감독의 <초인>은 해프닝으로 만난 소년과 소녀가 그들 스스로의 어두운 삶을 긍정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인 채서진이 여자주인공 수현을 연기해 주목받았다. 관계맺기의 어려움과 당혹스러움을 정직하고 담백한 연출로 담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최수인이라는 뛰어난 어린 배우를 눈여겨보게 했다. ‘워킹홀리데이’의 매혹 뒤에 존재하는 청년 세대의 적나라한 고생담을 기록한 <홀리워킹데이>(감독 이희원), 손녀의 애정어린 시선으로 할머니의 고독을 카메라에 담은 <할머니의 먼 집>(감독 이소현), ‘야근’과 ‘휴근’에 지친 여성 노동자들이 귀여운 도시 테러를 계획한다는 내용의 <야근 대신 뜨개질>(감독 박소현)도 친근하고 현실적인 소재와 그 소재를 푸는 발랄한 방식이 눈에 띈 작품이었다. 보편적인 연애 서사를 섬세한 호흡으로 담은 <연애담>(감독 이현주)은 독립영화계에서 만만치 않은 내공을 쌓은 이상희와 신선하고 도발적인 매력의 류선영의 호연으로 완성됐다. 고희영 감독은 제주 우도의 해녀들의 삶을 7년간 좇은 <물숨>과 시각장애인인 (틴틴파이브의) 이동우와 그에게 눈을 기증하겠다고 나선 한 남자의 로드무비 <시소>, 두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이어 선보였다. 이번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인 <재꽃>의 정하담 또한 연초 개봉한 <스틸 플라워>에서 강단 있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다.

<글로리데이>

#올해의 독립영화 흥행작들

다섯 손가락으로만 헤아려도 10만 관객 이상을 모은 화제작이 많다.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귀향>은 358만7077명의 관객을 동원해 올해 나온 독립영화 중에서도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이어 <글로리데이>는 18만9131명의 관객을 극장에 불러앉혔고, 현재도 개봉 중인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11월22일 기준으로 15만9617명의 관객을 모았다. <서울역>은 14만7031명, <자백>(개봉 중, 11월22일 기준)은 13만2763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외에도 <걷기왕>(개봉 중, 11월22일 기준)이 9만3293명, <최악의 하루>가 8만754명, <우리들>이 4만7450명, <범죄의 여왕>이 4만3823명의 관객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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