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난데없이 찾아온 스타. 장동윤의 데뷔는 지상파 뉴스였다.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 흉기를 든 강도가 들어왔고 장동윤은 친구와 통화를 하는 척 경찰에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강도는 붙잡혔고 장동윤은 감사장을 받아 뉴스 인터뷰를 하게 됐다. “나는 계정이 없어 몰랐는데 SNS에서 화제가 됐다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소속사에서도 뉴스를 보고 연락을 줬다. 연기 해보지 않겠냐며, 편하게 얘길 나누자고 미팅 제안이 왔는데 당시 취업 준비를 하던 차라 고민하다 결국 도전해보기로 한 거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장동윤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 시를 쓰는 것”이었다. 대구시 교육청 문예창작영재교육원에서 시 쓰기를 배웠고 “중3 때부터 극장 개봉하는 영화의 포스터를 죄다 모았”을 만큼 영화를 좋아해 종종 혼자서 시나리오도 쓰곤 했단다. 자작시 <빗자루> <고구마 화물열차와 검은 말> <발바닥을 보다>로 제18회 청소년 소월문학상 시부문 장려상을 수상했고, <삼대째 내려온 카누는 지상으로 간다>로 제7회 현대시문학 청소년문학상 금상을 받기도 했다고. “경제학을 공부하면서는 한편도 제대로 못 썼지만 연기를 하면서 다시 시를 쓰고 있다. 시상이 떠오르면 휴대폰에 적어두기도 한다. 감성 훈련이 돼서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언젠가 시집을 낼 건데 새해엔 원고의 절반이라도 완성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데뷔하고 맡은 첫 캐릭터는 동명 웹툰 원작의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의 곰개발이었다. 매사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는 우직한 게임 개발자다. “시나리오를 외울 때만 해도 할 만하구나 싶었는데 막상 리딩 때 되니 엄청 떨려서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다행히 캐릭터 자체가 뭐든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하는 인물이라 당시의 나를 그대로 보여주면 됐다. (웃음) 보고 난 친구들이 ‘그냥 너 아니냐’고 하더라.” 두 번째 작품이자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선 교내 재판의 변호인인 한지훈을 연기하고 있다. 친절함과 유머를 고루 갖춰 또래의 동경과 선망을 한몸에 받는 인기인이자 학교의 모범생이다. “원작의 간바라 가즈히코는 감독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가즈히코만큼은 원작과 똑같이 가야 한다고 말하시더라. 그래서 나도 원작의 인물을 많이 참고하려고 했다. 연기를 배우며 감정을 있는 대로 드러내고 발산하는 연습을 해왔는데 한지훈은 뭔가 숨기려 하고, 감정을 꾹꾹 누르는 캐릭터라 연기하기가 무척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뜻밖의 기회로 배우가 됐지만 “이왕 시작하게 된 것, 누구보다 차근히, 열심히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고 장동윤은 말한다. “청소부 아저씨, 고구마를 팔거나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노동자들, 노숙인들 등등 예전에 썼던 시들이 모두 사람에 관한 거였다. 나는 사람에 관심이 많다. 나 역시 대중에게 친숙하고, 오래 봐도 편안한 배우로 남고 싶다. 내가 배우가 된 과정이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아직 검증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지 못하게 얻은 유명세에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될 거다.”
공통질문
01.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다. 인간적이라는 말들을 하잖나. 연기가 ‘인간’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02.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 & 배우.
송강호 선배님. 연기를 하기 전부터도 살면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막상 뵙게 되면 그냥 얼어붙어버릴 것 같지만. (웃음) <살인의 추억>을 보고 반했고, 개인적으로는 <변호인>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
03. (오디션, 리딩현장, 촬영장 등에서의)아찔했던 순간.
<솔로몬의 위증> 두 번째 리딩이다. 1, 2화를 읽었던 첫 리딩에선 내 대사가 얼마 없어서 긴장하지 않았는데 3, 4화를 읽은 두 번째 리딩에선 대사가 많아졌다. 선생님들이 다 보고 계시는 걸 느끼니 얼굴이 후끈거리고 그냥 얼게 되더라. 내가 얼마나 못했던지 리딩 마치고 다들 내게 오셔서 한마디씩 격려와 조언을 해주셨다. 흥분을 진정시킨 방법? 없었다. (웃음)
필모그래피
드라마 2016 <솔로몬의 위증> 2016 <게임회사 여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