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SNS를 통한 관계 형성과 몰락 <언프렌드>
2017-02-08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로라(알리시아 데브넘 캐리)는 친구들과 화려한 대학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그에겐 하루에도 수십명으로부터 SNS 친구 요청이 들어온다. 한편 같은 과 마리나(리슬 알러스)는 늘 혼자다. 어느 날 로라가 마리나에게 살가운 인사를 건네자 그날부터 마리나는 로라에게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수십통의 메시지를 보내고 로라를 미행하는 마리나. 마리나의 스토킹에 공포를 느낀 로라는 그와 SNS 친구를 끊고 현실에서도 절교를 선언한다. 며칠 후 마리나가 자살하는 영상이 로라의 SNS 계정에 업로드된다.

영화는 해킹, 악성 댓글 피해 등 SNS의 위험성을 공포의 소재로 활용했다. 해킹을 당해 의도치 않은 글과 영상이 계정에 업로드됐지만 누구도 피해자의 무고함을 믿지 않는 등 SNS의 자아가 현실에서보다 신뢰를 더 얻는 섬뜩한 풍경들이 담긴다. SNS를 통한 관계 형성과 몰락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한 제목의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와 닮았다. 하지만 <언프렌드>의 주된 공포는 마녀, 주술 등을 키워드로 삼는 오컬트 장르에 기반하고 있다. 화면이 꺼진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는 사람이 희생자가 된다는 설정을, 검은 거울을 매개로 내세의 사람들과 소통했다는 중세 시절의 주술과 엮는다. 작품에 다양한 톤을 담아내려 했지만 내용은 신선하지 않다. 비슷한 희생이 반복되는 전개 양상 또한 지나치게 단순하다. 주인공이 당하는 피해의 정도에 비해 희생의 개연성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촘촘한 서사의 구축 없이 장면과 무드만으로 공포를 자아내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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