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척 외롭게 자랐고, 가물가물한 기억까지 떠올려본다면 모든 성적인 것에 극도로 불안을 느꼈다.” 소설 <눈 이야기>는 16살 소년의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 해변의 외딴 별장에 머물던 소년과 그의 먼 친척 시몬은 둘 사이에 사물 하나를 놓고 그것을 이용해 손 하나 닿지 않고 서로를 극한의 흥분상태로 이끈다. 이후 “밀접하고 의무적인” 애정관계로 묶인 둘은 정신병원, 투우장, 성당을 오가며 금기를 위반하고 성에 탐닉하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하늘의 푸른빛>은 부르주아 청년 트로프만의 방탕한 여정을 따라간다. 그는 유럽 전역을 떠돌며 새로 만난 여성들과 통음하고, 성욕에 매몰돼간다. 두 작품 모두에서 주인공들이 행하는 변태적 성행위와 엽기적인 폭력의 끝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관능적인 이미지들로 감각을 자극하는 에로티시즘 소설과는 성격이 다르다. 두편에서 묘사된 광기 어린 성적 행위들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저주의 작가’로 불리던 작가 조르주 바타유는 <눈 이야기>의 2부에서 이야기에 담긴 자전성을 고백하기도 했다. 매독 환자에 맹인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착란에 시달리던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작가는 자신이 목격하고 체험한 장면들을 토대로 소설을 완성했다. 욕망의 바닥까지 향하는 이 작품들은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란 신화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죽음과 에로티시즘을 다룬 소설 외에도 조르주 바타유는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했다. 그의 사상은 미셸 푸코, 필립 솔레르스, 자크 데리다 등 젊은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만큼이나 권말에 수록된 에세이, 해제도 인상적이다. <눈 이야기>에는 미국 출신 에세이스트 수전 손택의 에세이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이 담겨 있다. <눈 이야기>를 두고 “내가 읽은 모든 포르노그래피 소설 가운데 가장 예술적 성취를 거둔 작품”이라고 극찬한 수전 손택은 “바타유의 작품은 포르노그래피의 미적 가능성을 예술적 형식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궁극의 에로티시즘
무엇보다도 특히 기묘한 것은 그가 오줌을 쌀 때의 시선이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눈동자는 대부분 위쪽 허공을 향했으며, 그런 일은 특히 그가 오줌을 싸는 순간에 일어났다. 그런데 그는 매의 부리 모양으로 잘려진 얼굴에 늘 눈을 크게 뜨고 있었기 때문에 오줌을 쌀 때면 그의 커다란 눈이 거의 대부분 흰자위만 보였다. 그럴 때에는 오직 그만이 볼 수 있는 세계, 그로 하여금 냉소적이고 멍하고 모호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어떤 세계 속에 버려져 방황하는 듯한 따분한 표정이 얼굴에 나타났다.(<눈 이야기>, 132쪽)
어렸을 때 나는 태양을 좋아했다. 두눈을 감으면 눈꺼풀 너머의 태양은 붉은색이었다. 태양은 무시무시했고, 폭발할 것 같았다. 태양이 폭발하여 생명을 죽이는 것처럼, 아스팔트 위로 흘러내리는 붉은 피보다 더 태양다운 것이 있을까? 그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빛에 취하고 말았다.(<하늘의 푸른빛>, 157쪽)