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커뮤니티 시네마’를 만들어간다 - 대구 독립영화 전용관 오오극장
2017-04-03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1. 오오극장 전경. ‘33다방은 11시에 커피로 열어요. 55극장은 23시에 영화로 닫아요.’ 극장 입구 벽면에 쓰여있는 글귀가 오오극장 첫 방문자에게 간단한 길잡이가 돼준다. 통유리로 돼 있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오극장. 그곳이 궁금하다면 주저말고 들어가보자.

2. 오오극장 상영관. 55석의 상영관. 앞줄 4개 좌석이 휠체어 좌석이다. 휠체어 이동에 용이하도록 극장 입구부터 상영관까지 문턱을 최대한 낮췄다. 오오극장 화장실문 역시 미닫이로, 안으로 들어가면 휠체어를 탄 관객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3. 오오극장은 단관극장인데 사실은 관이 하나 더 있다. 제2의 관이 바로 여기. 상영관과 삼삼다방 사이 자투리 공간에 2인석의 DVD방을 만들었다. 여기 역시도 미닫이문이라 밀어젖히고 들어가면 ‘나만의 공간’이 나온다. 단, 오오극장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들에 한해 사용이 가능하니 가입부터 하자.

4. 극장 안에는 DVD가 빼곡하다. 대구 영상미디어센터가 이사가면서 오오극장이 넘겨받은 자료들과 관객의 기증으로 채워진 아카이빙이다. 오오극장 회원이라면 누구나 빌려갈 수 있는데 대여 기간은 넉넉하게 2주다.

대구 오오극장

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 537(수동) 55cine.com

03.27 대구행

동성아트홀에서 차로 5분, 도보 10분 거리에 노란색의 큼지막한 숫자 ‘55’를 볼 수 있다.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관인 대구의 오오극장이다. 5자의 폰트가 다부지다. 또 ‘5’라고 소리내 보면 입이 동그스름해지며 맑은 울림이 나듯이 오오극장의 공간도 아늑하고 경쾌한 기운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노랗고 빨간 포인트가 들어간 색감이 주는 인상이 그러하다. 정면으로 상영관이 보인다. 좌석이 딱 55석. 그래서 극장 이름도 ‘오오극장’이다. 로비에는 ‘삼삼다방’이 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영화보고 수다 떨면 좋겠다는 데서 극장에 ‘55’를 주고, 다방은 ‘33’을 취했다. 때마침 권현준 기획홍보팀장이 삼삼다방 한쪽에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알고 보니 미래의 영화 관객과의 중요한 대화였다. “근처에 있는 중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신데, <눈길>(2015)을 단체 관람하고 싶은데 그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오오극장밖에 없어서 찾아왔다고 하신다. 근데 좌석이 너무 적다며…. ‘어쩔 수 없네요. 저희도 무척 아쉬워요’라고 했다. (웃음) 그래도 55명의 학생들이 영화를 보러 오겠다고 한다.”

2015년 2월 11일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오오극장이 올해로 개관 2년차가 됐다. 권현준 팀장은 지난 2년 동안 유의미한 성과들이 있었다며 극장의 운영 방향을 가늠해본다. “하루 평균 30명의 관객수를 예상한다. 1년이면 1만명. 지난해 유료관객이 1만1천여명이었다. 오오극장이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공간이 돼가고 있는 건가 싶어서 얼마간 다행이라 생각했다. 특히 <우리들>(2015)은 대구에서 2천여명의 관객이 봤는데 오오극장에만 1200명 정도 들었다. 오오극장에서는 관객수 300명을 넘기면 흥작이라고 말한다. <우리들>, <최악의 하루>(2016), <나쁜 나라>(2015), <초인>(2015) 모두 흥했다. 독립영화 전용관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가 아닐까.” ‘독립영화 전용관’이라는 오오극장의 확실한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나름의 원칙도 세웠다. “한국 독립영화 70%, 해외 예술영화 20%, 지역영화 10%를 상영하는 것을 최대한 맞추려 한다. 지난해를 거울삼아 보면 한국 독립영화만큼 해외 예술영화가 잘되는 건 아니더라. 다른 영화관에서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니까. 오오에서만 볼 수 있는영화를 상영하는 게 장점이다. 또 동성아트홀과 최대한 영화와 상영시간표가 겹치지 않게 안배하는 것도 있다.”

상영관으로 들어서기 직전, 권현준 팀장은 벽면에 쓰여 있는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말을 콕 집어 말한다. “오오극장이 만들어지고 지향하는 방식이 바로 커뮤니티 시네마다. 관객과 지역의 영화 제작자들, 미디어 활동가들이 함께 극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 영화영상협동조합법인이 오오극장을 운영하는데 조합원이 20여명이다. 주력 사업이 오오극장 운영인데 올해는 배급 사업도 함께해볼 생각이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되는 박문칠 감독의 경북 성주의 사드(THAAD) 반대투쟁에 관한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의 공동체 배급을 고민 중이다.” 그는 독립영화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영화들을 추려서 상영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영화제 역시 올해의 또 다른 사업이 될 것 같다. “2015년부터 오오극장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구가 고향인 전태일 열사에 관한 문화제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 ‘전태일 노동영화제’를 열었는데 참여한 문화제팀으로부터 올해는 영화제에 좀더 집중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얘길 들었다. 오오극장이 지역사회에서 지역 주민들과 어떤 식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있다.” 지역에 있는 극장들은 끊임없이 지역민들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의 접점을 만들고자 한다. 영화를 상영하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영화를 ‘함께 보는’ 영화 문화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어폴로지>(2016) 상영 땐 대구의 여성인권센터와 함께했다. 또 서울을 제외하고 지역에서 퀴어 축제가 유일하게 열리는 도시가 대구인 만큼 퀴어영화제를 유일하게 열기도 했다.”

권현준 팀장이 처음부터 극장 업무로 영화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구의 공동체 라디오 성서공동체를 영상으로 찍는 일을 시작하다가 서울의 미디액트와 교류하면서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배급 업무를 시작했다.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가 생기면서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후 대구로 내려와 독립다큐멘터리 제작과 미디어 교육을 하는 미디어 핀다를 만들었다. 미디어 핀다와 대구의 민예총,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함께 뜻을 모아 지금의 오오극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현재 유일하게 있는) 두 곳의 독립영화전용관에서 모두 일한 유일한 사람이 나라고 한다. (웃음)”

그러니 권현준 팀장은 독립영화전용관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무엇보다 영진위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영진위의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사업을 보면 꼼수가 너무 많다. 2015년 진흥사업발표 때는 서울의 인디스페이스를 빼고 지역의 전용관에 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더니 지역에 있는 오오극장은 제외했다. 설립 이유가 ‘신규 설립’된 곳이라고 하며 불과 몇달 전 개관한 오오를 빼더라. 어떻게든 지원금을 주지 않으려는 뻔한 꼼수에 기가 막혔다. 더이상 꼼수부리지 마시라.” 오오극장, 인디스페이스 등은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다이빙벨>(2014)을 상영한 극장들로 이후 영진위 지원에서 계속해서 배제돼왔다.

지난여름부터 권 팀장은 한국독립영화협회 중앙운영위원으로 활동하게 돼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물론 극장의 장기적인 플랜을 짜고 추진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일차적으로는 규모를 많이 줄이다보니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다. (때마침 알림 소리가 극장에 퍼진다.) 상영 5분 전 알람이다. 종영 5분 전에도 울린다. 혼자 삼삼다방에서 주문받은 커피를 내리다 보면 상영하러 가야 할 시간을 놓칠 수도 있어 알람을 맞춰놨다.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조합원을 늘리는 게 관건이다. 현재는 매월 150만~200만원 정도 적자인데 후원회원과 조합원을 늘려나가는 데 주력하려 한다.” 매일 오오극장을 지키는 그가 바라는 자신의 미래는 이러했다. “중고생 관객이 있는데 그들 중 영화인이 나오면 좋겠다. 이른바 ‘오오극장 키즈!’ 그러려면 최소한 여기서 20, 30년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웃음)”

매 순간이 뿌듯하다. 그래도 꼽아보자면?

“개관 기념작으로 <망원동 인공위성>을 상영했는데, 포항에서 과학자가 꿈인 아들을 둔 어머니가 보러 오셨다. <홀리워킹데이> 상영 땐 구미에서 온 관객도 있다. 독립영화 보기는 상영하는데가 많지 않아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가 많이 드는 활동인 걸 안다. 그런 분들 덕에 힘이 날 수밖에 없다.” - 권현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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