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연애담> 관객이 감독과 배우들에게 묻다
2016-12-05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씨네21>의 설문과 SNS 및 전화 취재에 응한 <연애담>의 팬들이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 배우 이상희, 류선영에게 궁금한 점들을 보내왔다. 그중 몇 가지를 추려 그 대답을 들어봤다. 이어 감독과 배우들이 팬들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도 덧붙인다.

-이상희, 류선영 배우님. 윤주와 지수의 역할이 바뀌어 캐스팅됐다면, 어땠을까요?

=배우 이상희_ 제가 <해피 투게더>(1997)의 보영(장국영) 같은 캐릭터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지수는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궁극의 순간에도 자신을 선택할줄 아는 강한 사람이죠. 사실 감독님께 “제가 지수를 연기하면 어떨까요?” 물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감독님의 한마디, “내 영화에서는 안 된다. 다른 영화에서 해라!” (웃음) 제가 선영이가 연기한 지수만큼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까 싶네요.

=배우 류선영_ 하하하. 재밌었을 것 같네요! 그래도 지금의 캐스팅이 딱 좋지 않나요? 전주국제영화제 때 <연애담>을 보면서 저 역시 이상희 배우님의 팬이 됐습니다. (웃음)

-<연애담>의 프리퀄이나 시퀄, 혹은 <보이후드>(2014)처럼 시간의 흐름을 좇아 <연애담> 이야기를 더 만들어볼 의향이 있으신가요?

=이현주 감독_ 해보고 싶은 좋은 이야기가 생긴다면야 퀴어물로서도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연애담>의 다른 형태로는 진행하지 않을 것 같아요. <연애담>보다는 인물들간의 관계가 좀더 복잡하다든지 뭔가 제가 영화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걸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미 누군가는 여성퀴어물을 만들고 있을 거예요. 내년에 분명 더 좋은 여성퀴어물이 나올 거라 저 역시 기대하고 있어요.

-두 배우님, 촬영 때 윤주와 지수의 감정을 계속해서 따라가야 했기에 감정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배우 이상희_ 촬영을 끝낸 지 2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윤주를 생각하면 울컥해요. 선영이도 그래서 많이 힘들었을 거고요. 요즘 관객과 만날 일이 많다보니 가끔 윤주 생각에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감정을 잘 다독이지 못하는 저 자신에게 짜증이 나기도 해요. 지금은 이렇게 관객분들과 가까이에서 만나고 힘을 받고 있어서 좋은데 이 순간들이 지나가면 후폭풍이 오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배우 류선영_ 촬영 이후에도 지수의 여파가 상당했어요. 영화 속 지수는 설명되지 않는 점이 많아요. 저로서는 고민이 더 깊었죠. 지수를 이해하고 준비했던 기간에 비해 촬영 기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죠. 그래서인지 여운이 오래갔고 몸과 마음이 춥고 외로웠어요. 촬영 후 2년이 흐른 지금 다시 지수의 삶을 가져와 관객과 만나다보니 그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 고민도 생기더라고요.

-여성퀴어멜로에 대한 지금의 흐름, 어떻게 보세요?

배우 이상희_ 배우로서는 남성의 시각이 아닌 여성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 많아지길 바라요. 특히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독립영화 감독님들이 상업영화로 나가면 상업영화에서도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 류선영_ 희망적인 흐름이죠. 여성으로서도, 연극과 영화하는 사람으로서도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목받는 직업인인 만큼 보다 많은 분들이 제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물론 배우는 언제나 캐스팅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때때로 벽에 부딪히기도 하죠.

-퀴어물 여부를 떠나서 계속해서 영화 만들어주시고 출연해주세요. 다음 작품이 결정되었나요?

이현주 감독_ 차기작 얘기만큼 의미 없는 말이 있을까요. 솔직히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네요. 내가 알 것 같고, 해도 될 것 같은 이야기를 <연애담>에 다 쏟아 부었어요. 어쩌면 나를 좀 비우고 돌아봐야 할 때 같아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좋아요. 잘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 사람들이 잘 다루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애정이 있으니 또 만들지 않을까요. 다만 <연애담>이 독이 되지 않도록, 다음 작품의 비교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죠.

배우 이상희_ 촬영을 마친 <누에 치던 방> 역시도 과거 <연애담>처럼 현재 배급사가 없어요. 개봉하면 정말 좋겠네요. 곧 12월부터는 고현석 감독의 장편독립영화 <물 속에서 숨쉬는 법>을 촬영해요. 제목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히죠?(웃음)

배우 류선영_ 아직은 차기작 소식을 전할 만한 게 없네요. 소모적인 캐릭터만 아니라면 장르는 불문입니다.

-<연애담> 블루레이, DVD 제작되나요?

이현주 감독_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에요. 단편 <바캉스> 수록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팬들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

“‘이젠 조금 알 것 같아.’ 윤주의 이 말처럼 저도 윤주만큼은 아니지만 <연애담>을 통해 영화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영화는 만들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극장에 걸리고 관객이 영화를 감싸줬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거예요. <연애담> 덕분에 순간순간 감사한 기억들뿐입니다. 본인이 성소수자라며 <연애담> 보고 제게 편지도 보내준 분도 계세요. 그럴 때마다 ‘다들 외로웠구나’ 싶어요. 다들 조금이라도 덜 외로웠음 좋겠어요.” -감독 이현주 드림

“한번 상처를 받으면 속마음을 터놓기가 어려워지잖아요. 윤주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이제 알았고 그래서 앞으로 사회와 부딪혀야 할 게 많아질 거예요. 반강제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거고요. 그럴 때 자신을 탓하게 되지 않길 바라요. 윤주가, <연애담>을 사랑하는 팬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살아가면서 상처받지 않기를. 우리 모두 소중한 사람들인데 그걸 잊게 될 때가 있어요. 저 역시도 행복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 -배우 이상희 드림

“용기를 내자고 말하고 싶어요. 뭐든. 용기 내기가 어렵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용기를 내면 동력이 생기고 그 힘으로 실천하게 되고 삶을 조금씩 바꿔갈 수 있잖아요. 용기를 내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도 용기 같아도. 청춘 드라마 대사 같죠? 하하. 그래도, 우리 용기 내요. 내년엔 저도 30대인데 배우로서도 인간 류선영으로서도 여러모로 용기를 내야할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배우 류선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