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의 오디션을 본 날 우도환은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역대 가장 오디션을 못 본 날.” 지금까지 오디션을 60~70번은 봤고 이제는 오디션의 떨리는 순간을 즐기게도 되었지만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이 출연하는” <마스터>의 오디션은 그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평소보다 많이 들떠 있었던 것 같다. 오디션을 다 보고 나왔는데, 캐스팅될 거라는 기대감이 1%도 없었다.” 본인의 걱정과 달리 결과는 좋았다. 필리핀 로케이션을 위해 생애 첫 여권도 만들었으니 말이다. 우도환이 연기한 진 회장(이병헌)의 수하 ‘스냅백’은 영화 후반 진 회장과 김 엄마(진경) 사이의 팽팽한 기류 형성에 한몫하는 인물이다. 별다른 대사도 주어지지 않은 캐릭터지만 우도환은 아직 소년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청년의 섬뜩한 기운을 풀풀 풍긴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단번에 표현되길 바랐다. 걸을 때나, 운전할 때나, 총을 쥘 때 프로의 능숙함이 묻어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영화 전체로 보면 작은 배역이지만, 우도환은 스냅백의 존재 이유를 확실히 구축하고 연기했다. 이처럼 주어진 기회를 더 빛나는 내일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줄 아는 이 젊은 배우는 <마스터>의 현장에서 모든 것을 흡수할 태세로 “프로들의 세계”를 관찰하고 익혀나갔다.
촬영은 <마스터>가 빨랐지만 전파를 먼저 탄 건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였다. 여기서도 우도환은 특유의 차가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가 연기한 다다금융 조직원 김완식은 척진 사이인 고난길(김영광)을 괴롭히는 “인간적인 악역”이었다. 아무래도 쌍꺼풀 없이 긴 눈이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을 더한다. 눈이 아몬드같이 생겼다고 했는데 그 말을 다이아몬드 같다는 말로 잘못 듣고서 멋쩍은 듯 크게 웃어젖힐 땐 차가운 이미지 너머 맑은 청춘의 얼굴도 꺼내 보여준다. “숫기도 없고 부끄러움도 많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그에게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먼저 읽은 건 부모님이었다.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배우의 길을 권했고, 우도환은 19살이 됐을 때 “용기를 내” 연기에 도전한다. 연기학원을 다녔고 재수를 해서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연기에 대한 꿈을 더 일찍 품지 못한 건 스스로 확신이 선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6년을 정리하며 우도환은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이제 더 잘하자.” 2016년의 계획 중 하나였으나 미처 달성하지 못한 ‘1년에 5작품 이상 출연하기’라는 목표는 2017년으로 이월됐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에 목표를 크게 잡았다. (웃음)” 아직 정해진 차기작은 없고, 꾸준히 오디션을 보는 중이다. “내가 울 때 함께 울 수 있고 내가 웃을 때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친구 같은 배우”가 되길 꿈꾸며 그는 오늘도 부지런히 달린다.
공통질문
01.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
02.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 & 배우.
누구와 함께하더라도 큰 영광일 것 같다.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을 작품으로 만나뵙고 싶다. 사실 <마스터>에서 이병헌 선배와 함께 연기했지만, 그전까지는 감히 꿈꾸지도 못했던 일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감격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03. (오디션, 리딩현장, 촬영장 등에서의)아찔했던 순간.
<마스터>에서 양봉장 폭파 신을 찍을 때였다. 조의석 감독님께서 “잘못해서 엔지나면 세 시간 동안 폭탄 다시 설치하고 다음날 다시 와서 촬영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내가 폭파 버튼을 누르는 건 아니었지만 괜스레 ‘어떡하지? 내가 조금만 실수하면 모든 스탭들한테 피해가 갈 텐데’ 싶어서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감독님은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는데 모든 게 처음인 나는 많이 아찔했었다.
필모그래피
영화 2016 <인천상륙작전> 2016 <마스터> 드라마 2016 <드라마 월드> 2016 <우리집에 사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