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확장 가능성 무한대, 대구답게 간다 - 대구 예술영화 전용관 동성아트홀
2017-04-03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1. 35mm 필름 영사가 가능한 영사기. 남태우 프로그래머는 이런 일화도 들려줬다. “한번은 배급사가 지역의 극장이라 못 믿겠다며 필름을 안 주려고 하더라. 필름을 어떻게 다룰지 알 수 없다나? 내가 그랬다. 우리도 필름 똑바로 틉니다. 어디 거꾸로 틉디까?” 지역 극장이라 겪게 되는 웃지 못할 일들의 한 예에 불과하다.

2. 동성아트홀 상영관.

3. 대구 동성아트홀의 관객이 쉴 수 있는 비밀의 공간, 카페 뤼미에르. 영화를 본 뒤 카페에 들러 전시물을 둘러보고 차 한잔을 하면 좋다. 도심의 복합문화공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니 동성아트홀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라.

4. 대구 동성아트홀 로비.

5. 카페 뤼미에르의 테라스에서 본 동성아트홀의 맨 꼭대기층. 저 창 너머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관객이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대구 동성아트홀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69(동성로 1가) artmovie.co.kr/home

03.27 대구행

대구 중구, 즐비하게 늘어선 보석 상점들 사이에 좁은 문이 하나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만큼 좁은 통로에 ‘예술영화 전용관 동성아트홀’이라 적혀 있다. <오버 더 펜스>(2016)의 포스터가 걸린 그 문을 열고 좁은 계단을 따라 3층으로 가면 본문이 나온다. 그 문을 밀고 들어가니, ‘의외로 넓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예상외로 큰 영화 공간이있다. 126석 규모의 단관극장 대구 동성아트홀. 서울에서 왔다는 한 관객이 인도영화 <술탄>(2016)의 상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영관 안쪽으로 들어가 위쪽으로 난 짧은 계단을 밟으면 영사실이 나온다. DCP 영사 시스템과 나란히 35mm 필름 영사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 자리를 스쳐 바로 몸을 돌리면 전혀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카페 뤼미에르.’ 예전에는 극장 직원들이 잠시 쉬던 공간이었는데 얼마 전에 개조해 곧 관객의 휴식 공간이자 전시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목조 건축의 골조를 그대로 살리고 빛이 바랜 벽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으며 다락방까지 있어 둘러보는 이는 어린 시절 조부모의 오래된 집에 다시 온 듯해 호기심에 눈을 굴린다. 나무 냄새가 미세하게 나는 그곳에선 화가 정연주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 공간에서 이어지는 테라스로 가보니 대구 중구의 한면이 보인다. 이제는 기력을 잃은 낡은 건물들이 화석처럼 지키고 서 있어서일까. 어쩐지 조금은 스산해 보인다.

그때,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대구 동성아트홀의 김주성 대표와 남태우 프로그래머다.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이만한 찰떡호흡이 없다. 김주성 대표가 판을 깔면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과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에 이어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로 활동해오며 잔뼈가 굵은 남태우 프로그래머가 ‘썰’을 푼다. 그럼 또 김주성 대표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정곡을 찔러가며 흥을 돋운다. 이런 호흡으로 2015년 2월 운영난으로 잠정 폐관했던 동성아트홀이 그 해 3월에 곧바로 재개관으로 소생할 수 있었으리라. 남태우 프로그래머는 “동성아트홀의 빠른 귀환에는 대구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은 영화광인) 김주성 대표의 결단이 컸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이 사라지면 어쩌나 싶더라. 나라도 인수해서 극장을 유지하다 보면 또 많은 분들이 도와주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그런 뜻이 모여 대구 동성아트홀이 어느덧 재개관한 지 두해째를 맞았다.

카페 뤼미에르 한쪽 테이블을 잡고 앉은 이들은 자연스레 동성아트홀 월요 회의를 시작한다. 슬쩍 동석해 들어보니, 화두는 동성아트홀이 대구지역의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였다. 대구 동성아트홀은 비영리 사단법인 동성아트홀을 만들어 대구 지역에 영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자 했다. 그 첫 사업으로 대구 남구에 있는 대구 영상미디어센터와 동성아트홀이 함께 배리어프리영화를 배급하는 일을 준비했다. 김주성 대표가 그리고자 하는 그림은 명확하다. “동성아트홀을 재개관할 때 약속한 게 하나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영화관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동성아트홀 입구가 워낙에 좁다보니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에서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 영화제도 준비 중이다. 남태우 프로그래머는 “대구가 메디 시티를 표방하고 있어 매년 대구메디컬영화제가 열리는데 우리쪽에서 먼저 영화제기획을 제안해보려 한다.” 그뿐이 아니다. 동성아트홀은 대구에 영상위원회가 없는 상황에서 영상위원회 역할까지 맡았다. 대표적으로는 <강철비>(감독 양우석)의 대구 로케이션을 지원했고 크고 작은 상업영화의 촬영 지원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의 극장 지원도 없는 데다 누가 등 떠밀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김 대표, 남 프로그래머,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성팀은 대구 동성아트홀이 대구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구심점이 되길, 대구 밖에서 대구로 영화 작업을 하기 위해 유입되는 영화인들의 거점이 되길 바란다.

이 원대한 계획이 착착 진행되려면 무엇보다도 대구 동성아트홀의 안정적인 운영이 필수다. 김 대표는 “예술영화관운영지원사업이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대구 동성아트홀도 폐관됐던 것이다. 관 주도하의 정책으로는 문화를 고양할 수 없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시립미술관, 시립도서관은 있는데 왜 시립영화관은 없는가. 공공성 개념으로 영화관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극장 운영의 어려움이 크다. 소위 조금이나마 더 잘되는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가는 늘 어려운 선택의 지점이다. 남태우 프로그래머의 말을 빌려보자. “수입·배급사는 늘고 있는데 극장은 한정돼 있다. (돈이)안 되는 영화 중에서도 또 안 되는 영화가 있다. 예컨대 <자백>(2016),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가 반응이 좋지만, 독립영화 내에서 그보다 덜 알려진 작품도 상영해야 하는 거다. 그게 우리의 원칙이고, 지역에서 영화관을 운영할 때 해야 할 우리의 역할이다.” 동성아트홀팀은 자신 있다. 남태우 프로그래머는 “대구 동성아트홀은 예술·독립영화를 다 상영할 수 있고, 필름이든 DCP 버전이든 모든 포맷의 영화를 다 소화할 수 있다”면서 동성아트홀만의 확장 가능성, 필살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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