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 참신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 세권
2017-02-21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2월의 북엔즈에 꽂힌 신간 도서들은 일반적인 장르 도서와 차별화된 구성이 돋보인다. 세권의 도서는 각각 만화, 에세이, 소설로 글의 종류도 다르고 자취 생활, 세계 각지의 음반들, 자폐아 가정의 생활과 살인사건 등 글의 소재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세권 모두 독자가 스토리를 따라가고 메시지를 읽어내는 데 최선의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만화가 김정연의 <혼자를 기르는 법>은 회사 생활을 위해 상경한 디자이너 이시다가 생활의 동반자 햄스터, 친구들과 함께 꾸려나가는 일상을 그린다. 페이지별로 같은 크기의 세컷이 세로로 배치되는데 좌우로 시선이 분산될 일 없이 물 흐르듯 읽어나갈 수 있다. 에피소드 하나당 여섯컷에서 아홉컷으로 편당 호흡이 짧다는 것도 이 만화의 특색이다. 생활 곳곳에서 건져올린 작가의 통찰과 뛰어난 유머 감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에 더 없이 적합한 구성이다. 5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양에도 앉은자리에서 바로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나다. 금세 읽은 것에 비해 맴도는 메시지는 풍성하다.

뮤지션 김정범의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는 음반 가게를 구경하듯,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음반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6년째 연재 중인 동명의 칼럼 100여편을 모았다. 신문에 연재되는 칼럼인 만큼 꼭지당 내용은 서너 페이지로 족하다. 음반 혹은 노래 한곡을 소개하면서 저자 개인의 사연과 감상, 뮤지션의 약력을 두루 설명하는 것이 라디오의 구성과 꼭 닮아 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책을 펴놓고 소개되는 곡들을 하나씩 재생해 듣다보면 관록 있는 DJ의 라디오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 장에는 계절에 따라, 악기에 따라, 기분에 따라, 장르에 따라 등등 키워드에 맞게 선곡 리스트를 정리해뒀다. 장윤주의 추천사대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백과사전처럼 보게 될” 책이다.

미국 소설가 조디 피코의 <거짓말 규칙>은 범죄 수사를 다룬 TV드라마의 광팬이자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소년이 범죄사건에 연루되며 전개되는 심리 드라마다. 800쪽에 가까운 분량은 주인공 청소년과 그의 남동생, 형제의 엄마, 사건 담당 형사, 주인공의 변호사까지, 다섯 인물의 시점을 빠르게 오간다.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장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살인 범죄 케이스가 신문 기사 형식으로 제시돼 각장의 분위기를 압축한다. 범죄소설이지만 범인을 밝혀내는 것보다 연민, 죄책감, 증오 등 복합적인 감정에 휘말려 있는 인물들의 내면을 따라가는 재미가 크다. 주인공이 연루된 범죄 수사 결과도 마지막 장에 이르러 신문 기사 형식으로 건조하게 소개돼 신선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