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갈수록 기세등등 - <치즈 인 더 트랩> <환절기> 지윤호
2017-01-16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지윤호는 수줍음이 많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몸서리쳐지는 스토커 연기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그는 뜻밖에도 낯가림이 심했다. 스스로도 “워낙 긴장하는 편이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여름 촬영은 무섭기까지 하다”라고 말할 만큼 쉽게 얼고 당황하는 편. 그런데 그가 연기한 <치즈 인 더 트랩>의 오영곤은 약간의 호의만 보여도 모든 여자가 자길 좋아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 여자 저 여자 쿡쿡 찔러대며 싫은 짓만 골라서 하는 뻔뻔한 밉상, 오영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대체 그는 어떻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걸까. “원래 권은택 역으로 오디션을 보려 했다. 그런데 내 앞에서 오디션을 본 배우가 남주혁씨였다. ‘저 사람이 은택이다!’ 싶더라. 스쳐지나가는 찰나에 절벽으로 떨어지기 직전인 심정이 됐다. 그때 감독님 옆에 오영곤 역의 시나리오가 있는 걸 보고 바로 ‘양아치를 꼭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씀드리고 오영곤을 연기했다. 아마 은택 역으로 오디션을 봤더라면 지금도 난 집에 있지 않았을까. (웃음)” 긴 원작을 모두 읽어 캐릭터를 다 파악하고 있었으니 즉석에서 순발력도 발휘할 수 있었을 터다. 배우로선 약점일 수도 있을 과한 긴장과 낯가림을 방어하기 위해 그가 장착한 무기는 관찰과 취재다. “다른 배우들과의 경쟁선에서 내가 그들보다 무엇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포지션을 제대로 파악하자’는 거였다. 내가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잘 알아야 했다. 오영곤 역이 확정되고 캐릭터를 준비할 땐 오영곤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뭘까 고민했다. 어떤 모습이 사람을 지질하게 보이게 만드는지, 어떤 행동이 여성들을 무섭게 하고 화나게 하는지 주변에 탐문하고 다녔다.” 지윤호는 그렇게 들은 이야기들, 행동들, 눈빛들을 모아 오영곤이란 인물을 만들었다.

신선한 얼굴이지만 어느덧 배우 6년차.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데뷔는 2011년 드라마 <갈수록 기세등등>으로 했다. 드라마 <태조 왕건>(2000)을 본 다음날, 최수종이 <아침마당>에 나와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으로서 토크하는 것을 보며 배우의 일과 일상생활의 차이에 호기심이 동해 그 뒤로 쭉 배우를 꿈꿔왔다고. “<치즈 인 더 트랩>을 하고 깨달은 건 잠깐 이름을 알렸다고 해서 그게 계속 가는 게 아니라는 거다. 배고픈 사람이 성공한다고 했던 선배님들 말씀이 떠오른다. 데뷔하기 전까진 순탄하게 살아서 절박함이란 감정을 뒤늦게 알았다. 쉽게 긴장하는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의 준비를 해두는 거다.” 그래서 지윤호는 평소 주변을 관찰하는 걸 습관처럼 하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라(웃음) 언제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내가 가진 걸 익숙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오영곤이나, <우리집에 사는 남자>의 분위기 메이커 이용규처럼 지금까진 성격이 도드라진 역할을 주로 연기해왔지만 지윤호가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될 <환절기>의 수현은 그의 캐릭터 중 가장 섬세하고 평범한 인물이다. 조용조용한 그의 본모습에 보다 가까운 인물이 아닐까 기대해봄직하다.

공통질문

01.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나쁘게 말하면 ‘또라이’, 좋게 말하면 ‘천의 얼굴’? (웃음) 조금 이상하다는 말을 가끔 듣지만 그게 곧 여러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는 말처럼 들려서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02.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 & 배우.

<치즈 인 더 트랩>의 이윤정 감독님과 <환절기>의 이동은 감독님과는 보은하는 마음으로 꼭 한번 다시 일하고 싶다. 나를 한번씩 구해주신 분들이라 언젠가 내가 은혜를 갚을 길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

03. (오디션, 리딩현장, 촬영장 등에서의)아찔했던 순간.

워낙 오디션, 리딩에 약한 편이라 매 순간이 아찔했다. (웃음)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오영곤이 홍설 집에 찾아가 따지는 장면을 찍던 날은 처음으로 연기고 뭐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날이 추웠다. 그런데 그날 엔지를 엄청 냈다. 죄송하고 민망해서 어찌나 곤혹스러웠던지….

필모그래피

영화 2016 <환절기> 2015 <좋아해줘> 2015 <연애의 맛> 드라마 2016 <우리집에 사는 남자> 2016 <치즈 인 더 트랩> 2012 <신의> 2011 <갈수록 기세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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