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첫 인터뷰를 앞둔 19살 김소희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밝고 쾌활한 기질에서 나오는 웃음이기도 하겠으나 그보다는 데뷔의 순간에 으레 찾아오는 긴장의 신호다. 생글거리는 이 얼굴이 지난해 평단을 깜짝 놀라게 한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의 소녀 최미옥이라니. 반항과 적개어린 무표정, 경상도 사투리가 밴 뭉뚝한 말투의 미옥은 친구의 죽음을 풀 열쇠를 쥔 아이다. 출연 분량도, 해내야 할 몫도 상당했던 난이도 상의 미션으로 김소희는 연기에 입문했다. “중3 때였다. 외향적인 성격을 눈여겨본 교감 선생님의 추천으로 연기 학원에 다니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밀은 없다>의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합격한 거다!” 이경미 감독은 김소희에게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좋았다”며 단 하나의 주문을 했다. “(연기를) 막 하라!” 김소희가 이해한 ‘막’의 의미는 이러했다. “감독님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내가 생각한 것을 가감 없이 솔직히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바스트숏’, ‘풀숏’이 뭔지, 감독뿐 아니라 현장에는 조감독도 있고 스탭들도 있음을 전부 <비밀은 없다>의 현장에서 보고 들으며 알게 됐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터라 김소희에게선 불쑥불쑥 사투리가 나온다. “앗, 지금도 서울말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이게 참…. (웃음)” 한창 촬영 중인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김소희가 맡은 고3 수희 캐릭터에는 김소희의 말투가 그대로 반영됐다. “강일수 감독님께서 지방에서 전학 온 학생으로 컨셉을 잡아주셔서 평소는 서울말을 쓰되 화가 나면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수희를 만들어가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을 하면서 조금은 알 것 같은 면도 생겼다. “처음에는 대본을 볼 때 내 대사만 봤다. 근데 알고 보니 지문이 중요했다. 그 대사를 하게 된 상황, 지문에 표시된 인물의 행동이나 감정 상태를 파악해야만 대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거더라.”
새로운 걸 해보는 걸 워낙 좋아해 할 줄 아는 것도 많다. “피아노는 8년 배웠고 바이올린도 얼마간 해봤다. 발레, 수영, 골프, 배드민턴도 조금씩 할 줄 안다. 운동신경이 있는 것 같다. 액션배우?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할 거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하고 싶은 건 역시 연기”라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요즘은 틈만 나면 영화관으로 달려가 <업 포 러브> <라라랜드> <마스터> 등의 영화를 챙겨보는 게 일이다. 올해 고3이 되는 김소희는 연극영화과로 진학해 준비된 배우로서의 미래를 그릴 예정이다. “틀에 박힌 캐릭터보다는 전혀 다른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특히 악역은 꼭 해보고 싶다.”
공통질문
01.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매번 볼 때마다 달라지는 연기의 팔색조, 카멜레온? (웃음) 예측 불허의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02.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 & 배우.
<비밀은 없다>를 찍으면서 손예진 선배님께 정말 많이 배웠다. 내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지금도 계속 변신하길 멈추지 않는 분이 아닌가. 게다가 현장에서의 선배의 열정이란. 기억하고 배워두고 싶었다.
03. (오디션, 리딩현장, 촬영장 등에서의)아찔했던 순간.
<솔로몬의 위증> 리딩 현장에서 내가 생각한 수희와 작가님께서 그린 수희 캐릭터가 달랐을 때다. 나는 수희가 그저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아이이고 너른 마음으로 친구들을 품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작가님께서 “수희는 항상 반쯤 ‘빡쳐 있는’, 기본적으로 화가 나 있는 인물”이라고 하시더라. 다시 처음부터 수희를 생각해보게 됐다.
필모그래피
영화 2015 <비밀은 없다> 드라마 2016 <솔로몬의 위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